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름과 어울림│고려대학교 다양성위원회 지음│동아시아

‘다양성 존중’이란 구호도 옛말 같다. 그것은 삶이고, 앎이고, 일상이다. 모두 다양성을 추구하는 일에 호의적이다. 틀린 게 아니라 다를 뿐이며, 잘 어울려 사는 게 바람직한 사회의 풍경이라는 데 이의를 제기하는 사람은 거의 없다. 책은 이렇게 상식이 된 ‘다양성’에 새로운 질문을 던진다. 그래서 우린 다양한 일상을 불편함 없이 누리고 있는지 말이다. 특정 계층이나 특정 분야만을 논하지 않는다. 다양성은 호흡처럼 자연스러운 것이기에, 책은 #생각하다 #보다 #말하다 #배우다 #일하다 다섯 가지 키워드를 중심으로 일상을 파고든다. 대학, 일터, 영화 등 우리 안과 곁에서 다양성을 톺아보던 책은 우리가 문제의식 없이 사용하는 한국어에서 ‘연령 차별’을 발견하기도 하며, 여성이 배제된 과학기술이 얼마나 보편성에서 멀어지며 폭력적 양상을 띠게 됐는지도 지적한다.

전 세계적으로 만 나이를 사용하고 한국도 만 나이가 법적 표준임에도 불구하고, 왜 태어나면서부터 한 살이 되는 ‘세는 나이’가 유독 강력하게 한국인의 일상을 지배할까. 그것은 한국어의 특성 때문인데, 주범은 높임말이다. 이로 인해 강력한 ‘연령 차별’과 ‘연령 권력’이 생겨나는 것. 높임법이 높임을 표현하는 기능만 하는 게 아니라, 낮춤을 표현하는 기능도 하기 때문이다. 책은 이러한 생각이 과격한 것이 아니라고 말한다. “잘 생각해보면 나이가 많은 사람이 윗사람이고 높은 사람이고 손윗사람일 이유도, 나이가 적은 사람이 아랫사람이고 낮은 사람이고 손아랫사람일 이유도 없다” “한국어 사용자들은 매일매일의 언어 사용을 통해 사람 위에 사람 있고, 사람 밑에 사람 있다는 생각을 지속적으로 확인받는다.”

과학기술 분야에 더 많은 여성이 필요하다는 주장은 역차별적 발언으로 들릴 수도 있다. 그러나 책은 샌드라 하딩(과학철학), 도나 해러웨이(과학학), 론다 시빙어(과학사학) 등 과학과 관련한 페미니스트들의 다양한 연구사례를 통해 어떻게 과학기술이 더 보편적이고 더 효과적이며 더 시장성이 높아질 수 있는지를 역설한다. 그것은 여성으로서의 삶에 근거한 성인지 역량을 갖춘 여성 과학기술인들로 인해 가능하다. 과학은 역사적으로 유럽 백인 남성의 발명품이다. 태생적으로 보편과는 거리가 멀다. 책은 그들에 의해 주도되고 추진돼 온 과학기술의 발전이 지금 어떤 지점에 도달했는지 냉정하게 바라보라고 조언한다. “전쟁과 핵무기, 쓰레기와 미세먼지, 플라스틱 문제를 거쳐 이제 기후위기와 코로나19까지 인류의 안녕과 존재를 위협하는 많은 문제가 자연과 사회의 문제다.” 308쪽, 1만6000원.

박동미 기자 pdm@munhwa.com
박동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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