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달 19일 결선투표서 맞붙어
“31년만에 가장 양극화” 평가
볼리비아·페루 등 이어
‘좌파 대통령’ 집권여부 주목
21일 치러진 칠레 대선에서 이념적으로 양극단에 놓여 있는 두 후보가 선두에 올라, 오는 12월 19일 예정된 결선투표에서 다시 한 번 맞붙게 됐다. 중남미 대국인 브라질의 내년 대선에서 좌파 대부인 루이스 이나시우 룰라 다 시우바 전 대통령이 집권할 확률이 높게 점쳐지는 가운데 지난 6월 농민 출신 극좌파 대통령을 배출한 페루에 이어 칠레까지 ‘핑크 타이드’(좌파 물결)에 가세할지 주목된다. 1차 투표에서 우파 후보 호세 안토니오 카스트(55)가 좌파 후보 가브리엘 보리치(35)를 앞섰지만 2차 투표에선 뒤집힐 가능성도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같은 날 베네수엘라에서도 지방선거가 치러졌지만 야권이 분열된 탓에 니콜라스 마두로 대통령이 이끄는 좌파 정당의 무난한 승리가 예측되고 있다.
로이터통신 등에 따르면 이날 치러진 칠레 대선 1차 투표 개표가 90.19%까지 이뤄진 결과 카스트와 보리치의 득표율은 각각 28.02%, 25.60%로 집계됐다. 총 7명의 후보 중 두 후보가 초반부터 근소한 차이로 접전을 벌였지만 누구도 과반을 얻진 못해 2차 투표가 확실시됐다. 카스트는 승리 연설에서 “우리는 베네수엘라와 쿠바의 길을 가지 않을 것”이라며 보리치를 향해 “공산당의 꼭두각시”라고 비난했다. 그러나 결선에선 보리치가 승리할 수도 있다는 예측이 나오는 등 최종 결과는 막판까지 안갯속일 전망이다.
이날 32도에 육박하는 무더위에도 칠레 전역 투표소에선 유권자들이 2시간 넘게 줄을 서가며 기다리는 모습이 관찰됐다. 칠레는 자발적 투표가 시작된 2013년 이후 대선 1차 투표에서 투표율이 50%를 넘은 적이 없었던 나라다. “현재의 사회 불안정”을 더는 견딜 수 없다는 이들은 카스트에게, “위험을 감수하고 개혁해야 한다”는 이들은 보리치에게 앞다퉈 표를 줬다. 이에 군부 독재자였던 아우구스토 피노체트가 퇴장하면서 민주주의가 회복됐던 1990년 이후 “31년 만에 가장 양극화된 대선”이라는 평가가 나온다.
이 같은 양극화가 뚜렷해진 배경에는 팬데믹(세계적 대유행)이 초래한 불평등의 심화와 경제적 고통이 있다. 칠레에선 코로나19로 세계에서 22번째로 많은 3만8000명 이상이 희생됐고 경제는 6% 넘게 위축됐다. 경제 불안으로 사회가 혼란해지자 이번 대선의 쟁점은 치안과 이민, 경제 회복 등으로 좁혀졌다. “질서와 법”이 지켜지는 나라를 공약하며 “합리적 보수”를 자처한 카스트는 중도 우파 후보인 세바스티안 시첼이 부진한 사이 보수표를 결집했다. 그러나 동성 결혼과 낙태에 반대하고, 반(反)이민 성향이 짙은 카스트에겐 ‘칠레의 트럼프’라는 꼬리표가 따라붙었다. 지방 분권과 페미니즘, 근로시간 단축, 기후 변화 대응 등을 주요 가치로 내세운 보리치는 카스트와 대립각을 세우며 “불평등 없는 복지 국가”를 공약했다. 2011년 시위를 주도했던 학생 지도자 출신으로 2014년 의회에 입성한 그는 대통령에 당선되면 역대 최연소 기록을 쓰게 돼 ‘세대교체의 아이콘’으로 떠올랐다.
한편 같은 날 지방선거가 실시된 베네수엘라에선 유럽연합(EU) 등 서방국 옵서버가 15년 만에 전역에 배치돼 전 투표 과정을 감시했다. 야권은 2018년 대선, 2020년 총선을 내리 보이콧하다 4년 만에 선거에 참여했다.
장서우 기자 suwu@munhw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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