창업·성장 분야에만 예산 집중
사업철수 관련 2.1% 편성 그쳐


광주에서 참치가게를 운영하는 김모(31) 씨는 29일 “다니던 회사를 그만두고 가게를 연 지 1년 6개월이 됐는데 그새 빚만 1억3000만 원이 쌓였다”고 말했다. 그는 “이자도 내기 힘들어 가게 문을 닫고 싶지만 폐업하면 일부 자영업자 대출을 일시상환해야 하는 등 비용을 감당할 수 없어 어쩔 수 없이 버티고 있다”며 “유일한 희망이었던 위드코로나마저 효과가 크지 않다”고 토로했다.

어렵게 재개한 위드코로나가 흔들리고 설상가상으로 새 변이인 오미크론까지 등장하면서 자영업자들이 재차 폐업 위기로 내몰리고 있다. 이러자 ‘폐업 지원 정책’을 강화하는 출구전략을 마련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자영업자 비중이 높은 우리나라의 경우 코로나19 변수에 취약할 수밖에 없는 만큼 정부가 창업, 성장뿐 아니라 철수까지 도울 수 있도록 지원을 더 세분화해야 한다는 것이다.

2021∼2025년 국가재정운용계획 지원단의 ‘소상공인·자영업자 지원 및 역량 강화’ 보고서에 따르면 우리나라의 전체 인구대비 자영업자 수(2018년 기준)는 10.9명으로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주요 33개국 중 멕시코(11.6명)에 이어 2위다. 하지만 자영업자 폐업에 대한 지원은 미미한 수준이다. 지원단이 소상공인 정책을 담당하고 있는 중소벤처기업부의 중소기업 정책(소상공인 포함)을 검토한 결과 101개 사업(예산 약 15조4000억 원) 중 소상공인의 철수 및 퇴출에 특화한 사업에는 단 2.1%(3217억 원)의 예산만 편성된 것으로 나타났다. 반면 창업 특화사업에는 29%, 유지 및 성장 사업에는 54%, 특화한 것으로 보기 어려운 사업에는 13%의 예산이 책정됐다. 중기부 외 주요 부처에서는 소상공인에 대한 철수 지원 예산이 전혀 없는 것으로 조사됐다.

코로나19로 인한 급격한 매출 악화로 자영업자들이 폐업이나 업종 전환을 하지 못한 채 고사당할 처지에 있는 점도 문제로 지적된다. 대출 등을 통해 위기를 넘겨보려 했지만 매출이 절반 이하로 떨어지는 경영난이 장기화하면서 손을 쓸 수 없는 상황이 됐기 때문이다. 코리아크레딧뷰로의 자영업자 신용정보 분석 결과 2020년 연간 폐업비율은 6.7%로 코로나19 이전인 2019년 8.37%보다도 낮아졌다. 노민선 중소벤처기업연구원 미래전략연구단장은 “정부가 안정적인 폐업을 지원해 자영업자들의 재도전을 도와야 한다”고 지적했다.

이근홍 기자 lkh@munhw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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