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금충당 위해 전·월세가 올리고
전세를 반전세·월세로 전환 전망
임대차3법 부작용에 종부세 겹쳐
양도세도 종부세 못지않게 부담
대선 전까지 급매물 많지 않을 듯
‘역대급’인 5조7000억 원대의 종합부동산세가 부과됨에 따라 전·월세 임대차 시장이 요동칠 전망이다. 정부는 종부세 부과 대상이 전 국민의 2%에 불과하다고 선을 그었다. 하지만 다주택자가 공급하는 전·월세 물건이 전체 임대시장의 70∼80%에 달하는 현실을 고려하면 종부세 인상에 따른 전·월세 연쇄 상승과 파장은 매우 클 것으로 보인다.
22일 종부세 부과 내역이 발표되자 부동산 전문가들은 가족 구성원 중 1인에게만 종부세가 부과된다고 해도 과중한 세금이 배우자, 자녀 등 가족 전체에게 영향을 끼칠 수밖에 없는 점을 볼 때 세금 증대분의 전·월세 전가 등 부동산 시장을 왜곡하는 부정적 영향이 커질 것이라고 진단했다. 종부세 폭탄이 풍선효과를 초래해 전·월세 주거 조건을 악화시키고 대출 규제와 고금리로 어려움을 겪고 있는 실거주자, 무주택 서민·중산층의 주거 환경을 더욱 위축시킬 것으로 예상했다.
권대중 명지대 부동산학과 교수는 “막 태어난 아이도 포함되는 전 국민의 2%가 아닌, 유주택자의 7%라는 점에서 전·월세 시장에 미치는 영향은 상당할 것”이라며 “앞으로 계약이 만료되는 물건부터 전세는 반전세로, 월세는 가격이 더 오르는 방식으로 임대차 시장에 영향을 미칠 것”이라고 진단했다. 고준석 동국대 법무대학원 겸임 교수는 “통상 전체 임대주택의 70∼80%가 다주택자에 의한 주택 공급”이라면서 “유주택자 중 다주택자 비중은 적지만 소유 주택 수는 많아서 종부세 인상이 임대차 시장에 미치는 영향은 클 것”이라고 말했다. 고 교수는 “결국 전·월세가가 올라 최종 피해자는 무주택자들이 될 것”이라고 지적했다.
보유세(재산세+종부세)가 앞으로 공시가격 현실화 등으로 더 늘어날 전망인 가운데 당장 매도에 나서는 다주택자는 적을 것으로 관측된다. 집값 상승 기대감이 여전하고 종부세 부담 못지않게 양도소득세 부담도 크기 때문이다. 전문가들은 대선에서 종부세 폐지 공약이 나온 만큼 내년 3월 대선 전까진 급매물도 많지 않을 것으로 예상했다. 부동산 중개업계에서는 “정부가 다주택자들의 세금 부담을 강화해 매물 출회를 유도하고, 이를 통한 집값 안정이라는 정책 효과를 거론하는데 기대하기 어렵다”는 반응이 나온다. 실제 다주택자들은 ‘양도(매매)’ 대신 ‘증여’를 택하고 있다. 한국부동산원에 따르면 올해 1∼9월 전국 아파트 증여는 6만3054건이었다. 이는 지난 2006년 통계 작성 이래 두 번째로 많은 수치다. 경기도의 경우 같은 기간 2만1041건이 증여돼 사상 최고치였던 2020년(1만8555건) 기록을 갈아치웠다.
다주택자들이 늘어난 세금 부담을 충당하기 위해 전세물건을 월세 등으로 전환하면서 월세 가격 상승률도 커지고 있다. 한국부동산원 파악 결과, 10월 아파트를 포함한 수도권 주택 월세 가격은 전달보다 0.38% 상승했다. 올해 들어 가장 높은 상승률로 지난 4월 이후 6개월 연속 오름폭이 커졌다. 서울부동산정보광장에 따르면 1월∼11월 20일까지 서울에서 월세가 조금이라도 낀 아파트 임대차 거래량은 5만6169건으로, 1∼11월 기준 역대 최대를 기록했다.
황혜진 기자 best@munhw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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