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현안 인터뷰
- 반가사유상 2점 ‘사유의 방’ 기획… 민병찬 국립중앙박물관장
관람객 동선에 변화…‘SNS 좋아요’ 이틀새 6000건 돌파
1400년 유지된 아름다운 미소·자태에 내·외국인 매료
꼭 봐야할 작품 인식…더 많은 사람들 박물관으로 이끌 것
통일신라시대 철불·경천사 10층 석탑 등도 알리고 싶어
주변 문화 수용·재해석하는 전통이 K-대중문화 밑거름
“‘사유의 방’이 문을 연 뒤로 관람객의 동선이 달라졌어요. 며칠 안 됐는데도 벌써 뜨거운 관심이 느껴집니다. 반가사유상이 국립중앙박물관에 오면 꼭 보고 가야 할 작품으로 인식되고, 더 많은 사람을 박물관으로 이끄는 대표 브랜드로 자리매김하길 기대합니다.” 지난 12일 서울 용산구 국립중앙박물관 상설전시관 2층에 새롭게 개관한 ‘사유의 방’. 국보 반가사유상 두 점을 위한 전용 전시공간인 ‘사유의 방’ 설치 아이디어를 내고 이를 실행에 옮긴 민병찬 국립중앙박물관장은 “반가사유상이 우리 국민에게는 문화적 자긍심을, 외국인들에게는 한국 문화의 매력에 대한 이해를 가져다줄 것”이라며 이같이 말했다.
‘사유의 방’은 중앙박물관 역사의 한 장에 아로새겨질 만한 공간이다. 특정 소장품만을 위한 전용 상설 전시공간을 만든 것도, 외부 전문가와 협업으로 전시공간을 설치한 것도 중앙박물관 역사상 이번이 처음이다. 철두철미하게 반가사유상을 위해 만들어진 ‘사유의 방’은 일어선 것도 가부좌를 틀고 앉은 것도 아닌 독특한 반가(半跏) 자세, 오른쪽 손가락을 오른쪽 뺨에 살짝 댄 채 깊은 생각에 잠긴 듯한 표정, 입꼬리만으로 자아낸 신비하고 오묘한 미소 등 반가사유상의 매력을 오롯이 관람객들에게 전달한다. 아울러 입구에 새겨진 ‘두루 헤아리며, 깊은 생각에 잠기는 시간’이라는 글귀가 대변하듯, 반가사유상과 함께 사유에 빠지는 신비한 체험을 선사한다. 지난 15일 오후 중앙박물관에서 민 관장을 만나 ‘사유의 방’ 설치의 의미와 향후 계획 등에 대해 들어봤다.
―개관 직후인데, 반응은.
“아주 좋다. 박물관 SNS에 홍보물을 올리면 ‘좋아요’라는 반응이 보통 200∼300건 정도인데, 지난주 금요일(12일) ‘사유의 방’ 개관 후 주말 동안에만 6000건이 넘었다. 대개 전시실에 입장해 1층부터 쭉 둘러보는데, 이제는 ‘사유의 방’이 있는 2층으로 행렬이 향한다. 특별전을 열어도 전체 관람객의 30% 정도만 찾는데, ‘사유의 방’에는 70∼80%가 들렀다 간다.”
―왜 반가사유상만을 위한 공간을 만들었나.
“박물관에서 일한 30여 년 동안 반가사유상을 전시했을 때 반응이 가장 좋았다. 뉴욕 메트로폴리탄 미술관 등 외국 기관과 교류할 때에도 반가사유상을 꼭 넣어 달라는 요청을 받는다. 외국 큐레이터들도 ‘안 봤을 땐 몰랐는데, 반가사유상을 보고 완전히 매료됐다’고 말한다. 하지만 반가사유상이 이렇게 내국인뿐 아니라 외국인들에게도 환영받고 한국의 아름다움을 대표하는 작품으로 여겨진다는 사실을 사람들이 잘 모른다. 국보 반가사유상이 두 점이라는 사실도 잘 모르고, 두 점의 생김새가 많이 다른데도 구별하지 못한다. 두 반가사유상을 한 공간에 전시해 언제든지 볼 수 있게 하면, 이들이 우리 박물관의 대표 브랜드로 확실하게 자리매김할 것으로 봤다.”
민 관장은 반가사유상의 매력이 단지 아름다운 조형미에만 있는 게 아니라고 했다.
“반가사유상은 1400년 넘게 유지되고 있는 아름다운 미소와 자태 등 예술적인 면에서 완벽함을 갖추고 있지만, 그와 더불어 ‘사유’라는 철학적 의미도 갖고 있다. 너무도 빨리 변화하는 시대에 현대인들은 천천히 생각할 겨를이 없고, 이것은 굉장한 스트레스가 되고 있다. 반가사유상의 ‘사유’라는 화두는 요즘 사람들에게도 큰 호응을 얻을 수 있다.”
―반가사유상을 널리 알리기 위한 추가 사업은.
“메타버스 플랫폼 ‘제페토’ 안에 가상박물관 ‘힐링 동산’을 열었다. ‘힐링 동산’은 반가사유상이 전하는 치유의 메시지를 글로벌 Z세대(1990∼2000년대 출생)의 감성에 맞춰 구현한 가상공간인데, 한 달 만에 260만 명이 다녀갔다. 이 중 92%가 외국인이다. 가상공간에서의 만남이 반가사유상의 미소를 직접 대면하는 길로 이어지길 기대한다.”
―반가사유상이 외국에서도 그렇게 사랑받는 이유가 뭘까.
“종교의 대상인 불교미술품의 우열을 논하기는 어렵다. 다만 우리 박물관에 소장된 두 반가사유상은 전 세계 70여 점의 반가사유상 가운데 어느 것보다도 아름답고 예술적으로 뛰어나다. 왼발을 내린 채 오른발을 왼무릎 위에 올리고, 오른손가락을 오른뺨에 대고 있는 반가 자세는 예술적으로 잘 표현하지 않으면 굉장히 어색해 보일 수 있다. 그런데 우리 반가사유상은 전혀 무리가 없고 아름다운 신체의 곡선을 보여준다. 이런 독특한 자세, 그리고 거기에서 피어난 아름다운 미소, 이런 절대적인 아름다움이 종교나 문화와 상관없이 사람들의 사랑을 받는 요인이 아닌가 싶다. 마치 그림 ‘모나리자’를 사람들이 좋아하는 것처럼 말이다.”
민 관장은 반가사유상에 대한 관심이 다른 중앙박물관 소장품과 우리 문화유산에 대한 관심으로 이어지는 마중물이 되기를 소망했다. 세계 어디에 내놔도 손색없는 문화유산이 반가사유상만은 아니라는 얘기다.
“43만여 점의 소장품 중 어느 것 하나 중요하지 않은 게 없지만, 많은 사람에게 그 가치를 제대로 알리고 싶은 것들이 있다. 통일신라 시대인 7∼8세기에 만들어진 철불(철로 만든 불상)이 대표적이다. 철을 주조하려면 청동에 비해 훨씬 더 뜨거운 열을 가해야 한다. 이 때문에 서양에서는 17세기 들어서야 철 주조물이 나타났는데, 이보다 1000년이 앞선 우리 철불은 옷 주름 하나까지 섬세하고 미끈하게 표현돼 있다. 경천사 10층 석탑도 고려인들의 불교에 대한 독창적인 이해를 보여주는 어마어마한 탑이다. 높은 순도와 조형미를 보여주는 신라의 금관, 당대 어느 곳에서도 발견하기 어려운 4∼5세기 신라·가야의 이형 토기 등도 앞으로 널리 알려 나가야 할 소중한 유산이다.”
지난해 11월 민 관장 취임 이후 중앙박물관은 겹경사를 맞았다. 손창근 선생이 추사 김정희의 ‘세한도’를 기증했고, 이건희 전 삼성전자 회장의 유족이 ‘이건희 컬렉션’ 가운데 2만1000여 점을 기증했다. 중앙박물관은 2025년까지 모든 기증품에 대한 조사와 연구 작업을 마무리할 계획이다. 기증 1주년인 내년 4월에는 중앙박물관에서 ‘이건희 컬렉션’을 기증받은 13개 기관의 연합 특별전이 열린다.
“올해 ‘이건희 컬렉션’ 가운데 대표 작품을 엄선해 작은 규모로 전시회를 열었을 때 국민의 반응이 가히 폭발적이었다. 내년 4월 말 국립현대미술관 등과 협업해 더 큰 규모의 기증전을 준비하고 있다. 이 전시회는 어떤 면에서는 2027년 완성될 ‘이건희 기증관’의 축소판이 될 수도 있을 것 같다. 이를 통해 국민이 좀 더 다양하고 풍부한 ‘이건희 컬렉션’을 만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한다.”
최근 드라마 ‘오징어게임’의 세계적인 인기가 보여주듯, 한국 대중문화에 대한 관심은 이제 K-팝과 영화 등을 넘어 전방위적으로 확산하는 모양새다. 전통문화 전문가인 민 관장이 이 같은 현상을 어떻게 이해하는지 물어봤다.
“현재 남아 있는 문화재만 보면 중국이나 일본에 비해 우리는 숫자가 엄청나게 적다. 그런데도 다른 나라의 어떤 것보다도 뛰어난 작품들이 있다. 반가사유상이 대표적이다. 세계적으로 높이 평가받는 반가사유상이 우리 반가사유상 두 점, 일본에 있는 목조 반가사유상 두 점이다. 일본의 두 점 가운데 하나는 신라에서 건너간 것이다. 또 세계에 석조 건축물이 매우 많지만, 우리 석굴암만큼 빼어난 건축물은 없다. 고려의 상감청자, 겸재 정선의 ‘인왕제색도’ 등도 마찬가지다. 이런 유산들의 공통점은 인도나 중국 등에서 건너온 것을 우리가 재해석해 최고 수준의 새로운 것으로 재탄생시켰다는 것이다. 이러한 전통이 쭉 이어져 지금의 대중문화 발전에 밑거름이 된 게 아닌가 싶다.”
오남석 기자 greentea@munhw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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