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색 종이의 바탕이 무수히 긁혀 흐트러진 보풀 가득한 텍스처, 굵고 기하학적인 검은 선의 마을 드로잉, 그러면서도 대조적으로 보일 듯 말 듯 가느다란 빗줄기 같은 선들. 드러나지 않게 은밀히 공들인 것들이다. 공사 현장 노동을 병행하는 작가가 깨달은 바를 몸짓으로 보이는 것이리라.
사람은 끊임없이 노동해야 하고, 작가도 그것으로 정신의 건강과 영감을 얻는 존재임을 시사하고 있다. 그가 희구하는 가치란 삶의 터에서 이웃과 소박하게 삶을 영위하는 것이다. 고고한 자아의 화관을 벗어 던지고, 삶을 더 치열하게 살자는 외침이 절절하다.
아모르파티(Amor Fati). 아픈 운명조차 기꺼이 받아들이는 화가의 고귀한 영혼.
이재언 미술평론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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