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제동원 피해 생존자 측 “중대한 불법행위이자 인권 침해”
“검찰 수사로 5년 선고 지연에 재판 거래 있었단 사실 밝혀져”
양승태 전 대법원장 재판거래 의혹 형사소송 2년 넘게 공전…“민사소송 입증 어려워”


박근혜 정부 시절 청와대와 법원 간 ‘재판 거래’로 일본 강제 징용 가해 기업에 대해 책임을 묻는 소송 절차가 지연됐다며 소송을 제기한 강제동원 피해자 측이 첫 재판에서 “중대한 불법행위이자 인권침해”라고 주장했다.

17일 서울중앙지법 민사합의23부(부장 홍진표)는 강제동원 피해 생존자인 이춘식(98) 씨와 고 김규수 씨 배우자 등 2명에 대한 1차 변론을 진행했다. 앞서 두 사람은 지난 5월 국가를 상대로 각각 1억 원씩 총 2억 원의 손해배상금을 달라는 소송을 제기했다.

이 씨 측 변호인은 “2012년 대법원이 강제 징용 피해 관련 소송에서 원고 승소 취지 판결을 했음에도 대법원(재상고심)이 선고를 (5년간) 지연했다”며 “이후 (검찰 수사로) 재판 거래 행위가 있었단 것이 밝혀졌다”고 주장했다. 이어 “당초 양승태 전 대법원장 등 관련 형사재판 경과를 보고 소를 제기하려 했으나 (원고가 고령인 관계로) 더 이상 기다릴 수 없게 됐다”고 했다. 이에 대해 국가 측 변호인은 “원고 측 입증 자료가 없는 만큼 재판부에서 기각 판결을 내려달라”고 반박했다. 양승태 전 대법원장 등 재판 거래 혐의를 받는 전직 법관들이 2019년 2월 기소된 후 2년 넘게 1심에서 유·무죄를 다투고 있는 만큼, 형사 사건 형이 확정되기 전까지 관련한 손해배상 소송은 진행되기 어렵다는 뜻이다. 재판부도 “형사사건 진행 정도나 경과를 확인해서 5개월 후 두 번째 공판에서 방향을 정하자”고 했다.

앞서 이 씨 등 4명은 2005년 2월 일제 강제 징용 피해 관련 신일철주금(신일본제철)을 상대로 손해배상 청구 소송을 냈다. 당시 1·2심에선 패소했지만, 2012년 대법원이 원고 승소 취지로 원심을 파기했다. 이후 파기환송심에서 일본제철이 1인당 1억 원씩 배상하라고 판결했지만, 재상고심 판결까지 5년 2개월이 소요돼 원고 4명 중 이 씨를 제외한 3명은 세상을 떠났다. 이 사건은 2018년 10월 원고 승소로 최종 판결됐지만, 이후 검찰 수사에서 재판 지연이 박근혜 정권과 양 전 대법관 등 사법부의 재판거래에서 비롯됐다는 사실이 드러났다.

김규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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