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송양지인(宋襄之仁)’은 ‘송나라 양공(襄公)의 인자함’이라는 뜻으로, 쓸데없이 베푸는 동정을 비웃어 이르는 말이다. 춘추시대 송은 강대국 초와 전쟁을 치르고 있었다. 초는 송보다 국력이 월등했다. 전쟁이 시작되자 한 신하가 초의 군사가 많으니 그들이 강을 건너기 전에 공격하자고 간한다. 그러나 양공은 정당한 방법이 아니라며 거절한다. 강을 건넌 초 군대가 미처 대오를 갖추지 못했을 때 공격하자고 했으나 양공은 또 거절한다. 정당하지 않다는 것이다. 드디어 전열을 갖춘 초 군대와 전투가 벌어지자 송은 대패하고 양공은 부상한 뒤 죽는다. 양공은 죽기 전에 백성들이 원망하자 “군자는 상처 입은 군사를 두 번 공격하지 않는다”는 도덕적인 명분을 내세우며 자기 합리화를 한다.

전쟁은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고 싸워 이겨야 한다. ‘삼국지’를 보면 전쟁에서 이기기 위해 온갖 술수와 매복, 기습 등이 비일비재하다. 전쟁은 피도 눈물도 없는 냉혹한 싸움이다. 한 사람의 잘못된 판단으로 나라가 망하고 수많은 백성이 죽을 수도 있다. 그러나 양공은 정정당당함이라는 도덕적 명분에 집착해 수많은 백성을 죽게 했다. 국력이 월등한 초를 상대로 정상적인 방법으로 전쟁한 것이다. 인간적으로 더할 나위 없는 훌륭한 인물이었으나 결국 그의 행위는 비웃음을 받았다.

만약 이 싸움에서 양공이 이겼더라면 후세의 평가는 어떠했을까? 아마 어마어마한 칭송을 받았을뿐더러 비열한 방법으로 전쟁하는 사람들은 세상의 지탄을 받았을 것이다. 세상사 어디 전쟁뿐이겠나? 앞으로 치를 대통령 선거도 만만치 않을 것이다. ‘all or nothing’이다. 그러니 시작도 안 했는데 벌써 온갖 치졸한 수를 놓고 있다. 양공과 같은 도덕적 품성을 지닌 사람끼리 맞붙는다면 어떨까? 정해진 룰을 지키며 정당하게 겨루는 모습을 볼 수 있으면 좋겠다. 양공 같은 사람이 조롱받지 않는 세상이 올까?

중동고 교장, 성균관대 명예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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