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남규 문화사회연구소 연구위원이 지난 24일 서울 종로구 한 카페에서 ‘30대론’에 대해 공통점과 다양성을 종합적으로 파악하는 세대성을 설명하고 있다.  김충남 기자
강남규 문화사회연구소 연구위원이 지난 24일 서울 종로구 한 카페에서 ‘30대론’에 대해 공통점과 다양성을 종합적으로 파악하는 세대성을 설명하고 있다. 김충남 기자
■ 대한민국 30代 리포트

30대가 보는 30대론 - 강남규 문화사회硏 연구위원

지역·경제력·성장환경 등 영향
‘세대론’아닌 ‘세대성’ 주목해야
밀레니얼·MZ 세대 등 묶는 것
상업·정치적 마케팅 전략 불과


“대한민국 30대를 제대로 파악하려면 공통점을 찾되 세대를 단일집단이 아닌 젠더, 지역, 경제력, 성장환경 등 여러 층위가 섞인 집단으로 바라봐야 합니다.”

지난 24일 서울 종로구 자하문로에 있는 한 카페에서 강남규(31) 문화사회연구소 연구위원을 만났다. 그는 우리 시대의 정치와 사회 담론들을 시민의 책임과 민주주의라는 관점에서 예리하게 분석한 칼럼집 ‘지금은 없는 시민(2020년)’으로 30대 ‘논객’이라는 타이틀을 얻었다.

30대가 바라보는 ‘30대론’ 역시 범상치 않았다. 20대를 갓 벗어나 ‘20대론’도 일부 포함된다. 강 위원은 먼저 세대론의 ‘작위성’을 문제 삼았다. 크게는 무려 10세나 차이 나는 사람들을 같은 연령대라는 이유만으로 묶어버리는 것은 상업적 마케팅 목적이 개입될 수 있다는 것이다. 정치권의 표심 획득을 위한 전략에도 세대론이 동원된다.

그는 “5∼6년 전 (주로 30대인) 밀레니얼 세대 얘기가 나오더니 어느 순간 MZ세대(1980년대 초∼2000년대 초 출생) 담론이 퍼졌다”며 “Z세대가 경제력이 생기면서 범위가 확대된 것”이라고 말했다.

그래서 세대론보다는 ‘세대성’에 더 주목해야 한다고 본다. 그는 “세대론이 이 세대는 ‘이렇다 저렇다’ 하는 것이라면 세대성은 그 세대가 갖고 있는 성격이나 공통적 특징을 보는 것”이라며 “시대상이나 그 나이 때 경험한 역사적 사건 등으로 세대를 보는 것은 의미가 있다”고 말했다. 예컨대, 30대를 청소년기 컴퓨터 사용 환경 등에 익숙한 ‘디지털 네이티브’나 기브 앤드 테이크가 확실한 실용주의자, 탈권위주의와 개인 중시 등의 정체성을 가진 집단으로 볼 수는 있다. 하지만 같은 시대를 지나왔어도 개인에 따라 경험이 다르기 때문에 세대성은 복잡성을 띨 수밖에 없다는 게 그의 생각이다. “국제통화기금(IMF) 외환위기도 어떤 지역이나 성장 환경에서는 심각한 사건이지만 어떤 사람은 쉽게 넘어갔다. 또한 같은 30대라도 아이폰을 살 수 있는 경제력을 가진 가정과 그렇지 못한 가정은 다를 수밖에 없다.” 그는 미국 사례로 한발 더 나아간다. 미국의 밀레니얼 세대 중 노동계급 청년들을 인터뷰한 ‘커밍 업 쇼트(제니퍼 M 실바, 2020년)’를 언급하며 “밀레니얼 세대의 특징으로 개인주의를 말하지만, 노동계급 청년의 개인주의는 단체라는 것을 경험해보지 못하고 국가나 집단으로부터 손해만 봐 차라리 나만이라도 살아야 한다는 태도를 보인다”고 했다.

그는 20∼30대 화두로 부상한 공정성 담론도 비판적으로 독해했다. 강 위원은 “조국 전 법무부 장관 사건과 시험을 보지 않고 비정규직을 정규직화하는 것에 모든 세대가 상당수 반대했다”며 “공정성을 청년 세대만의 특징으로 볼 수 없다”고 전제했다. 이어 “공정성은 매우 중요하지만 철학이나 가치관이라기보다는 내 이익의 문제로 해석되는 측면이 있다”고 지적했다. 공정성이 중립적인, 내가 손해를 봐도 감수하겠다는 태도는 아니라는 설명이다. 대표적으로 블라인드 채용은 능력주의 측면에서 매우 의미 있는데도 명문대생들이 이를 비판하는 것은 ‘내 학력도 내가 노력해서 얻은 것인데 왜 인정하지 않느냐’는 심리 때문으로 보고 있다.

최근 청년 세대에서 확산하는 젠더 갈등에 대해 그는 “사회인으로의 이행기에 나타나는 불안감과 불평등을 해소해줄 담론의 부재 속에 상대방을 향한 직관적 담론으로 대두한 게 바로 젠더 갈등”이라고 했다. 그는 남녀 간 불평등한 관계에 주목해야 해법이 보인다는 입장이다. 그는 “임금이나 채용 성차별 문제가 계속되고 있고, 남녀 간 능력 차가 없어도 형님문화 등으로 남성의 성공 가능성이 더 높다”며 “젠더 논의에서 마치 남녀가 동등한 권력을 갖고 있는 것처럼 보이는 것은 착시”라고 주장했다.

강 위원은 세대론은 결국 세대 간 불평등, 세대 내 불평등 문제에도 천착해야 실천적 과제를 찾을 수 있다고 본다. 그는 “10년 전 만 해도 불평등은 나쁜 것이라는 최소한의 사회적 합의는 있었다”며 “하지만 청년세대가 ‘우리’라는 감각을 갖고 있는지, 모두가 최소한의 삶을 누리는 것에 대한 합의점이 있는지 의구심이 든다”고 했다. 경쟁에서 탈락한 사람들이 어렵게 사는 것은 당연하다는 주장이 전혀 문제시되지 않는 시대에 살고 있다는 것이다. 따라서 그는 청년 세대 대 불평등 문제를 해결할 정치적 기획이 필요하며, 이를 위해 ‘세대의 정치화’가 아닌 ‘세대 간 정치화’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그는 “다양한 정체성을 가진 사람들이 서로의 차이를 인정하고 같은 방향으로 갈 수 있는 정치가 필요하며 결국 정당이라는 그릇에서 이를 실현할 수 있어야 한다”고 주장했다.


◇ 특별기획취재팀 = 김충남(사회부)·임정환(국제부)·김유진(정치부)·민정혜(전국부)·이정민(산업부)·전세원(사회부) 기자

김충남 기자 utopian21@munhw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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