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NL 코리아’에서 김부선 패러디한 안영미.
‘SNL 코리아’에서 김부선 패러디한 안영미.
대선의 계절이 돌아왔다. 제20대 대통령선거가 4개월 여 앞으로 다가왔지만, 지상파 방송에서 정치 풍자 프로그램은 찾아보기 어렵다. 대선후보들의 예능물 출연도 과거에 비해 줄어든 모양새다. 더불어민주당 이재명·국민의힘 윤석열 대선후보 등은 지상파 예능물 중 SBS TV ‘집사부일체’에만 출연했다. 이마저도 2030 MZ세대 표심을 잡기 위해 친근하고 소탈한 모습을 어필하는데 그쳤다. 온라인 동영상 서비스(OTT) 플랫폼 쿠팡플레이 ‘SNL 코리아’에서 유일하게 정치풍자 개그를 선보일 뿐이다.

문재인 정부 출범 후 지상파 정치 풍자 프로그램은 사라진 상태다. KBS 2TV 공개 코미디 프로그램 ‘개그콘서트’(개콘)는 1999년 첫 방송 후 정치 풍자 코미디를 끊임없이 선보였다. 특히 이명박·박근혜 정권 시절 많은 패러디를 내놨다. ‘사마귀 유치원’(2011~2012) 최효종, ‘민상토론’(2015~2016) 유민상 등이 대표적이다. 개콘은 2017년 현 정권 들어서면서부터 정치 비판 개그를 선보이지 않았다. 풍자 대상이 보수성향 정당에 치우쳐 있다는 비판을 받을 수 밖에 없었다. 2019년 개콘 포맷을 리뉴얼한 박형근 PD는 “시사 풍자나 정치적인 부분을 다루기 상당히 어렵다”며 “가볍게 하면 수박 겉핥기 식이라고 비난 받고, 깊게 들어가고 직설적으로 하면 반대쪽에서 공격을 받아야 했다”고 털어놓았다.

13일 첫 방송한 KBS 2TV는 ‘개승자’에서도 정치 풍자 개그는 전무했다. 개콘 폐지 후 약 1년5개월만에 선보인 공개 코미디 프로그램이다. 총 13팀은 자유럽게 짠 개그로 경쟁하며, 최종 우승자에게는 상금 1억원이 주어진다. 대선이 코앞으로 다가왔는데, 그 흔한 후보 패러디도 보이지 않아 아쉬움을 자아냈다.

제18·19 대선 때는 케이블방송이 정치 풍자 개그를 이어갔다. 2012년 tvN ‘SNL 코리아’는 ‘여의도 텔레토비’ 코너에서 대선주자 풍자 콩트를 선보였다. ‘또’(박근혜) ‘문제니’(문재인) ‘엠비’(이명박) ‘구라돌이’(이정희) ‘안쳤어’(안철수) 등으로 대선후보를 패러디했다. 2017년 대선을 앞두고 SNL은 엠넷 오디션 프로그램 ‘프로듀스 100’을 패러디한 ‘미운우리 프로듀스 101’로 신랄한 풍자를 했다. 당시 대선 후보를 ‘문재수’(문재인), ‘레드준표’(홍준표), ‘안찰스’(안철수), ‘유목민’(유승민), 심블리(심상정) 등으로 표현해 웃음을 줬다.

OTT 플랫폼을 통해 정치 풍자 개그가 부활했다. 약 4년만에 쿠팡플레이와 돌아온 SNL 코리아는 정치 풍자 개그를 적절히 녹여 반가움을 줬다. 이전보다 수위는 낮아졌지만, 센스있는 패러디로 공감을 샀다. 특히 개그우먼 안영미는 영화배우 김부선 흉내를 내며 “어, 재명 오빠? 나야 너무 감사하지. 난 오빠의 그런 ‘점’이 좋더라”고 해 웃음을 줬다. 김부선이 과거 이재명 후보와 교제했다고 주장하며 특정 부위에 큰 점이 있다고 한 것을 빗대 표현했다.

코너 ‘주기가자 간다’에는 이재명, 홍준표, 윤석열, 심상정 후보가 출연했다. 사회초년생인 주현영 인턴기자는 각 후보에게 정치풍자에 관한 견해를 공통적으로 물었다. 주 기자가 “후보님이 만약에 대통령이 되신다면 SNL이 자유롭게 정치풍자 하도록 도와주실건가요?”라고 묻자, 윤 후보는 “그건 도와주는 게 아니라 SNL의 권리”라고 답했다.

지상파 방송에서는 정치 드라마·시트콤 등도 찾아보기 쉽지 않다. 기존 지상파·케이블 방송이 각종 제약으로 정치풍자 소재를 다루기 힘들었다면, OTT를 통해 시청자 선택 폭이 넓어졌다. 국내 OTT 플랫폼 웨이브가 먼저 스타트를 끊었다. 지난 12일 김성령 주연의 정치 블랙 코미디 드라마 ‘이렇게 된 이상 청와대로 간다’를 공개했다. 윤성호 감독은 제작발표회에서 “웨이브에서 정치 코미디를 한국에서 할 때가 됐으니 ‘신명나게 해 보자’고 제안했다”며 “촬영할 때 전권을 줬다. 창작자에게 고마운 플랫폼이다. 특정 인물을 적용하거나 조롱하지 않고 사람이라면 누구나 알 수 있는 아이러니를 담았다”고 설명했다.

제작사 에이스토리는 SNL 코리아에 이어 정치풍자 트렌드를 이어간다. 내년 상반기 방송예정인 ‘청와대 사람들’이다. ‘SNL 코리아’ 김민석·안상휘 작가가 극본을 쓰며, 제1대 대한민국 가족형 정치 시트콤을 표방한다. 영화배우 차인표가 대한민국 대통령 ‘고한표’를 맡는다. 캐릭터 명부터 중의적이다. 고개 숙인 남자의 ‘고’, 유권자에게 호소하는 ‘한 표’가 연상된다. SNL 코리아와 마찬가지로 OTT 플랫폼(미정)에서 서비스한다. 에이스토리는 “정치판은 코미디 콘텐츠 노다지다. 스테디셀러이며 ‘믿보짤’의 산실이기도 하다. 커뮤니티와 SNS마다 떠도는 재치만점 시사 드립들이 방증하는 팩트”라며 “정치콘텐츠의 대중성에 시트콤이라는 장르 오락성, 여기에 스토리텔링 한 스푼을 얹어 정교하고 속 시원한 정치 코미디를 선사할 것”이라고 했다.

한 지상파 PD는 “정치풍자는 코미디 장르의 중요한 일부분”이라면서도 “이제 지상파 공개 코미디 프로그램에서 자유롭게 정치 풍자 개그를 할 수 없는 시대가 됐다. 정치권의 압력을 받을 뿐 아니라 각종 규제에서도 자유롭지 못하다. 넷플릭스, 쿠팡플레이, 웨이브 등 OTT 플랫폼이 다양해지면서 프로그램 특성에 맞는 채널로 옮겨가는 추세다. 시청자들도 지상파 방송에 엄격한 잣대를 들이댔다면, OTT 콘텐츠에는 개방적인 자세를 취하면서 편하게 즐기는 문화가 형성되고 있다”고 분석했다.

<뉴시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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