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벨라루스 - 폴란드 ‘난민 사태’… 러- EU 갈등으로 확전
러에서 유럽으로 통하는 가스관
5분의 1이 벨라루스 지역 경유
루카셴코, 노골적으로 차단위협
서방 “인간방패 활용 도발” 비난
외신 ‘러 등에 업고 자신감’ 분석
이를 두고 러시아를 등에 업은 벨라루스와 서방국의 갈등이 난민 문제를 도화선으로 재점화하고 있다는 평가가 나온다. 현재 벨라루스-폴란드 국경에는 벨라루스가 군을 동원해 밀어낸 중동 출신 난민 수천 명이 폴란드로 넘어가기 위해 대기 중인 상황으로, 서방은 이를 ‘인간방패를 활용한 새로운 형태의 전쟁 도발’이라고 비난하고 있다.
11일 파이낸셜타임스(FT) 등에 따르면 알렉산드르 루카셴코 벨라루스 대통령은 이날 내각 회의를 주재하며 EU가 난민 사태를 이유로 벨라루스에 대한 제재를 확대할 경우 유럽으로의 가스 운송을 차단하겠다고 위협했다. 벨라루스는 러시아에서 유럽으로 이어지는 천연가스 공급관 ‘야말-유럽’의 경유국이다. 러시아에서 유럽으로 가는 천연가스의 5분의 1이 해당 가스관을 지나는 것으로 알려졌다.
루카셴코 대통령은 “우리는 유럽에 난방을 제공한다. 폴란드 지도부와 그리고 다른 머리 없는 사람들은 말을 하기 전에 먼저 생각부터 할 것을 권고한다”고 말했다.
벨라루스 측의 천연가스 공격 발언은 전날 우르줄라 폰데어라이엔 EU 집행위원장이 벨라루스의 난민 밀어내기에 대해 “다음 주 초부터 벨라루스에 대한 제재를 매우 빠르게 확대할 것”이라고 말한 직후에 나왔다. EU는 벨라루스가 선거 부정과 야권탄압 등의 이유로 자국을 제재한 데 대한 보복으로 난민 공격을 가한 것으로 보고 있다. EU 쪽으로 난민을 밀어내 EU에 부담을 주려 한다는 게 EU 측 주장이다. 이에 대해 루카셴코 대통령은 “폴란드가 난민 수용을 거부해 인권을 침해하고 있다”며 “싸우려는 게 아니지만 굴복하지도 않을 것”이라고 반박했다.
외신들은 벨라루스의 이 같은 맹공의 배후에 러시아가 있다고 분석한다. 최근 서방과 사이가 극도로 좋지 않은 러시아가 난민과 벨라루스를 앞세워 대리전을 벌이고 있다는 설명이다. 특히 러시아가 과거 천연가스 공격에 나선 적이 있다는 점에서 이 같은 관측에 힘이 실린다. 실제 러시아는 2009년 우크라이나와의 천연가스 공급 가격 협상이 난항을 겪자 열흘 넘게 가스관을 잠그며 실력행사를 벌인 바 있다. FT는 전문가를 인용해 “러시아가 루카셴코 대통령이 위협을 실천으로 옮길지 최종적으로 결정할 것”이라고 전했다.
임정환 기자 yom724@munhw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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