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물산 합병 재판과정서 공개
부친 와병후 홀로서기 고민 담겨
사업구상 대부분 7년후 현실화
이재용(사진) 삼성전자 부회장이 지난 2014년 말 골드만삭스 고위 임원을 만나 반도체, 스마트폰 등 삼성의 핵심사업 투자전략에 대한 깊은 고민을 토로했던 것으로 나타났다. 삼성의 앞날과 미래 핵심사업에 대한 구상을 7년 전부터 진지하게 고민했음을 보여준다. 재계는 이런 노력이 갤럭시 폴더블폰 성공, 시스템 반도체 비전 2030 선언 등 구체적인 성과로 이어진 것으로 보고 있다. 이 부회장의 ‘뉴 삼성’ 본격 행보와 맞물려 삼성전자가 올 연말 대대적인 인사제도 개편에 나서면서 인사 폭 역시 예년보다 커질 것이란 분석이 나온다.
12일 재계와 법조계에 따르면 서울중앙지법에서 11일 열린 ‘삼성물산·제일모직 부당합병 및 삼성바이오로직스 회계부정 혐의’ 재판에서는 한 통의 영문 이메일이 공개됐다. 이 부회장 등의 변호인 측이 증거로 제시한 이 이메일의 발신자는 진 사이크스 당시 미국 골드만삭스 인수·합병(M&A) 사업부 공동회장이다. 그는 2014년 12월 8일 이 부회장을 만난 뒤 면담 내용을 담아 정현진 골드만삭스 한국대표 등 3명에게 보냈다. 정 대표는 이날 재판에 증인으로 출석했다.
이메일에는 고 이건희 회장이 쓰러진 직후 홀로서기에 나선 이 부회장의 고뇌와 경영철학, 사업구상 등을 엿볼 수 있는 내용이 담겨 있었다. 이메일에서 사이크스 회장은 “제이(Jay·이재용 부회장)가 오늘 저를 만나러 왔다”면서 “대화 대부분이 삼성전자 사업 전반에 관한 것이었다”고 전했다. 그러면서 고성능 부품, 디스플레이, 폼 팩터(제품 형태) 등 하드웨어 측면에서의 제품 차별화를 비롯해 비메모리 사업 전략 등에 대해 집중 논의했다고 설명했다. 이 부회장은 면담에서 ‘선택과 집중’ 경영전략도 거듭 강조한 것으로 알려졌다.
당시 상속세 문제와 관련해 사이크스 회장은 “그(이 부회장)는 비록 한국 상속세와 미국 세금의 차이점에 흥미를 보이기는 했지만, 부친께서 돌아가실 경우 발생할 세금 문제에 대처할 준비가 잘돼 있다고 말했다”고 소개했다. 재계 관계자는 “이메일을 보면 지금 삼성전자를 비롯한 삼성의 사업 방향과 상당 부분 맞아떨어진다”며 “상속세 마련을 위한 삼성생명 지분 매각 논의를 목적으로 골드만삭스와 잇따라 접촉했다는 검찰 공소장 내용은 설득력이 떨어져 보인다”고 말했다.
한편, 삼성전자는 전날 사내 게시판을 통해 “중장기 인사제도 혁신과정 중 하나로 평가·승격제도 개편안을 준비하고 있다”고 밝혔다.
곽선미 기자 gsm@munhwa.com
주요뉴스
기사 추천
- 추천해요 0
- 좋아요 0
- 감동이에요 0
- 화나요 0
- 슬퍼요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