날씨는 쌀쌀해졌지만 공기는 한층 맑아진 느낌이다. 매년 11월 이맘때엔 미세먼지로 뿌연 날이 많았는데 올해는 사뭇 다르다. ‘위드 코로나’로 방역 조치도 다소 풀려 깊어가는 가을이 아쉬워 길을 재촉하는 행락객 발걸음이 더욱 가볍다.
지난 9월 서울 대기 질은 관측을 시작한 이후 가장 좋았다. 미세먼지는 1995년 관측 이래 최저치였고, 초미세먼지도 종전 최저치였던 2018년보다 낮았다. 전국 17개 시·도 모두 ‘좋음’ 수준이었다. 최근 공기가 깨끗해진 데엔 중국의 석탄난이 큰 요인으로 꼽힌다. 석탄값 급등에다 중국이 외교 갈등을 빚는 호주에 대한 보복으로 호주산 석탄 수입을 금지함에 따라 석탄 화력 발전이 차질을 빚으면서 미세먼지 배출량이 줄어 국내로 유입되는 미세먼지도 감소했다는 것이다.
중국은 한국의 대기오염은 한국 탓일 뿐이라며, 중국발 미세먼지 영향이 적지 않다는 것을 극구 부인한다. 그러나 2017년 한국 국립환경과학원과 나사(NASA·미 항공우주국)가 발표한 한 해 전의 공동조사 결과를 보면 중국 대륙 영향이 34%, 북한 9%, 국내 요인 52%였다. 중국 미세먼지 유입이 적은 5∼6월에 측정했는데도 이 정도였다. 2019년 11월 발표된 한·중·일 3국 공동조사에서도 확인됐다. 서울 초미세먼지에 미치는 중국 영향(기여도)은 한국·일본 두 나라의 평가 모두 39%였다. 반면 중국 측 평가는 23%로 낮았다. 한국 요인의 영향 평가는 일본 30%·한국 42%인 데 비해, 중국은 무려 63%였다. 책임을 회피하려는 중국의 안간힘이 확연히 드러난다. 그러나 중국 영향은 대전에선 한국 47%·일본 48%였고, 이보다 먼 부산도 한국 29%·일본 31%로 높게 나왔다. 더구나 국내 조사에서는 중국발 미세먼지 유입이 많은 2∼3월엔 중국 영향이 60% 이상인 실정이다.
대기오염을 줄이려면 국제 공조가 필요하다. 수치 왜곡으로 진실을 숨기지 못한다. 중국은 내년 2월 베이징동계올림픽을 연다. 평소 매캐한 베이징의 대기를 깨끗하게 만들려고 부심할 게다. 시진핑 국가주석의 사상 초유 3연임을 앞둔 시점이니 더욱 그럴 것이다. 중국이 자국 미세먼지의 영향이 적을 수밖에 없을 이 시기를 골라 자기 탓이 아니라는 조사 결과를 내미는 일은 없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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