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1때 소아암 환자 보고 결심
지금까지 220 차례 헌혈·기증
아동 9명 후원…장기기증 서약
“잠수후 72시간 내 헌혈 어려워
환자 컨디션 나빠질까 늘 걱정”
목포 = 정우천 기자
“정기적으로 해왔던 헌혈과 기부를 멈추게 되면 아이들이 힘들어집니다. 제가 힘들더라도 아이들을 계속 돕는 이유입니다.”
최근 LG의인상을 수상한 해양경찰청 중앙해양특수구조단 서해해양특수구조대 소속 권재준(42) 경위는 24일 “어린 시절 밥도 제대로 못 먹고 학교를 다닌 경험이 있기 때문에 어려운 상황에 처한 아이들을 보면 마음이 아프다”며 이렇게 말했다.
경북 예천 태생인 그의 ‘측은지심’은 고등학교 1학년 때 발동했다. 당시 TV 방송을 통해 백혈병에 걸린 소아암 환자들이 매주 수차례 혈소판 수혈을 받아야 한다는 사실을 알게 된 직후다. 그때 자발적으로 헌혈의 집을 찾은 것을 시작으로 지금까지 220여 차례 헌혈을 했고, 주로 백혈병 환우 가정에 헌혈증을 기증해왔다.
권 경위는 해상 인명 구조를 위해 수시로 출동해야 하는 직업상 헌혈 예약을 지키지 못하는 경우가 생길 때 가장 안타깝다고 했다. 그는 “헬기를 타거나 잠수를 한 후 72시간 내에는 기압 차이로 혈관이 터질 수 있어 헌혈하기 어렵다”며 “이럴 땐 수혈을 못 받은 환우들의 컨디션이 걱정된다”고 말했다. 혈액형이 O형이어서 ‘지정 헌혈’ 앱에서 그를 찾는 사람이 많다고 한다. 그는 지난해부터 사단법인 한국백혈병소아암협회 광주·전남지회 홍보대사도 맡고 있다.
그의 선행은 헌혈만으로 그치지 않았다. 2008년 첫 직장(보안경비업체)에 취직했을 때 2명의 아동에게 정기 후원한 것을 시작으로 2010년 해경에 입문한 뒤에는 후원 아동수를 차츰 늘려나가 현재는 9명에게 정기적으로 후원금을 보내고 있다. 기부처는 한국백혈병소아암협회를 비롯해 초록우산어린이재단, 유니세프, 밀알복지재단, 대한적십자사 등 다양하다.
권 경위는 조혈모세포 및 사후 장기 기증 서약까지 했다. 2013년 동해에서 침몰 선박의 승선원 구조작업을 하다가 목숨을 잃을 뻔한 경험을 한 것이 계기였다. 해군 특수부대인 UDT에서 군 복무를 했고 해경에 들어와서도 특공대, 항공구조대, 해양특수구조대에서만 근무한 베테랑이지만 아찔한 순간은 많다고 한다. 그는 태권도, 유도, 우슈 등을 합쳐 10단이 넘는 각종 무술의 유단자이다.
권 경위는 이번 LG의인상 상금도 전액 기부했다. 1000만 원은 한국백혈병소아암협회 광주·전남지회에, 나머지 1000만 원은 소아암이나 혈액암으로 어려움을 겪는 해경 가족들에게 각각 기부했다. 119구급대원인 아내와의 사이에 2녀를 둔 그는 “내년 5월 세 아이의 아빠가 된다”고 자랑했다.
주요뉴스
기사 추천
- 추천해요 0
- 좋아요 0
- 감동이에요 0
- 화나요 0
- 슬퍼요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