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형컨테이너 차량 행렬 장사진
일반화물차 못넣자 집단 항의도
산업→차량용 시험 졸속 우려
단 2대 200㎞ 주행한뒤 결론
전세원·최지영·이근홍 기자 부산=김기현 기자
“정부가 요소수 긴급수급조정조치를 발표했지만 변한 것은 없어요.”
12일 오전 서울 만남의 광장 부산 방향 휴게소의 주유소 입구에는 ‘요소수 구입은 현장 주유사원에게 문의 요망’이라는 안내문이 붙어 있었다. 이곳은 요소수 10ℓ짜리 한 통을 1만2000원에 판매하다가 물량 확보가 어려워지면서 최근 2만 원으로 가격을 올렸고, 하루에 10통으로 제한판매를 하고 있다. 해당 주유소 관계자는 “화물차 기사님들이 요소수 부족으로 고속도로에서 차량이 멈출까 노심초사하고 있다”면서 “기사님들이 하도 사정사정해서 2만 원 하는 10ℓ를 1만 원씩 받고 5ℓ로 쪼개준 적도 있다”고 하소연했다. 제한판매로 11월 말까지는 버틴다고 해도 물량이 추가로 들어오지 않으면 12월에는 판매를 전면 중단해야 상황이다.
정부가 11일 ‘요소수 대란’을 해결하기 위해 판매처를 주유소로 일원화하고, 판매 물량을 승용차는 10ℓ, 화물차는 30ℓ까지만 구매할 수 있도록 하는 ‘긴급수급조정조치’를 발동했지만 실질적인 수급 안정화라기보다는 시장 통제 정책이라는 아우성이 터져 나오고 있다. 전국 현장 곳곳에서는 “요소 원료 대량 수입으로 문제가 풀리려면 멀었다” “긴급수급조정조치를 체감할 수 없다”는 말이 봇물처럼 터져 나오고 있다.
정부의 긴급수급조정조치 발동 직후 부산에서는 11일 오후 2시부터 남구 부산북항, 강서구 부산신항 등 5곳의 대형 주유소에서 요소수 판매가 시작됐다. 하지만 컨테이너 차량 위주로 요소수를 공급해 일반 화물차 기사들이 차량으로 주유소 입구를 막고 집단항의하는 상황까지 치달았다. 요소수를 넣기 위해 오전부터 3∼4시간 이상 대기하던 화물차 기사들이 현장에 나와 있던 국토교통부 관계자와 승강이를 벌이며 20∼30분간 요소수 판매가 중단되기도 했다.
인천에서도 항만 주변 8개 주유소에 군 비축용 요소수 40t이 공급됐지만 반나절이 지나지 않아 물량이 동났다. 인천항을 오가는 수출용 대형 컨테이너 차량에만 우선 공급돼 일반 화물차 차주들은 발걸음을 돌려야 했다. 울산과 서울을 오가는 화물차 기사 A 씨는 “항만 인근 주유소에서 요소수를 넣을 수 있다는 소식을 듣고 울산항 인근인 남구 매암동 한 주유소를 찾았지만 컨테이너 차량에만 판매해 구입하지 못했다”며 “차종에 관계 없이 동일하게 요소수를 공급해야 하는 게 아니냐”며 불만을 터트렸다.
전남 광양시 도이동 내트럭 광양사업소 주유소의 경우, 12일 오전 9시쯤 화물차 40대가량이 순서를 기다리고 있었다. 정부 물량을 배정받은 전남 광양항 5개 주유소에서도 요소수를 공급받기 위한 차들이 긴 줄을 서는 등 북새통을 이뤘다. 한편 경찰청에 따르면 경찰은 전날 오후 4시 기준 요소수 판매 관련 사이버 사기 사례 116건을 적발했다. 플랫폼별로는 중고나라 56건, 당근마켓 14건, 번개장터 11건, 기타 35건이 발생한 것으로 파악됐다.
한편 정부가 이르면 이번 주말 산업용 요소수의 차량용 전환 사용 여부 시험결과를 내놓을 예정인 가운데 자칫 여론에 밀려 졸속으로 진행한 시험이 향후 더 큰 피해를 초래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문화일보 취재결과, 환경부 산하 국립환경과학원에서 진행하는 시험 기간은 6∼12일까지 단 일주일이고, 테스트 차량도 두 대에 불과한 것으로 나타났다. 법정 시험 방법에 따라 환경성 평가를 하면 총 시험 주행거리는 200㎞ 수준에 그칠 것으로 알려졌다. 이호근 대덕대 자동차학과 교수는 “여론이 좋지 않다고 성급하게 결론을 낼 게 아니라 전문가들과 함께 최소 두 달 이상, 6만∼9만㎞까지는 시험 주행을 해봐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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