권오현 삼성전자 상임 고문
“국제분업 쉽게 흔들리지 않아”


35년간 ‘삼성맨’으로 일하며 한국 반도체 신화를 이끈 주역 중 한 명인 권오현(69·사진) 삼성전자 전 회장(현 상임고문)이 “삼성전자가 반도체 기술력을 유지하지 못한다면 미국에서 찬밥 신세가 될 수 있다”고 평가했다.

23일 관련 업계에 따르면 권 고문은 한국반도체산업협회 창립 30주년을 기념해 최근 발간한 ‘한국반도체산업협회 30년사’를 통해 “미국이 삼성전자나 (대만의) TSMC를 반도체 회의에 초대하거나 미국 내 팹 투자를 주문하는 것은 삼성이나 TSMC의 기술 때문”이라며 이같이 밝혔다. 권 고문은 반도체산업협회 제6대(2008~2011년) 협회장으로서 협회의 특별 인터뷰에 참여했다.

그는 “(미국은) 이들의 앞선 반도체 제조 능력을 찾는 것이고 중요한 것은 기술”이라며 ‘기술 리더십’ 유지를 거듭 강조했다. 또 미국과 중국, 유럽 등 주요국들의 ‘반도체 자립화’ 움직임에 대해선 “우리나라가 큰 피해를 볼 것으로 생각하진 않는다”고 진단했다. 권 고문은 “반도체는 국제 분업이 잘 이뤄져 왔고, 우리나라는 반도체 제조 기술이 강하다”며 “이런 분업화가 쉽게 흔들리진 않을 것”이라며 “(유럽·미국과) 협력하는 모습을 보이고 전략적으로 대응하면 언제든 기회가 있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정부의 시스템 반도체 육성 방안에 대해선 “연구·개발(R&D) 비용과 글로벌 시장 대응을 위해 (시스템 반도체 기업들이) 큰 기업이 돼야 하는데 국내 기업들은 소수를 제외하고 1000억~2000억 원 규모에 머물러 있다”면서 “(정부가) 이전과 같은 방식으로 시스템 반도체를 육성하겠다고 접근하면 앞으로도 성공할 기회는 없을 것”이라고 지적했다. 엔지니어 출신 전문경영인인 권 고문은 2004년 시스템LSI사업부 사장, 2008년 반도체사업부 총괄사장을 거쳐 2012년 삼성전자 대표이사 부회장 겸 DS부문장에 오른 뒤 이후 5년간 대표이사직을 수행했다. 삼성전자 종합기술원 회장을 끝으로 지난해 고문으로 물러났다.

곽선미 기자 gsm@munhwa.com
곽선미

기사 추천

  • 추천해요 0
  • 좋아요 0
  • 감동이에요 0
  • 화나요 0
  • 슬퍼요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