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호법’ 따라 구체적 비용 안밝혀 ‘깜깜이’…관저에 배우자·미혼 자녀 함께 거주 가능, 예산은 세금으로 충당
그동안 ‘식사’는 ‘통치 행위’ 일환으로 간주…文, 관례 깨고 4년 넘게 생활비 공제하고 월급 받아
文대통령부터 사비로 식비 등 지불
내년 5월 청와대의 새로운 주인을 뽑는 선거의 주요 후보들이 결정되는 등 대선 열기가 높아지는 가운데, 임기 5년의 대통령 가족들의 생활에 대한 관심이 커지고 있다. 경호상의 이유로 청와대 내 관저에 묵게 되는 직계 가족들의 생활과 경호에 세금이 들어가는 만큼 사생활에 대한 보호와 별개로 최소한의 감시는 이뤄져야 한다는 목소리도 나온다. 그간 정권들은 예외 없이 대통령 가족에 대한 언급에는 ‘국가 기밀’을 명분으로 아예 ‘깜깜이’로 대응해왔는데, 이에 대한 변화가 필요하다는 지적도 있다.
◇‘깜깜이’ 대통령 생활비 = 청와대 비서실은 17일 청와대 관저에 거주하는 가족의 생활비용 충당 내역과 이에 관한 규칙·내규 여부 등 자료를 요구한 추경호 국민의힘 의원에게 “대통령과 가족에 관한 사항은 ‘대통령 등의 경호에 관한 법률’의 경호 안전상 구체적으로 확인해드리기 어려운 점을 양해해 주시기 바란다”며 “다만 대통령 가족의 경호 및 거주와 관련해 법령을 위반하거나 부적절한 사항은 없다”고만 답했다. 정치권 관계자는 “그간 어떤 청와대든 대통령 가족의 출입·거주에 대한 부분, 생활(비용)에 대한 부분은 사소한 것도 답하거나 확인해주지 않았다”며 “어느 정도 공개를 용인하는 순간 어떤 식이든 비판을 피할 수 없다고 판단하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실제로 대통령의 공적인 업무 외 사적인 생활, 부인이나 미혼의 자식 등 직계 존·비속의 생활에 대해서는 청와대 측이 작정하고 공개하지 않는 한 알려지지 않는다. 청와대 내에서도 부속비서관·총무비서관실의 소수 전담 직원만 관여할 뿐이다. 당연히 예산 규모도 공개되지 않는다. 한 국민의힘 관계자는 “특히 대통령 가족이 묵는 관저와 관련한 예산은 시설관리비 이런 식으로 엄청 포괄적으로 나와 있다”며 “도저히 구체적으로 예산을 특정할 수 없다”고 말했다. 또 다른 관계자는 “경호처 예산은 각목 명세서를 보더라도 파악이 안 된다”며 “자료를 요청하더라도 대놓고 거부할 뿐”이라고 토로했다.
대통령경호법에 따르면 경호처의 경호 대상은 현직의 경우 대통령 혹은 대통령 당선인과 그 가족이 된다. 대통령은 경호상의 이유로 청와대 내 관저에 머무르고 배우자와 생활을 함께해온 자식도 같이 거주한다. 예를 들어 배우자와 미혼의 아들 2명이 있는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선 후보가 당선되면 관저에 4인이 머물게 되고 슬하에 자식이 없는 윤석열 국민의힘 대선 후보의 경우 배우자와 2명만 관저에 머물게 된다. 하지만 그간 관저에 머물러 온 대통령 가족들의 생활에 대해서는 극히 제한된 사실만 알려졌을 뿐이다. 자연스레 기혼의 자식이나 가까운 친인척이 잠시 관저에 머무는 경우도 있었던 것으로 알려졌다. 2009년 이명박 전 대통령의 아들 역시 관저에 잠시 기거한 것으로 전해졌다.
양준우 국민의힘 대변인은 “가족의 관저 생활, 대통령의 생활비에 대해서는 국민 세금이 들어가는 만큼 사생활을 감안하더라도 어느 정도 투명한 공개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밥값 내기 시작한 文 = 박근혜 정부 때인 2016년 위례시민연대라는 시민단체는 청와대 정보 공개 청구를 통해 ‘대통령(가족 포함)이 청와대에서 상시 무료로 숙식할 수 있는 법적 근거’를 따져 물었다. 이에 당시 청와대는 정보공개 결과 통지를 통해 “대통령은 국정의 최고 책임자로서 상시 직무를 수행해야 하고 특별한 신변안전이 요구되기 때문에 대통령 등의 경호에 관한 법률, 국유재산법 등에 의거 청와대 내에 관저를 두고 운영하고 있다”고 밝혔다. 청와대 측은 대통령(가족)의 무료 숙식을 부인하지 않은 셈이다. 당시 시민단체 측은 경호 등을 감안해 숙박비 면제는 이해되나 식비는 납부해야 할 것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실제 대통령의 ‘식비’는 ‘통치 행위’의 일환으로 여겨져 그간 제대로 밝힌 적도, 밝히려 애쓴 적도 없었다. 청와대가 법적 근거로 삼는 대통령경호법이나 국유재산법에는 명시적으로 대통령 가족의 식비에 대한 규정은 없다.
정권이 출범하고 보름가량 지난 뒤 문재인 대통령은 그간 관례를 깨고 ‘밥값은 내가 내겠다’는 의지를 밝혔다. 이정도 총무비서관은 2017년 5월 25일 특수활동비 및 특정업무경비 관련 브리핑을 하며 “앞으로 대통령의 공식행사를 제외한 가족 식사비용, 사적 비품 구입 등은 예산 지원을 전면 중단하겠다”며 “대통령은 앞으로 공식회의를 위한 식사 이외에 개인적인 가족 식사 등을 위한 비용은 사비로 결제하게 된다”고 말했다. 국민의 세금인 예산으로 비용을 지급할 수 있는 부분과 그렇지 않은 경우를 명확히 구분하겠다는 대통령의 의지라고 청와대 측은 설명했다.
청와대 관계자는 “그 브리핑 후 4년 6개월이 지났지만 지금도 생활비를 아예 공제한 월급을 받고 있다”며 “그런 부분을 칼같이 하려고 인연이 없는 이 비서관을 총무비서관으로 앉힌 것”이라고 말했다. 단 구체적인 차감 내역 혹은 생활비 지출 내역은 공개하지 않았다. 외국의 경우에도 세부 생활비 지출 내역까지는 공개하지 않는 것으로 알려졌다.
총무비서관실 산하에 담당 직원이 관저의 직원과 상의해 공적인 업무와 사적 영역을 구분한 뒤 비용을 청구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예를 들어 주말의 식사라도 청와대 직원 등과 함께한 식사는 예산으로 쓰고 가족과 함께 먹은 경우 문 대통령의 월급에서 차감하는 식이다. 여권 관계자는 “문 대통령이 그간 관례를 깬 만큼 앞으로 누가 대통령이 되든 나와 내 가족 밥값은 내가 낸다는 게 새로운 관례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민병기·조재연 기자
주요뉴스
시리즈
이슈NOW
기사 추천
- 추천해요 0
- 좋아요 0
- 감동이에요 0
- 화나요 0
- 슬퍼요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