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탄소년단이 21일(현지시간) 아시아 가수 최초로 미국 메이저 음악 시상식인 아메리칸뮤직어워즈에서 ‘올해의 아티스트’상을 받았다.  AP 뉴시스
방탄소년단이 21일(현지시간) 아시아 가수 최초로 미국 메이저 음악 시상식인 아메리칸뮤직어워즈에서 ‘올해의 아티스트’상을 받았다. AP 뉴시스
■ 24~26일 국회 국방위 법안소위 논의 시작

내달초 정기국회 만료 앞두고
대체복무 등 마지막 논의할듯

현행법엔 대중예술 부문 빠져
한류 연예인 보충역 편입안돼

가장 큰 걸림돌‘국민 공감대’
“불공정은 안돼” 여론 엇갈려

‘국위선양 기준 모호’도 문제
BTS 성과에 逆형평성 논란도


미국 빌보드 1위에 빛나는 방탄소년단(BTS)이 22일 미국 3대 음악 시상식 중 하나인 아메리칸뮤직어워즈(AMA)에서 아시아 가수 최초로 ‘올해의 아티스트’상을 거머쥐면서 대중문화예술인의 병역 문제가 다시 수면 위로 떠오르고 있다. 올 상반기부터 수차례 제기됐던 ‘병역법 일부 개정법률안’이 24∼26일 국회 국방위원회 법률안심사소위원회와 전체회의에서 다뤄지기 때문이다.

다음 달 초 정기국회 회기가 만료되기에 이번이 연예인 대체복무 등과 관련한 병역법 개정의 마지막 논의가 될 것으로 보인다. 과연 BTS를 비롯한 대중문화예술인들은 국민의 응원 아래 개정안의 수혜자가 될 수 있을까.

◇5개월간 계류 중인 병역법 개정안

대중문화예술인의 사회복무제도를 인정하는 병역법 일부 개정법률안은 지난 6월 25일 무소속 윤상현 의원에 의해 처음 발의됐다. 현행법은 대통령령으로 정하는 예술·체육 분야의 특기자를 문화체육관광부 장관의 추천으로 예술·체육요원으로 편입할 수 있도록 규정하고 있다. 그러나 ‘병역법 시행령’에는 예술·체육 분야의 특기 중에 대중예술 부문이 빠져 있다. 이에 국위를 선양한 대중문화예술인의 예술·체육요원 편입이 불가능한 것은 문제라는 지적을 반영한 것이다.

성일종(국민의힘) 의원도 8월 24일 비슷한 취지의 개정안을 내놨다. BTS 등 K-팝 스타들이 미국 빌보드 차트 1위를 차지하는 등 국위선양을 했음에도 현행 병역법상 예술·체육요원의 범위에 대중문화예술인이 빠져 있기 때문에 이들은 보충역 편입 대상이 되지 못하고 있다는 것을 강조했다. 또 2020 도쿄올림픽 육상 남자 높이뛰기에서 우상혁이 한국 신기록을 수립하며 4위를 차지했으나 메달을 따지 못해 병역을 면제받지 못하는 점도 꼬집었다.

이 개정안은 찬반 논란 속에 7∼8월 임시국회에서 거론되다가 법안소위에도 이르지 못하고 9월 초 논의가 중단됐다.

◇3개 안 병합 심사

그러자 지난 10월 여당인 더불어민주당의 안민석 의원이 다시 한 번 비슷한 내용의 병역법 개정안을 발의했다. 대중문화예술인들이 한류 확산에 기여하고 국격을 높이는데 예술·체육요원 편입 대상이 아니어서 형평성 문제가 제기되고 있다는 취지였다.

이에 따라 국회는 24∼25일 열리는 국방위 법안소위, 26일로 예정된 전체회의에서 기존의 세 가지 법안을 병합해 심사할 예정이다. 12월 9일 제391차 정기국회 만료에 앞서 병역법 개정안에 대한 논란에 마침표를 찍을 계획이다.

만약 예정대로 법안이 국방위 법안소위와 전체회의를 통과하면 이후 법률사법위원회에서 심사가 진행된다. 법사위까지 거치면 본회의 상정만 남는다. 여야가 경쟁적으로 발의한 개정안이라 국민적 여론만 모이면 본회의 통과는 어렵지 않을 것으로 예측된다. 하지만 대선 정국 등이 여전히 변수다.

성 의원은 “시대의 흐름에 우리 법도 맞춰 나가야 한다. E-스포츠 종목은 내년 아시안게임부터, 브레이크 댄스는 2024 파리올림픽부터 정식 종목으로 채택된다. 이제는 컴퓨터 게임을 잘하고, 춤을 잘 춰서 세계적으로 인정받으면 체육요원에 편입될 수 있는 것”이라며 “법률안 개정을 통해 체육인, 음악인뿐 아니라 대중문화예술인들에 대한 국가적 대우도 달라져야 할 것”이라고 밝혔다.

◇관건은 형평성과 공감대

그러나 역시 형평성과 공감대가 법안 통과에 있어 가장 큰 걸림돌로 남아 있다. 그동안 개정안이 수없이 발의되고 논의 직전까지 갔지만 번번이 중단된 것은 국민적 여론 때문이었다. 정부는 2019년 한류로 국위를 선양한 대중음악 가수에게 병역 대체복무를 허용하자고 확정한 국정현안점검조정위원회의 제안을 끝내 받아들이지 않았다. 대체복무 감축 기조, 병역의무 이행의 공정성과 형평성이 이유였다.

그러나 BTS가 AMA에서 전무후무한 기록을 세우면서 다시 역으로 형평성 논란이 일고 있다. 클래식 음악 콩쿠르에서 우승한 사람에겐 대체복무를 인정하면서 유독 대중문화예술인에겐 야박한 잣대를 들이대는 것을 비난하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한국음악콘텐츠협회에 따르면 1973년 병역 혜택 제도가 도입된 이후 편입된 인원은 총 1804명에 이른다. 협회 측은 “그동안 국위선양을 했던 1804명보다 방탄소년단 멤버 7명의 기여도가 그에 미치지 못한 것인지 진지하게 생각해 봤으면 한다”며 병역법 개정안 통과를 촉구했다.

아직도 여론은 첨예하게 엇갈리고 있다. 빌보드에서 10주나 1위를 하고 AMA에서 최고상을 받았다면 군 면제도 아니고 보충역으로 편입되는 정도는 인정해줘야 한다는 의견이 있는 반면, 대중문화예술의 성과에 대한 기준이 천차만별이고 모호해 하나로 규정짓기 어렵다는 의견도 있다. 또한 사회적·경제적으로 박탈감을 느껴온 2030세대는 군 문제만큼은 추호의 불공정도 있어서는 안 된다는 입장을 고수하고 있다. 국회의 결정, 국민의 공감대가 어느 쪽으로 흘러갈지 귀추가 주목된다.

김인구 기자 clark@munhwa.com

관련기사

김인구

기사 추천

  • 추천해요 0
  • 좋아요 0
  • 감동이에요 0
  • 화나요 0
  • 슬퍼요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