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9일 오후 광주 북구 광주제일고등학교 대강당에서 ‘이름 없는 별들-호남독립운동가열전’ 헌정식이 끝난 뒤 김태원 의병장의 손자 김갑제(왼쪽) 씨와 심남일 의병장의 손자 심만섭(가운데)·증손 심승남 씨가 만나 포즈를 취했다. 인문연구원 동고송 제공
29일 오후 광주 북구 광주제일고등학교 대강당에서 ‘이름 없는 별들-호남독립운동가열전’ 헌정식이 끝난 뒤 김태원 의병장의 손자 김갑제(왼쪽) 씨와 심남일 의병장의 손자 심만섭(가운데)·증손 심승남 씨가 만나 포즈를 취했다. 인문연구원 동고송 제공
29일 오후 광주 북구 광주제일고등학교 대강당에서 열린 ‘이름 없는 별들-호남독립운동가열전’ 헌정식에서 한말의병, 독립운동가, 민주운동가들의 후손·유족 등이 한자리에 모여 기념촬영을 했다. 인문연구원 동고송 제공
29일 오후 광주 북구 광주제일고등학교 대강당에서 열린 ‘이름 없는 별들-호남독립운동가열전’ 헌정식에서 한말의병, 독립운동가, 민주운동가들의 후손·유족 등이 한자리에 모여 기념촬영을 했다. 인문연구원 동고송 제공
황광우 집필 ‘이름 없는 별들’ 19명에 헌정식…달력도 제작

광주=정우천 기자

호남의 한말의병, 독립운동가, 민주운동가들의 유족·후손들이 함께 만나는 자리가 처음으로 마련됐다. 길게는 100년 가까운 시차를 두고 활동한 ‘의인’들의 후손이 한자리에 모인 것은 전국적으로도 선례를 찾기 어려운 일이다.

이들의 만남은 29일 오후 5시부터 1시간 30분 동안 광주 북구 광주제일고등학교 대강당 무등관에서 열린 책 ‘이름 없는 별들-호남독립운동가열전’ 및 달력 ‘역사를 만든 사람들’ 헌정식에서 이뤄졌다. 이 행사는 광주학생독립운동의 주역 장재성 선생을 기리는 장재성기념사업회가 주최하고 광주서중일고총동창회, 사단법인 인문연구원 동고송이 후원했다.

‘이름 없는 별들-호남독립운동가열전’은 일제하 호남에서 독립운동을 했던 26인의 일대기를 정리한 431쪽 분량의 책으로 황광우 작가가 집필한 ‘호남인물열전’ 시리즈의 제3권이다. 황 작가는 앞서 1970∼1980년대 민주주의를 이끈 4인의 이야기를 담은 ‘빛고을 아름다운 사람들’을 2019년 첫 번째 책으로 펴냈고, 호남 의병 중 대표적인 인물 10인의 이야기를 엮은 ‘나는 왜 이제야 아는가’를 작년에 두 번째 책으로 출간했다. 이날 헌정식은 이들 3권에 소개된 인물들의 후손·유족에게 책과 달력을 헌정하는 자리였다.

항일의병의 경우 김태원 의병장의 손자 김갑제 씨, 심남일 의병장의 손자 심만섭 씨와 증손 심승남 씨가 이날 행사에 참석했다. 독립운동가의 후손으로는 기미독립선언서에 서명한 민족 대표 33인 중 한 명인 양한묵 선생의 증손 양철승 씨를 비롯해 장재성·강석봉·김범수·나승규·왕재일·정우채·이기홍·정동화 선생 등 독립운동가 9명의 후손이 참석했다. 민주운동가 관련 인사로는 5·18시민군 대변인 윤상원 열사의 동생 윤태원 씨를 비롯해 김남주·윤한봉·김영철·나병식·박효선·박기순 씨 등 7명의 유족이 참석했다.

동고송이 제작한 달력 ‘역사를 만든 사람들’에는 의병장, 독립운동가, 민주운동가들의 사진과 함께 명언, 기일 등이 기록돼 있다. 호남창의회맹소의 선봉장으로 1908년 광주 어등산에서 전사한 김태원 의병장은 동생에게 “나라가 위태로운 이 시기, 어찌 앉아 죽을 것인가”라고 말했다. 부하들을 모두 고향으로 보낸 뒤 체포돼 1910년 대구감옥에서 처형된 심남일 의병장은 ‘승산 없는 싸움을 하는 이유는 오로지 의롭고자 함이라/…/한번 나서면 반드시 죽으리라는 것을 알고 간 길/…’이란 결기에 찬 유시를 남겼다. 윤상원 열사는 1980년 5월 26일 사직공원에서 전홍준 씨를 만나 “제 걱정은 마십시오. 지금은 이 싸움을 마무리할 때입니다. 우리가 역사에 부끄럽지 않으려면 누군가 목숨을 걸어야 합니다”고 말했다. 황 작가는 “역사의 꼭대기에 선 뒤 천 길 낭떠러지로 몸을 던진 사람들의 말은 천고에 길이 남을 것”이라고 했다.

책과 달력을 헌정 받은 유족 대표로 정우채(광주학생독립운동 주역) 선생의 장남 정찬준 씨는 답사를 통해 감사의 뜻을 표한 뒤 “어려운 시기에 선친의 유훈 2가지가 참고가 될 것 같아 말씀드린다”며 “하나는 어떠한 이념이나 사상도 사람의 목숨보다 중요하지 않다는 것이고, 다른 하나는 민족 분단 시대는 과도기에 불과하므로 일신의 영달이나 사리사욕을 위해 결코 반민족·반통일 행위를 저질러서는 안 된다는 것”이라고 말해 눈길을 끌었다.

헌정식이 끝난 뒤 참석자들은 인근 식당으로 자리를 옮겨 코로나19 방역수칙을 지켜가며 식사와 담소를 하다 밤늦게 헤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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