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금리가 인플레 유발한다”
터키 ‘저금리 기조’ 유지 강조
독단적 정책에 경제악화 우려


남아프리카공화국과 헝가리 등 신흥국들에 이어 미국 등 선진국들도 금리를 인상할 움직임을 보이는 가운데 터키만은 “고금리는 재앙”이라며 저금리 기조를 이어가고 있다. 레제프 타이이프 에르도안(사진) 터키 대통령의 ‘마이웨이’식 저금리 ‘집착’이 그 이유인데, 이로 인해 가뜩이나 심각한 인플레이션이 더 악화하면서 경제 위기가 가속될 것이라는 우려가 나온다.

18일 파이낸셜타임스(FT)에 따르면 터키 중앙은행은 이날 기준금리를 1%포인트 인하해 15%로 설정했다. 19%였던 지난 9월 이후 약 두 달 새 세 차례나 인하한 것으로, 이로 인해 터키 리라화 가치는 급락세를 이어가 올해 들어 30% 이상 가치가 절하됐다. 이는 2018년에 있었던 통화 위기 때와 비슷한 수준이라고 FT는 전했다.

이 같은 조치는 갈수록 독재 성향이 짙어지고 있는 에르도안 대통령의 고집 때문이다. 에르도안 대통령은 이날도 “고금리가 인플레이션을 유발한다”, 지난 17일 의회 연설에서도 “터키를 고금리의 ‘재앙’에서 해방시키겠다”면서 연일 비정통적인 견해를 쏟아내고 있다. 일반적으로 중앙은행이 기준금리를 내리면 시중 통화량이 증가해 물가가 상승하고 외화 대비 자국 통화의 가치는 하락한다. 반면 금리가 인상되면 시중 통화량이 감소해 물가가 하락하고 외화 대비 자국 통화의 가치는 상승한다는 게 기존 경제학의 설명인데, 에르도안 대통령은 정반대 의견을 개진하면서 세계적 추세를 거스르고 있는 셈이다.

이에 경제 전문가들은 우려스럽다는 반응을 보이고 있다. 블루베이자산운용의 신흥시장 전략가 티머시 애시는 “미친 일”이라며 “최근 터키의 금리 인하는 명분도 없고 정당성도 없다”면서 “에르도안 대통령이 혼자 통화정책을 운용하고 있는 것 같다”고 비판했다.

터키 경제에 암운도 짙어지고 있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은 “터키의 통화 위기가 터키 경제 전체를 뒤흔들고 있으며, 에르도안 대통령도 위험에 빠뜨리고 있다”고 보도했다.

실제로 이날 터키 야당 ‘좋은당’(IYI)의 우미트 오즈랄레 부대표는 이날 “에르도안이 터키를 파산 위기로 내몰고 있다”면서 “현재 터키의 경제 위기는 거시경제적 문제 때문이 아니다. 에르도안에게 끝없는 권한을 주는 의사결정 시스템 때문”이라고 비판했다.

박세희 기자 saysay@munhwa.com
박세희

기사 추천

  • 추천해요 0
  • 좋아요 0
  • 감동이에요 0
  • 화나요 0
  • 슬퍼요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