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향 전남 강진서…유서에 “통증 더 심해져”

광주=정우천 기자

5·18민주화운동 당시 계엄군의 총탄에 맞아 하반신 마비로 고통에 시달려온 60대 남성이 숨진 채 발견돼 경찰이 수사에 나섰다. 공교롭게도 ‘5·18학살’ 주범인 전두환 전 대통령이 숨진 날 그의 시신이 발견됐으나, 숨진 시점은 전 전 대통령 사망 몇 시간 전일 가능성이 있는 것으로 분석된다.

24일 전남 강진경찰서 등에 따르면 전날 오후 4시쯤 강진군 군동면 한 저수지에서 이모(68) 씨가 물에 빠져 숨져 있는 것을 수색하던 경찰이 발견했다. 경찰은 지난 22일 오후 이 씨가 전북 익산 자택에 유서 한 장을 남기고 연락이 두절됐다는 가족들의 신고를 받고 소방대원들과 함께 이 씨의 고향 마을을 수색 중이었다.

유서에는 ‘계속 아팠는데 요즘 통증이 더 심해지고 있다. 5·18에 대한 원한, 서운함을 모두 잊고 가겠다’는 내용이 적힌 것으로 전해졌다.

경찰은 이 씨의 유서와 가족의 진술 등을 토대로 정확한 사망 원인을 조사하고 있다. 경찰은 지난 22일 오후 11시 16분쯤 저수지에서 5㎞ 이상 떨어진 강진의 한 교차로에서 이 씨 차량이 목격된 점을 토대로 이 씨가 22일 밤부터 23일 아침 사이 사망한 것으로 보고 있다.

한편 강진이 고향인 이 씨는 군 복무를 마치고 출가해 조계종의 한 사찰 승려로 1980년 5월 당시 부처님오신날 행사를 준비하던 중 5·18을 맞았다. 계엄군의 만행을 목격한 뒤 현장에 남아 부상자 이송 등을 돕던 중 계엄군의 총탄에 척추를 맞아 하반신이 마비됐다. 이로 인해 평생 후유증에 시달렸으며, 통증이 심할 때는 하루에도 수차례 진통제 주사를 맞아야 했던 것으로 전해진다. 그는 1980년 5월 21일 오후 광주 남구 월산동 로터리에서 백운동 고개 쪽으로 차를 타고 가다가 헬기 사격을 직접 목격했다는 내용을 1988년 국회 광주 특위 청문회와 1995년 검찰 조사, 2019년 5월 13일 전두환 사자명예훼손 혐의 1심 재판에서 증인으로 출석해 증언하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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