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대한민국 30代 리포트 - ⑤ 공정과 정의를 향한 외침
‘평등·공정·정의’에 가장 민감
국민청원 등 이슈화에 앞장서
불매운동·언론제보 등도 활발
취업·결혼·재산축적할 시기
심화된 불평등에 절박함 절정
“공정 경쟁하면 다른 결과 인정”
“월급 230만 원 받는 사원이라며, 6년 다녔다며, 50억 원 퇴직금이 정상적이야?”
“누군 연금 훅 깎이고 퇴직금도 없는데…”
“산재로 장애등급 아니 사망해도 회사에서 위로금으로 50억 원 주는 곳 없지 않아?”

◇“나는 ‘화이트불편러’입니다” = 사실 이는 부모 찬스에 국한되는 것만은 아니다. 30대는 사회 많은 분야에서 불평등에 민감하고 공정과 정의에 예민한 편이다. 그래서 이들 세대의 특징으로 ‘화이트불편러(White+不便+er)’라는 단어를 사용하기도 한다. 화이트불편러는 ‘정의로운 예민함’으로 무장, 사소해 보이는 일이라도 사회적으로 나쁜 영향을 미친다면 소신을 표현하며 문제를 제기하고 해결하고자 하는 특징을 가진다. 실제 30대는 우리 사회 평등과 공정에 대한 평가가 가장 박한 세대기도 하다.
16일 대학내일20대연구소에 따르면 30대는 ‘우리 사회는 평등한 사회다(20∼50대 전체 20.9%, 30대 15.0%)’ ‘우리 사회는 공정한 사회다(20∼50대 전체 18.6%, 30대 12.7%)’ ‘우리 사회는 정의로운 사회다(20∼50대 전체 28.9%, 30대 24.7%)’ 등에 대해 가장 낮게 동의하는 세대로 나타났다. 특히 이런 화이트불편러의 확산 배경에는 SNS 대중화와 다양한 인터넷 서비스의 발달이 있다는 평가다. 대표적으로 30대는 국민청원 운동 동참이나 SNS 해시태그 운동을 통해 공정 및 정의와 연관된 사회 문제를 이슈화하는 데 가장 적극적이다.
갑질 논란이 벌어졌던 특정 기업과 제품의 불매운동은 물론 크라우드 펀딩 등을 통해 사회 문제와 관련, 자신의 의견과 일치하는 프로젝트를 후원하기도 한다. 실제 같은 조사에서 ‘문제를 일으킨 기업·브랜드의 제품 및 서비스 불매(20∼50대 전체 38.8%, 30대 41.3%)’ ‘기부·후원·펀딩 참여(20∼50대 전체 19.1%, 30대 24.4%)’ ‘관심 있는 사회이슈 관련 행사 참여(20∼50대 전체 11.4%, 30대 12.8%)’ ‘언론제보·고발(20∼50대 전체 3.3%, 30대 5.4%)’ 등 활동을 전 세대에서 가장 활발하게 벌이고 있다.
◇“공정한 분배보다는 공정한 게임의 룰” = 30대들은 공정한 ‘결과’보다는 공정한 ‘과정’에 더 관심을 가지는 성향으로 분석된다. 또한 과정이 공정할 경우 원하는 결과를 얻지 못해도 받아들일 준비가 돼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실제 지난 2일 문화일보와 엠브레인퍼블릭의 설문조사 결과 30대들은 ‘절차가 공정하면 원하는 것을 얻지 못해도 결과를 수용할 의사가 있다’는 명제에 전체 응답자의 79.6%가 동의했다. 이는 30대의 목소리를 통해서도 확인된다. 대기업 과장인 이모(여·38) 씨는 “경쟁은 디폴트(고정값)고 당연하다고 생각한다”면서 “다만 성과에 따른 보상이 제대로 이뤄지지 않을 때 퇴사 충동을 느낀다”고 말했다. 그는 특히 “최근 여러 기업의 젊은 세대들이 성과급 문제를 제기했는데 결국 문제는 성과를 측정하는 방법 자체에 구성원들이 공감하지 못했기 때문”이라면서 “모두 똑같이 달라는 게 아니라 공정한 과정을 거쳐 성과급을 달라는 것”이라고 말했다.
공기업에 다니는 30대 남성은 “중소기업에 다니면서 학자금 대출을 다 갚고 공기업 취직을 준비하기 위해 퇴사한 뒤 6개월을 주말도 없이 공부했다”면서 “알바천국 보고 입사한 사람들, 기존 직원의 친인척 같은 사람들이 별다른 노력 없이 들어와 나와 같은 직급, 같은 대우, 같은 월급을 받는 것을 볼 때면 나의 노력이 무시당하는 느낌이 든다”고 말했다. 강정한 연세대 사회학과 교수는 “지금 젊은 세대들이 원하는 것은 공정한 분배가 아니라 공정한 게임의 룰”이라면서 “타고난 능력에 따른 보상보다는 노력에 대해 공정한 보상을 요구하는 경우가 많다”고 말했다.
◇“30대에게 공정은 ‘생존의 문제’” = 그렇다면 왜 30대들이 유독 공정에 민감한 모습을 보일까. 우선 30대에게 공정은 ‘생존의 문제’라는 분석이 제기된다. 취업, 결혼, 재산 축적 등 생애 주기상에 나타나는 절박한 ‘실존적’ 문제들 때문에 공정에 더 예민할 수밖에 없다는 분석이다. 구정우 성균관대 사회학과 교수는 “30대에는 일자리도 탄탄하게 만들고 재산도 어느 정도 모아야 하는데 계층 상승 사다리가 닫히는 게 눈앞에 보이니까 공정을 요구할 수밖에 없다”면서 “30대는 공정이 보다 생존과 연관돼 있다는 점에서 절박함의 차이가 있다”고 말했다.
분배 시스템 실패에 대한 지적도 제기된다. 김석호 서울대 사회학과 교수는 “30대는 상대적 박탈감을 가장 치열하게 경험한 세대”라면서 “국제통화기금(IMF) 외환위기 사태 이후 사회 불평등과 양극화가 심화하고 저성장이 지속하면서 부의 분배에 실패하는 시스템이 만들어졌고 그걸 정면으로 맞은 게 30대”라고 말했다. 부의 분배 실패가 30대들 사이에서 상대적 박탈감을 크게 했고, 이것이 공정에 대한 요구로 나타났다는 얘기다. 정치의 실패도 문제로 지적된다. 김형준 명지대 인문교양학부 교수는 “2030세대는 정부나 현 여당이 공정과 정의를 지킬 것으로 생각했는데 조국 사태 이후 허구였다는 사실이 드러났다”면서 “그 이후부터는 자신들이 현 정부 정책에 피해를 보고 있다고 생각하는 사람이 많아졌다”고 말했다.
공정의 한계도 지적됐다. 강 교수는 “공정성의 요체는 ‘노력한 만큼 보상해달라’는 것인데 이는 점점 도달하기 힘든 조건이 돼 가고 있다”면서 “노력한 만큼 보상을 요구하는 이유는 경쟁이 치열해서인데 경쟁이 치열해질수록 누구나 열심히 하기 때문에 노력해도 노력한 양의 변별력이 떨어질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그는 “일종의 공정성 딜레마로 해석할 수 있다”고 덧붙였다.
◇ 특별기획취재팀 = 김충남(사회부)·임정환(국제부)·김유진(정치부)·민정혜(전국부)·이정민(산업부)·전세원(사회부) 기자
임정환·민정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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