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주=정우천 기자
“유럽인에게 ‘플루타르코스 영웅전’이 있고, 중국인에게 ‘사기열전’이 있는데, 저는 ‘호남인물열전’을 쓰고 싶었습니다.”
29일 오후 광주 북구 광주제일고등학교 대강당 무등관에서 저서 ‘이름없는 별들-호남독립운동가열전’을 한말의병, 독립운동가, 민주운동가의 후손·유족에게 헌정한 황광우(63·인문연구원 동고송 상임이사) 작가는 “이 책이 ‘호남인물열전’ 시리즈 제3권”이라며 이같이 밝혔다.
황 작가는 앞서 2019년 제1권 ‘빛고을 아름다운 사람들’에 1970∼1980년에 민주화운동에 헌신한 김남주, 윤한봉, 윤상원, 박효선의 일대기를 담았다. 지난해 펴낸 제2권 ‘나는 왜 이제야 아는가’에는 기삼연, 고광순, 김태원, 심남일, 전해산, 안규홍 등 호남의병장들의 삶을 다뤘다. 이번에 펴낸 세 번째 책 ‘이름 없는 별들-호남독립운동가열전’은 광주학생독립운동의 주역을 비롯한 호남지역 독립운동가 26인의 삶을 추적해 실었다. 장성군 출신 기산도(1878∼1928) 선생이 을사오적 중 한 명인 이근택을 살해하려 했던 ‘의열의 선구자’였던 점 등 새로운 사실들을 대거 발굴해 수록했다.
황 작가는 시리즈 3권을 3년에 걸쳐 완성했지만, 호남독립운동가들에 관한 책을 쓰겠다고 다짐한 것은 1992년이었다고 한다. “꼭 30년 만에 저의 다짐을 실천하게 됐다”는 그의 얼굴에선 후련함이 엿보인다. 베스트셀러 ‘철학콘서트’(2006년)의 저자인 황 작가는 14년 전 뇌졸중으로 쓰러진 후유증으로 지금도 오른쪽 팔·다리를 자유롭게 사용하지 못한다. 그런 악조건을 딛고 시리즈 3권을 단기간에 써낼 수 있었던 것은 열정과 연구열, 거침없는 필력에 기인한 것으로 보인다.
황 작가는 “호남의 독립운동가들이 누구인지 모르면서 쓰기 시작했고, 책을 다 쓰고 나서야 광주학생독립운동의 비밀을 알게 됐다”고 고백했다. “을사오적을 처단한 나인영이 보성 출신 청년이고, 그 나인영이 대종교를 중창한 나철의 속명인 것을 나중에 알게 됐다”고도 했다. 양한묵 기념관, 김철 기념관 등을 둘러봐도 제대로 된 자료를 찾기 어려웠다며 많은 고충이 있었음을 토로했다.
그는 특히 “댕기머리 사건으로 광주학생독립운동이 발발했다고 말하는 것은 그 이전부터 있었던 수많은 학생의 맹휴(동맹휴학)투쟁을 망각하게 만드는 역사 왜곡”이라며 “광주학생독립운동은 1919년에 타오르기 시작한 조선인의 혁명운동이 그 절정에 오른 ‘전 조선청년학생 혁명운동’이었다”고 강조했다. 또 서울에 꾸려진 혁명운동 사령탑의 1·2·3차 지도부가 잇달아 일경에 검거된 후 4차 지도부를 이끈 2명 중 한 명이 광주 출신 김재명이었다는 점은 광주전남의 청년학생운동이 가장 왕성했음을 입증하는 것이라고 짚었다.
황 작가는 집필 과정에서 광주학생독립운동의 주역 왕재일 선생의 가계에 주목했다고 했다. 왕재일의 증조부 왕석보, 조부 왕사각은 매천 황현의 스승이었고 ‘개성가고’라는 시집을 남겼다고 한다. 왕재일 역시 ‘호남절의사’를 쓴 언론인이자 시인이었다. 황 작가는 자신이 입수한 ‘개성가고’와 ‘호남절의사’를 왕재일 선생의 아들 왕석준 씨에게 이날 기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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