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주선 홍익대 건축도시대학원 교수

여야 대선 후보가 확정됐는데도 국가적 의제보다 세금 논쟁이 한창이다. 과거 노무현 정부는 종합부동산세와 분양가상한제 등 이념적 부동산정책의 역풍으로 정권을 잃었다. 지금의 정부·여당도 그 악몽을 벗어나기 위해 몸부림치고 있지만, 부동산시장은 대년 대선 이후에나 움직일 듯한 분위기다.

윤석열 국민의힘 대선 후보는 종부세 전면 재검토를 통해 주택시장 안정을 추진하겠다고 했으나,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후보는 기본소득 재원으로 ‘국토보유세’를 도입한다니, 엎친 데 덮친 격이다. 한편 여당은 표심을 잡기 위해 1가구 1주택자의 양도세 비과세 기준을 시가 9억 원에서 12억 원으로 상향 조정하는 소득세법 개정 논의를 시작했다.

필자가 세금정책과 관련해 자주 인용하는 사례는, 1800년대 영국의 곡물법 논쟁과 1980년대 미국의 신자유주의 정책이다. 전자는 영국 의회가 불로소득이 경제발전에 필요하다는 판단 아래 지주 계층의 손을 들어줬으며, 후자는 긴축재정 대신 민간의 활력을 도입하자는 정책으로 세계 경제발전을 견인해 왔다.

세금 논쟁의 출발점은 ‘작은 정부를 꾸릴 것인가, 큰 정부를 거느릴 것인가’ 하는 국가 운영 시스템의 선택 문제다. 국가는 세금을 거두기 위해 존재한다는 말이 있지만, 시민 저항과 직접 맞닿아 있어서 극히 신중히 접근해야 함에도 문 정부는 5년 내내 좌충우돌하는 형국을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현 정부는 국가 경제발전과 국민 삶의 질을 위해 선진국들이 어떻게 했는지를 숙고하는 대신, 불로소득에 대한 반감을 고조시켜 표심으로 연결하려 했다. 지난해 7·10 부동산 대책에도 종부세 대상자가 1% 정도밖에 안 된다며 세율을 올린 홍남기 경제부총리는 급등하던 주택 가격이 가파른 상승세를 이어가게 만들었다. 세금을 올리면 다주택자들이 집을 내놓을 것이란 예측은 빗나가고 매물 잠김 현상 심화로 역효과만 발생했다.

여당의 부동산 세금정책 수립 절차를 살펴보면, 겉으로는 여당 강경 지지파를 의식해서 불로소득 환수라는 구호를 버젓이 내걸지만, 여론이 조금만 심상치 않게 돌아간다 싶으면, 1가구 소유자, 장기 보유자, 고령층에는 감면 혜택을 준다며 달래기를 시도한다. 이렇듯 이념도, 논리도, 표심도 물 위의 낙엽처럼 둥둥 떠다니고 있기에 재집권에 대한 국민적 의심이 점점 짙어지고 있다.

미국과 같은 초일류 국가에서는 왜 양도세를 거의 내지 않는가? 왜 재산세를 연말정산 때 비용으로 처리하는가? 또, 부동산 관련 세금이 공동체를 위해 어떻게 쓰이고 있는지에 관한 연구는 뒤로한 채, 오로지 국민을 부자와 빈자로 갈라치기 함으로써 반사이익을 보려 한다. 이 같은 집권층의 속셈에 모든 사람의 삶의 질을 하향 평준화시키려는 것이 아닌가 하는 비판이 드세다.

세금을 줄임으로써 개인에게는 실질소득을 늘리고 기업에는 투자 여력을 키워 경쟁력을 높여야, 국민이 행복해지고 경제가 발전된다는 게 만고불변의 경제학적 진실이다. 부자 것을 빼앗아 가난한 자에게 나눠줘야 모두 잘살게 될 것이라는 카를 마르크스와 레닌의 망상에 또다시 짓밟힌다면, 우리가 그토록 피 흘리며 싸운 자유민주주의는 물론, 대한민국의 미래는 중세 암흑기로 들어갈 수도 있다는 불안이 증폭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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