故김수환 추기경 초청으로 방한
40년간 韓문학 번역 세계 알려
“노벨문학상은 보통 작품성보단
그들만의 기준으로 수상작 뽑아
정확한 번역보다 독자정서 맞게
너무 한국적이면 관심 못 끌어”
글·사진 = 박현수 기자
"같은 한자문화권이다 보니 한국 문학을 중국 문학의 일부로 보는 사람이 많았어요. 그러나 이젠 그렇게 생각하는 사람이 거의 없어요. 단군시대부터 수천 년 동안 이어져 온 한국 고유의 문학이라는 인식이 자리를 잡은 거죠."
지난 9일 몬드리안 서울 이태원 그랜드볼룸에서 열린 도산(島山)아카데미(이사장 구자관) 주최 2021 ‘도산인상’ 시상식에서 교육상을 수상한 안선재(79·영국명 브러더 앤서니·사진) 왕립아세아학회 한국지부 명예회장(서강대 영문학과 명예교수). 그는 이날 "저에게 주는 상이라기보다 지난 121년간 한국과 한국 문학을 세계에 알리는 데 힘써 온 왕립아세아학회 한국지부에 주는 상이라고 생각한다"며 수상 소감을 이같이 말했다.
사단법인 왕립아세아학회 한국지부는 1900년(광무 4년) 선교사와 외교관들이 중심이 돼 설립됐다. 안 명예회장은 2011년부터 10년간 한국지부 회장을 맡아 한국의 문학, 예술, 역사, 종교, 정치 등 한국 관련 모든 분야를 연구해 외국에 알리고 교육하는 데 헌신했다.
1942년 영국에서 출생, 옥스퍼드대에서 중세·근대 영문학을 전공한 그는 가톨릭 수사(修士)로 프랑스 ‘테제 공동체’에서 지내다 1980년 고 김수환 추기경의 초청으로 한국에 왔다. 이후 30년간 서강대에서 영문학을 가르쳤고, 1994년 한국인으로 귀화하면서 40년 넘게 한국 사람보다 한국과 한국 문학을 더 사랑하는 전도사로 평생을 바쳤다.
특히 1980년부터 현재까지 한국의 시와 소설을 영어로 번역하는 데 앞장서 왔다. 김동리, 구상, 고은, 천상병, 서정주, 김수영, 신경림, 정호승, 김광규, 이문열 등을 포함한 많은 문인의 작품을 번역, 대한민국문학상 번역상을 비롯해 대산문학상 번역상, 구상문학상, 미국 NCBA(Northern California Book Awards)번역상 등을 수상했다.
지금까지 번역한 단행본만 57권이나 된다. 이 중에서 "천상병 시인의 ‘귀천’은 25쇄까지 나왔다"고 했다. 이 밖에도 "번역은 마쳤으나 출판사를 찾지 못해 출간하지 못한 작품도 10여 권에 달하고, 지금도 소설가 정유정 등의 작품을 번역 중"이라고 했다. 그는 한국 문학의 세계화에 기여한 공로로 지난 2008년 정부로부터 옥관문화훈장을, 2015년에는 대영 제국 훈장(MBE)을 수훈했다. 문학작품뿐 아니라 한국의 전통 차(茶)문화를 소개하는 책도 여러 권 펴냈다. 올해 김대건 신부 탄생 200주년을 기념해 ‘성 김대건 안드레아 신부의 서한’도 번역해 간행했다.
안 명예회장은 "한국인은 정확한 번역을 중요하게 생각하지만, 그것보다 외국 독자가 쉽게 공감하고, 재미있게 읽을 수 있는 작품을 골라 그들의 정서에 맞게 번역해야 한다"면서 "지나치게 한국적인 것을 강조하면 외국 사람들의 관심을 끌지 못한다"고 말했다. ‘오징어게임’ ‘기생충’ ‘미나리’가 세계인들로부터 주목을 받는 것은 "처음부터 외국 시장을 겨냥해 만든 작품이기 때문"이라고 강조했다.
최근 한류 열풍과 관련, 한국의 노벨문학상 수상 가능성에 대해 물었다. 그는 "한국 사람들은 외국과 비교해 유난히 노벨상에 관심이 많다"며 "의미가 없다"고 잘라 말했다. "선정하는 사람들이 문학가도 아니고, 작품성보다는 그들만의 기준으로 수상작을 뽑기 때문"이라고 했다. 그러면서 "올해 노벨문학상 수상자가 누구인지, 그의 작품은 읽어봤냐"고 반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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