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재우 경희대 중국어학부 교수

중국의 요소 수출 통관 지체로 국내 도입에 차질이 빚어져 대란(大亂)을 일으키고 있는 ‘요소수’ 문제를 접한 청와대 관계자는 애초에 ‘요소비료’ 문제쯤으로 생각했다고 한다. 그리고 실제로 지난 10일 당·정이 관련 대책회의를 가졌다. 실로 ‘웃픈(웃기지만 슬픈)’ 현실이다. 현 정부의 자원외교와 대(對)중국 외교가 바닥을 극명하게 드러냈다. 우리 원자재의 대중 의존도를 보면 앞으로 이런 사태가 두 번 다시 발생하지 말라는 보장은 없다. 이제는 중국의 대안을 찾을 때다. 정부의 용단은 앞으로 최소한 10년 우리의 산업, 경제와 국가의 미래를 결정지을 것이다.

우리에게는 제도를 불투명하게 운영하는, 신뢰도 떨어지는 중국보다 미국과 동맹, 우방이 있다. 그런데도 현 정부는 한사코 중국을 맹신한다. 중국이 어떻게 변하는 줄도 모르고, 자원을 무기화하는 것은 물론 그 내부에서 일고 있는 변화도 알아채지 못하고 있다. 아무리 중국이 변해도 ‘설마 우리에게 그러겠어’ 하는 안일함에 빠져 있다.

중국이 자원을 무기화한 것은 하루 이틀이 아니다. 대외적으로 희토류를 가지고 일본을 읍소케 한 게 2010년의 일이다. 당시 중국은 희토류를 선적한 화물선의 일본 출항을 불허했다. 일본의 우방과 동맹이 항의하자 이를 철회했다. 그리고 오늘날 중국은 자국의 수요 부족을 이유로 우리와 계약한 요소수 1만8700t의 통관을 지체시켰다. 21세기에 자원을 국제관계에서 무기로 삼는 중국의 모습에 측은지심마저 생긴다.

중국의 내부 사정은 어떤가. 15억 인구를 가진 나라가 계속 성장하면서 자원의 내수시장 요구가 팽배하니 중국 스스로도 자원부족 사태를 겪고 있다. 중국은 이미 에너지자원을 수입에 의존한 지 오래이며, 식량의 자급자족은 1990년대 초 이후에 중단됐다. 탄광은 고갈돼 폐광이 속출하고 희토류 광산도 환경 문제, 노동력 부족 등의 이유로 폐업하고 있다. 게다가 4차 산업혁명으로 희귀 원자재에 대한 중국의 수요는 날로만 커진다. 이런 중국의 산업과 시장의 변화를 기민하게 관찰하고 대응했어야 했다. 그러지 못한 우리 정부 당국의 안일함이 이번 요소수 사태로 드러났다.

우리나라는 자원이 없는 나라다. 그래서 자원외교가 중요하다. 그러나 지금까지 자원외교는 어떠했는가. 특정 생산국이나 특정 지역에만 일방적으로 집중해 왔다. 자원시장의 다변화는 외교 수사에 불과했다. 노무현 정부 때 처음으로 국가 차원에서 에너지 자원의 장기 정책이 수립됐다. ‘에너지 2030’이라는 정책 보고서에서 강조했던 것도 시장의 다변화였다. 그러나 결과는 다변화는커녕 중국 의존도만 더 키워 왔다.

지금 세계는 미국을 중심으로 글로벌 공급망이 재편되고 있다. 이에 미국과 우리의 우방은 한국의 참여를 촉구한다. 그러나 정부의 반응은 미온적이다. 원자재 품목 중 우리가 80% 이상의 의존도를 보이는 나라는 중국(1850개)만 있는 게 아니다. 미국(503개)과 일본(438개) 및 독일(121개), 이탈리아(108개) 등도 있다. 따라서 제도가 불투명하고 국제 계약을 무시하는 나라에 대한 의존도를 줄여야 한다. 그 대안은, 원자재 해외시장의 다변화는 물론 동맹과 우방이 재편하는, 신뢰할 수 있는 글로벌 공급망에 참여하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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