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훈, ‘역병’(시집 ‘생물학적인 눈물’)
새로 문 연 가게를 보면, 예전에는 궁금했다. 무얼 파는 가게인가 알아보고 싶었다. 언제 한번 가보아야지 생각했었다. 자영업을 하게 된 지금은 한숨이 절로 나온다. 어찌 버티려고 하나, 여윳돈은 있나, 걱정이 된다. 벌컥 문을 열고선 사장님 힘내세요! 응원을 외쳐주고 싶을 지경이다. 다들 알고 있다. 자영업자에게 혹독한 시절이라는 사실을. 나 역시 하루에도 몇 번씩 응원을 받곤 한다. 하지만 지금 힘을 내야 할 것은 손님들 쪽이 아닌가 생각하게 된다. 힘을 내어 가게의 문을 열어주세요, 주문을 해주세요, 물건을 골라주세요, 셈을 치러주세요, 하고 말해주고 싶은 것이다.
지금의 자영업자들에겐 선택권이 없다. 내내 끌려가는 처지가 되고 말았다. 그렇게 생각하면 막막해지고 마는 것이다. 여지없이, 생존하기 위해서, 망한 뒤에 벌어질 일들을 겪지 않기 위해 운영을 해야 한다니. 지금 상황은 어쩔 수 없는 거니까 조금만 참아, 하는 격려를 참 많이 받지만, 정말 그런가. 마스크를 벗게 되는 날이 오면 안도하며 가게를 운영할 수 있는 것일까. 이제는 그조차 믿기 어려워졌다. 정말 화가 나는 까닭은, 탓할 대상도 없다는 사실에 있다.
며칠 전엔 개업한 아이스크림 가게를 보았다. 각지에서 보내온 화분들이 가게 앞에 늘어서 있었다. 축하할 일이고 번창하길 바라는 마음이어야 하는데 곧장 발걸음이 떼어지지 않았다. 작심하고 들어가 한 아름 아이스크림을 사버렸지 뭔가. 이 겨울에. 먹을 사람도 없는데. 계산을 하면서 정말 잘되시라고 말해주고 싶었다. 부끄러워서 그냥 돌아섰지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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