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고용시장 ‘초단기 일자리’ 급증

1일 단위 일자리 비중 늘어나고
3개월 넘는 알바 공고는 감소세

고용주도 인건비 부담 덜어 선호
기존에 없던 알바계약 속속 등장


“잠들 때까지 책 읽어드립니다. 한국어, 영어, 스페인어 원서 가능합니다. 소곤거리는 목소리, 조용한 목소리, 평범한 목소리 중에 고르실 수도 있어요. 그렇게 잠이 잘 온다는 전공책도 가능합니다.”

‘별별’ 초단기 아르바이트가 꾸준히 증가하고 있다. ‘긱워커’(필요에 따라 단기로 계약을 맺고 일하는 근로자) 시대가 본격화하며 생긴 반려동물 산책부터 잠들 때까지 책 읽어주기, 명품 구매 오픈런(백화점이 문을 열자마자 매장으로 질주하는 현상) 줄 대신 서주기 등 기존에 볼 수 없었던 색다른 일자리다.

코로나19 재택근무 영향에 따른 ‘N잡’(다수의 직업) 수요 증가와 특정 아르바이트에 얽매이지 않고 자신이 원할 때 일을 하려는 MZ세대(1980년대 초~2000년대 초 출생)의 성향이 맞물린 결과로 풀이된다.

17일 지역 기반 초단기 아르바이트 플랫폼 긱몬에 따르면 잠들 때까지 책 읽어주기(시간당 5000원), 오픈런 줄 대신 서주기(시간당 1만2000원), 함께 쇼핑하고 옷 골라주기(시간당 1만 원), 모닝콜 해주기(건당 500~1000원), 야구 연습 포수 해주기(2시간에 3만 원), 오토바이 체인 닦아주기(건당 2만5000원) 등 기상천외한 일자리들이 올라와 있다.

올해(지난 1~9월) 긱몬의 일자리 공고 중 시간당 1만 원짜리 반려동물 산책(9.5%)은 과외·레슨(17.9%), 각종 디자인 제작(10.8%), 상담(9.9%) 등에 이어 상위권을 차지했다. 쇼핑 동행 아르바이트를 등록한 김모(31) 씨는 “재택근무 날이나 주말에 2시간 정도만 투자하면 2만 원을 벌 수 있어 생각보다 수입이 쏠쏠하다”며 “상대가 창피하지 않게 옷도 예쁘게 입고, 짐을 들어주거나 사진도 찍어줄 수 있다는 점 등을 강조한다”고 말했다. 긱몬 관계자는 “코로나19의 영향으로 초단기 아르바이트 시장이 급성장하고 있다”며 “이제는 자신의 재능을 시간 단위로 판매하는 시대가 왔다”고 말했다.

고용주가 고용인을 찾는 기존 방식이 아닌 구직자가 자신의 노동력을 시장에 파는 신생 ‘긱잡’이 등장하며 고용시장에도 변화의 물결이 거세다. 강석훈 성신여대 경제학과 교수는 “최저임금 인상 등 인건비 부담으로 인해 중·장기보단 단기 아르바이트생을 원하는 고용주와 52시간제 도입으로 임금이 줄었거나, 시간이 빌 때 바로 일하고 싶어 하는 구직자의 요구가 맞아떨어진 결과”라며 “우리 경제가 빠르게 긱워커 시대에 진입했음을 보여준다”고 분석했다.

문화일보가 아르바이트 플랫폼 알바몬에 의뢰해 최근 3년간 근무기간별 아르바이트 공고 비중을 분석한 결과에서도 1일 이하 아르바이트 비중은 2019년 3.3%에서 올해 11월 기준 4.8%로 상승했다. 같은 기간 1주일 이하 아르바이트 공고도 2.2%에서 3.1%, 1주일~1개월은 2.4%에서 3.6%로 각각 늘었다. 반면 중장기에 해당하는 3~6개월 비중은 23.7%에서 20.1%, 6개월~1년은 28.2%에서 26.7%로 감소했다.

이근홍 기자 lkh@munhw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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