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별한 가을│윤순정 지음│봄볕

‘특별한 가을’이라고 할 때 ‘특별하다’는 말은 모호할 수 있다. 비교대상과 얼마나 달라야 특별한 것인지 정도가 정확하지 않기 때문이다. 윤순정의 그림책 ‘특별한 가을’은 그 무엇과도 견줄 수 없을 것 같은, 그래서 모호하지 않고 선명한 2020년 10월 28일의 특별한 일을 다룬다. 그런데 제목의 ‘가을’은 중의적이라서 어느 가을을 가리키는지 애매하다. 주인공인 강아지 이름이 ‘가을이’고 가을이가 새 가족을 만난 계절이 가을이었기 때문이다. 처음에는 화자도 애매하다. 책 속의 ‘나’가 누구인지 책장을 한참 넘기고 나서야 알게 된다. 작품 속 문장인 “우리는 썩 잘 어울렸어요”에서 “어울리다”가 두 존재의 친밀함을 의미하는 것인지 조화를 의미하는 것인지도 애매해서 읽다가 잠시 생각해보게 하는 여운이 있다.

윤순정 작가는 어릴 적 친구였던 유기견 향순이와 나눈 기억을 이 책에 담았다. 빛바랜 사진처럼 조각도로 기록해 찍은 판화는 어느 시기, 어느 장면을 고스란히 보여주는 사실적인 힘이 있다. 주로 사용한 색은 가을날의 색이다. 알밤의 다갈색, 은행잎의 노랑, 빨갛고 푸른 햇사과의 색이 외로운 어린이와 버려진 강아지의 관계 맺기를 알록달록하게 표현한다. 유기견 보호소의 간판이라거나 강아지 가을이의 눈물방울 같은, 마음을 덜컹거리게 하는 장면에서는 보라색이 등장한다. 가을이가 좋아하는 장난감 공, 가을이를 바라보는 아이의 다정한 눈동자도 보라색이다. 쓸쓸함을 드러내던 각별한 보라색은 사랑을 지시하는 특별한 보라색이 된다.

강아지는 사람을 믿지 못하고 새로운 행복을 받아들이기 어려워한다. 하지만 어린이와 새 가족의 정성은 강아지의 마음을 돌려놓는다. 가을이를 이 가족만의 특별한 존재로 만들어낸다. 동물을 사랑하는 어린이, 동물의 사랑을 받는 어린이, 동물과 사랑하는 가을을 꿈꾸는 어린이에게 권하는 작품이다. 44쪽, 1만4000원.

김지은 서울예대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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