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스피스 환우·말기 환자 등
가족과 함께 가보고 싶은 장소
무료로 데려다 주고 시간 보내
일상의 행복 소중함을 느끼죠”
“임종을 앞둔 말기 환자가 마지막으로 가 보고 싶어 하는 곳에서 가족과 함께 좋은 추억을 만들어 드리고 싶습니다.”
시한부 삶을 사는 호스피스 환우나 말기 환자들을 대상으로 한 ‘소원 들어주기 프로젝트’가 주목받고 있다. 주인공은 지난 9일 ‘앰뷸런스 소원재단’을 설립한 송길원(64) 경기 양평 청란교회 목사다. 개신교 가정사역 전문기관 하이패밀리 대표도 맡고 있는 송 목사는 15일 문화일보와의 전화 인터뷰에서 “환자와 가족을 보면서 일상의 행복이 얼마나 소중한지를 느꼈다”며 “누군가에겐 기적 같은 일이 우리에겐 일상”이라고 말했다.
소원재단은 가족의 도움을 받더라도 외출이 쉽지 않은 호스피스 환우 등을 앰뷸런스에 태워 바닷가, 공연장, 박물관 등 환우가 희망하는 장소에 무료로 바래다주고, 함께 시간을 보내며 작지만 소중한 꿈을 이뤄주는 봉사 단체다.
설립 이후 첫 사례는 췌장암 4기 판정을 받고 병상에서 지내고 있는 방모(74) 씨다. 지난 13일 방 씨는 가족과 함께 인천 을왕리해수욕장에서 꿈에 그리던 가족 나들이를 했다. 방 씨는 과거 냉방기 엔지니어로 일했던 탓에 성수기인 여름철 가족과 휴가를 떠나는 일은 생각지도 못했다. 하던 일이 부도가 난 뒤로는 형편이 어려워졌고, 병까지 얻으면서 가족 나들이는 꿈같은 일이 돼 버렸다. 임종을 앞두고 바닷가에서 저녁노을을 보고 싶은 게 방 씨의 마지막 소원이었다.
이날 방 씨 가족 나들이에는 특별한 손님도 초대됐다. ‘홈런왕’ 이만수 한국야구위원회 부위원장이 야구를 좋아하고 자신의 팬이기도 한 방 씨를 위해 사인볼과 글러브를 들고 동참한 것이다. 송 목사는 “이 부위원장이 사인볼 선물과 함께 점심식사만 모시려 했으나 방 씨 가족의 사연을 듣고 일몰 때까지 함께 시간을 보냈다”고 전했다. 119 소방대원 2명이 자원봉사자로 참여해 앰뷸런스 운전과 방 씨의 건강을 살폈다. 송 목사 등 재단 관계자들도 동행해 방 씨 가족이 바닷가에서 오랜만에 단란한 시간을 보낼 수 있도록 도왔다.
송 목사는 “웰다잉법 국회입법 운동을 벌이면서 해외 사례를 찾다가 네덜란드 앰뷸런스 소원재단을 알게 됐다”며 “현재 유럽 13국과 일본 등에서도 운영되고 있다”고 했다. 그는 “각종 사연을 간직한 신청자가 몰리면서 봉사자, 차량 모두 부족하다. 내 가족의 마지막 소원을 들어주는 마음으로 많은 분이 동참했으면 좋겠다”고 했다. 그러면서 “지금은 앰뷸런스가 한 대뿐이지만 10대, 100대로 늘어나고, 자원봉사자도 더 많이 참여해 전국적으로 1만9700명에 이르는 호스피스 환우들의 마지막 소원을 들어주는 게 꿈”이라고 덧붙였다.
한편, 소원재단은 전화(1855-1109)와 이메일(admin@hifamily.net)로 사연을 받아 의료진과 변호사 등의 조언과 심사를 거쳐 대상자를 신중하게 선정하고 있다.
박현수 기자 phs2000@munhw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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