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대한민국 30代 리포트

‘가장 = 남성’ 인식 약해졌지만
부양책임에 가사 부담도 가중
30대男 미혼비중 첫 50% 넘어


“아내와 함께 맞벌이를 하기 때문에 가장이란 개념 자체가 약했다. 그래도 경제적 문제에선 아내보다 더 큰 책임을 느낀 것 같다. 아내가 1년 육아휴직을 하면서 ‘남자가 가족을 먹여 살려야 한다’는 부담이 현실화됐다.”

결혼 5년 차 정이환(34·가명) 씨가 고백한 30대 기혼 남성으로서 느끼는 가장 큰 고충이다. 실제 통계에서는 30대 남성은 자신이 가족을 경제적으로 부양해야 한다는 관념이 약했지만 실질적으로 남성의 부양 책임이 컸고 다른 세대에 비해 부양 책임에 가사·육아 부담까지 가중되며 큰 압박감을 느끼고 있었다. 23일 한국보건사회연구원이 지난해 9∼10월 만 19세 이상 8000명을 대상으로 설문한 ‘저출산·고령사회 대응 국민 인식 및 가치관 심층조사’에 따르면 ‘경제적 부양 책임을 주로 남성이 담당해야 한다는 생각은 현시대에 맞지 않는다’에 30대 79.6%가 동의했다. 이 동의율은 전체 75.4%보다 4.2%포인트 높았고, 전체 연령대 가운데서도 가장 높았다. 하지만 ‘남녀가 경제적 부양 책임을 공평하게 분담하고 있다’엔 30대 59.6%만이 동의했다. 30대 남성들은 또 많은 경우 가사·육아를 ‘내 일’로 여겼지만 실제로 공평한 분담 수준에 이르지는 못했다. ‘남녀가 육아를 공평하게 분담하고 있다’는 항목에 30대의 57.0%만 동의했다. 이처럼 30대 남성들의 가사·육아 참여율이 다른 세대보다 높지만 ‘공평’ 분담률이 반을 조금 넘는 데 그친 결과는 아직 우리 사회에서 일과 가정의 양립 문화가 정착하지 못했음을 보여준다.

그럼에도 30대 기혼 남성들의 어깨는 무겁기만 하다. 맞벌이를 하다 첫째를 출산하며 외벌이가 된 결혼 3년 차 김주철(35·가명) 씨는 “아내의 희생을 디딤돌 삼아 회사생활을 하고, 아직 ‘일’ 중심인 직장 선배들의 기대를 저버리면서 가정생활을 하니 나 자신도 지친다”고 토로했다. 이정완(39·가명) 씨는 “과거엔 일만 잘하면 힐난의 대상이 되지 않았는데, 지금은 일의 부담이 줄지 않은 상태에서 집안일까지 해야 하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지난해 결혼해 최근 딸을 낳은 유영훈(31·가명) 씨는 “직장과 가정을 오가며 일만 하는 기계가 된 것 같다”고 밝혔다. 질병관리청의 2019년 국민건강영양조사에 따르면 30대 남성 38.8%가 일상생활에서 스트레스를 ‘대단히 많이’ 또는 ‘많이’ 받는다고 응답했다. 사정이 이렇다 보니 결혼을 미루거나 안 하는 남성도 늘었다. 통계청이 발표한 2020년 인구주택총조사 표본 집계 결과, 30대 남성 가운데 미혼자 비중은 50.8%로 통계 작성 이래 처음으로 절반을 넘어섰다.

민정혜·전세원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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