은평구청장 “혁신파크에 건립
도시기능 외면한 잘못된 발상”

세텍·수서역 지목된 강남구
“사전 협의 없었다” 선 그어

서울시는 “후보자 개인 견해”


김헌동 서울주택도시공사(SH) 사장 후보자가 지난 10일 서울시의회 인사청문회에서 거론한 ‘반값 아파트’ 건립 후보지를 두고 해당 주민들과 구청장이 ‘반기’를 들고 나서는 등 벌써부터 갈등이 빚어지고 있다. 강남구는 물론이고 은평구까지 반대 입장을 분명히 하며 주민 설득이 ‘반값 아파트’ 정책 추진에 선결 과제가 됐다.

12일 서울시 등에 따르면 김미경 은평구청장은 전날 “서울혁신파크 부지에 공공주택을 공급하는 것은 도시 기능을 외면한 채 주택 공급에만 급급한 잘못된 발상”이라고 반발했다. 은평구 서울혁신파크는 3호선 불광역 인근 옛 질병관리본부 부지(11만234㎡)를 2015년 서울시가 매입해 236개 시민단체 등이 입주할 수 있도록 만든 단지다.

김 후보자는 반값 아파트 건립 후보지로 서울혁신파크 부지, 강남구 서울무역전시장(SETEC·세텍) 부지를 비롯해 수서역 공영주차장 부지, 용산구 용산정비창 부지 등을 지목했다. 반값 아파트는 공공이 토지를 소유하고 건축물만 분양하는 토지임대부 주택을 말한다. 김 후보자는 이르면 내년 초부터 강남은 5억 원대, 주변은 3억 원대 반값 아파트를 공급하겠다고 밝혔다.

김 구청장은 “은평구는 인구가 많고 재정 자립도가 낮을 뿐 아니라 변변한 기업이나 컨벤션센터가 하나 없는 지역”이라며 “상업 개발이 가능한 유일한 대규모 부지인 서울혁신파크에 일방적으로 공공주택을 건설하겠다는 것은 이제껏 열악한 도시 인프라를 견디며 서울혁신파크 개발만을 기다려온 은평구민을 무시하는 것”이라며 날을 세웠다.

강남구 역시 세텍 부지(3만9087㎡)와 수서역 공영주차장 부지(2만2617㎡)에 반값 아파트를 짓겠다는 김 후보자의 발언에 “사전 협의가 없었다”며 선을 그었다. 세텍 부지를 두고 서울시와 강남구는 이미 여러 차례 부딪쳤다. 앞서 강남구는 오세훈 서울시장 취임 후 세텍 부지로 강남구청 이전을 제안했지만 서울시가 반대했고, 2016년엔 서울시가 세텍 부지에 ‘제2시민청’을 조성할 계획이었지만 강남구가 반발해 결국 다른 곳에 조성됐다. 특히 현재 강남구는 옛 서울의료원 북측 부지에 공공주택 3000가구를 건립하겠다는 정부·서울시를 막아 세우고 서울시에 개포동 구룡마을과 대치동 코원에너지 부지를 대안으로 제시한 상태다.

서울시는 “김 후보자가 거론한 반값 아파트 건립 후보지는 개인 견해”라고 밝혔다. 오 시장은 이르면 이날 오후 김 후보자를 SH 사장으로 임명할 것으로 전해졌다.

민정혜 기자 leaf@munhw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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