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자이너이자 열정적인 정원가와 녹색운동가가 함께 쓴 정원과 가드닝 역사. 고대문명부터 미래 정원까지 3000년의 역사를 담았다.
인류의 초기 정원은 먹을거리를 위한 공간이었다. 과일, 채소, 의약품에 필요한 허브류 등을 키웠다. 이어 물을 끌어오기 위해 규칙적인 레이아웃이 만들어졌고, 동물의 습격에서 식물들을 지키기 위해 차단벽과 울타리가 세워졌다. 하지만 인류는 정원을 실용적 ‘필요’에만 묶어두지 않았다. 중국 황제들과 아시리아의 왕들은 정원의 아름다움에 심취했고 12세기 시인들은 장미와 나이팅게일을 등장시켜 정원에서 얻는 기쁨을 노래했다. 사람들은 자연의 광활한 아름다움에 경외감을 표하면서도 울타리가 쳐진 자연, 인간의 관리를 통해 개선되고 확장된 자연인 정원의 아름다움에 반해버렸다. 19세기 인상파 화가 클로드 모네는 그림을 그리기 위해 정원을 만들기도 했다.
이 같은 인류 정원의 역사라는 중심 줄기를 연대기 순으로 지켜내며 전 세계 정원의 양식, 기술, 그곳에 심고 키운 식물 등에 대한 지식과 정보를 빠지지 않게 담아내고, 정원과 함께했던 숱한 정원사·작가·예술가의 이야기도 풀어낸다. 식물의 역사, 가드닝의 역사, 정원의 역사, 곧 인간의 역사다.
저자는 가드닝의 성장 분야로 생산적 정원, 생태적 정원을 꼽는다. 하지만 생태학적 요인을 고려한다는 것이 곧 아름다움을 추구하지 않는다는 것은 아니다. 오히려 정원에 대한 더욱 사려 깊은 접근이다. 하드커버 장정에 두툼한 분량, 그 안에 가득한 도판은 읽는 기쁨과 함께 보는 즐거움을 준다. 512쪽, 5만5000원.
최현미 기자 chm@munhw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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