난민사태·우크라 국경 압박 등
러-서방 갈등 의식한 조치 분석
에너지 쥐고 유럽 흔들려던 러
무소불위 행보에 제동 걸릴 듯
독일이 러시아로부터 연결되는 해저 천연가스관 노드스트림2의 승인 절차를 16일 전격 중단했다. 독일은 “절차적 문제에 따른 일시적 중단”이라고 밝혔지만 최근 러시아와 서방의 갈등이 깊어지고 있는 가운데 나온 이번 조치를 두고 외신들은 ‘더는 러시아에 끌려다닐 수 없다’는 의지가 반영된 조치로 해석했다.
노드스트림2의 조속한 승인 압박을 위해 유럽으로의 가스 공급을 축소해 에너지 대란을 촉발했다는 의혹을 받는 러시아는 최근 유럽연합(EU)에 대한 벨라루스의 ‘난민 공격’을 사주했다는 의혹에도 휩싸인 상태다.
CNN 등에 따르면 이날 독일 에너지 규제 당국은 “노드스트림2 운영기관이 독일이 아닌 스위스에 기반을 두고 있어 승인하지 않았다”며 “독일 국내법을 따르는 합법적 조직이 돼야 사업 승인이 가능하다”고 밝혔다. 노드스트림2는 러시아 북서부에서 발트해 해저를 지나 독일 북부로 이어지는 길이 1230㎞에 달하는 해저 가스관이다. 러시아는 해당 가스관이 가동되면 즉각 대규모 가스 공급이 이뤄져 유럽 에너지 대란이 해소될 수 있다며 독일 당국에 가스관 승인을 압박해왔다.
독일이 이 같은 조치에 나선 배경으로는 최근 러시아와 서방 간 갈등의 골이 깊어졌기 때문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러시아의 무소불위 행보에 유럽이 제동을 걸었다는 시각이다. 가스관이 승인되면 러시아에 대한 의존도가 더 커져 러시아의 압력에 쉽게 굴복할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특히 최근 러시아는 벨라루스와 폴란드 국경에서 벌어진 난민 문제의 배후로 서방이 자국을 지목하자 이에 반발, 벨라루스와 우크라이나 접경 지역에 대규모 군사력을 투입해 무력시위에 나선 상태다. 가디언은 “지정학적 압력이 커지면서 독일이 가스관 승인 절차를 중단한 것”이라고 평가했다.
사실 러시아가 노드스트림2를 추진한 동기부터 불순했다. 러시아는 EU와 나토(북대서양조약기구) 가입을 추진하며 친서방 노선을 본격화하면서 눈엣가시가 된 우크라이나를 배제하기 위해 노드스트림2를 개발했다. 노드스트림2가 가동되면 기존 우크라이나를 지나는 가스관을 대체할 수 있기 때문이다. 러시아는 우크라이나에 지급하는 연간 20억 달러의 통관 수수료를 못마땅해 왔다. 노드스트림2 가동으로 유럽에 대한 영향력을 높인다는 측면도 있었다. 러시아는 부인했지만 러시아가 가스관 승인 압박을 위해 일부러 유럽의 가스 공급을 줄였다는 의혹까지 제기된 이유다.
반면 독일은 서구 국가들로부터는 사업 중단을 압박받아왔다. 보리스 존슨 영국 총리는 이날 “독일이 우크라이나 편에 서거나 노드스트림2 사업을 승인해야 하는 갈림길에 있다”고 말했다. 우크라이나는 “노드스트림2 승인 절차 중단을 환영한다”며 “러시아가 가스를 무기로 쓰는 것을 막아야 한다”고 밝혔다.
한편 유럽의 에너지 가격은 치솟았다. 이날 네덜란드TTF 거래소에서 천연가스 선물은 메가와트시(MWh)당 15.2% 오른 94유로(약 12만6000원)에 거래됐다. 영국 천연가스 가격은 섬(Therm·열량 단위)당 17.2% 오른 2.40파운드(약 3800원)를 기록했다. 각각 한 달 만에 최고 수준이다.
임정환 기자 yom724@munhw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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