황광우 작가가 29일 광주 북구 광주제일고등학교 대강당에서 열린 저서 ‘이름 없는 별들-호남독립운동가열전’ 헌정식에서 광주학생독립운동의 주역 왕재일 선생의 가계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그의 손에 들린 ‘개성가고’는 왕재일 선생의 증조부와 조부가 남긴 시집이다. 인문연구원 동고송 제공
황광우 작가가 29일 광주 북구 광주제일고등학교 대강당에서 열린 저서 ‘이름 없는 별들-호남독립운동가열전’ 헌정식에서 광주학생독립운동의 주역 왕재일 선생의 가계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그의 손에 들린 ‘개성가고’는 왕재일 선생의 증조부와 조부가 남긴 시집이다. 인문연구원 동고송 제공
29일 세 번째 책 ‘호남독립운동가열전’ 출간, 유족들에 헌정

광주=정우천 기자

“유럽인에게 ‘플루타르코스 영웅전’이 있고, 중국인에게 ‘사기열전’이 있는데, 저는 ‘호남인물열전’을 쓰고 싶었습니다.”

29일 오후 광주 북구 광주제일고등학교 대강당 무등관에서 저서 ‘이름없는 별들-호남독립운동가열전’을 한말의병, 독립운동가, 민주운동가의 후손·유족에게 헌정한 황광우(63·인문연구원 동고송 상임이사) 작가는 “이 책이 ‘호남인물열전’ 시리즈 제3권”이라며 이같이 밝혔다.

황 작가는 앞서 2019년 제1권 ‘빛고을 아름다운 사람들’에 1970∼1980년에 민주화운동에 헌신한 김남주, 윤한봉, 윤상원, 박효선의 일대기를 담았다. 지난해 펴낸 제2권 ‘나는 왜 이제야 아는가’에는 기삼연, 고광순, 김태원, 심남일, 전해산, 안규홍 등 호남의병장들의 삶을 다뤘다. 이번에 펴낸 세 번째 책 ‘이름 없는 별들-호남독립운동가열전’은 광주학생독립운동의 주역을 비롯한 호남지역 독립운동가 26인의 삶을 추적해 실었다. 장성군 출신 기산도(1878∼1928) 선생이 을사오적 중 한 명인 이근택을 살해하려 했던 ‘의열의 선구자’였던 점 등 새로운 사실들을 대거 발굴해 수록했다.

황 작가는 시리즈 3권을 3년에 걸쳐 완성했지만, 호남독립운동가들에 관한 책을 쓰겠다고 다짐한 것은 1992년이었다고 한다. “꼭 30년 만에 저의 다짐을 실천하게 됐다”는 그의 얼굴에선 후련함이 엿보인다. 베스트셀러 ‘철학콘서트’(2006년)의 저자인 황 작가는 14년 전 뇌졸중으로 쓰러진 후유증으로 지금도 오른쪽 팔·다리를 자유롭게 사용하지 못한다. 그런 악조건을 딛고 시리즈 3권을 단기간에 써낼 수 있었던 것은 열정과 연구열, 거침없는 필력에 기인한 것으로 보인다.

황 작가는 “호남의 독립운동가들이 누구인지 모르면서 쓰기 시작했고, 책을 다 쓰고 나서야 광주학생독립운동의 비밀을 알게 됐다”고 고백했다. “을사오적을 처단한 나인영이 보성 출신 청년이고, 그 나인영이 대종교를 중창한 나철의 속명인 것을 나중에 알게 됐다”고도 했다. 양한묵 기념관, 김철 기념관 등을 둘러봐도 제대로 된 자료를 찾기 어려웠다며 많은 고충이 있었음을 토로했다.

그는 특히 “댕기머리 사건으로 광주학생독립운동이 발발했다고 말하는 것은 그 이전부터 있었던 수많은 학생의 맹휴(동맹휴학)투쟁을 망각하게 만드는 역사 왜곡”이라며 “광주학생독립운동은 1919년에 타오르기 시작한 조선인의 혁명운동이 그 절정에 오른 ‘전 조선청년학생 혁명운동’이었다”고 강조했다. 또 서울에 꾸려진 혁명운동 사령탑의 1·2·3차 지도부가 잇달아 일경에 검거된 후 4차 지도부를 이끈 2명 중 한 명이 광주 출신 김재명이었다는 점은 광주전남의 청년학생운동이 가장 왕성했음을 입증하는 것이라고 짚었다.

황 작가는 집필 과정에서 광주학생독립운동의 주역 왕재일 선생의 가계에 주목했다고 했다. 왕재일의 증조부 왕석보, 조부 왕사각은 매천 황현의 스승이었고 ‘개성가고’라는 시집을 남겼다고 한다. 왕재일 역시 ‘호남절의사’를 쓴 언론인이자 시인이었다. 황 작가는 자신이 입수한 ‘개성가고’와 ‘호남절의사’를 왕재일 선생의 아들 왕석준 씨에게 이날 기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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