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만우 고려대 경영대학 명예교수

지난 10월 국내 산업생산은 전월 대비 1.9% 감소한 것으로 통계청이 발표했다. 코로나19가 기승을 부렸던 2020년 4월의 2.0% 감소 이후 1년 반 만의 최대 감소 폭이다. 초강력 코로나19 변이 오미크론의 공포가 밀려오는 와중에 역대급 ‘산업생산 뒷걸음질’이 발표되자 외국인과 기관이 함께 대량 매도에 나서 주가는 폭락했다.

기계류와 운송장비 등 설비투자는 5.4% 감소했고, 건축공사 실적도 1.3% 감소다. 제조업의 평균가동률은 71.1%로 전월 대비 2.5%포인트 하락했다. 생산 실적이 감소했는데도 제조업 재고는 전월 대비 3.5% 늘어 전년 동월 대비로는 증가율이 7.2%나 된다. 차량용 반도체 품귀와 해외 부품 공급망 붕괴로 자동차와 가전제품 조립 공정은 가동과 중단을 반복한다. 그나마 제대로 가동되는 반도체와 일부 전자제품은 판매 부진으로 전월 대비 재고가 반도체는 31.6% 증가했고, 통신·방송장비는 19.2%, 영상·음향기기는 15.8% 늘었다.

건설 수주는 철도·궤도 등 공공부문 관련 토목은 늘었으나, 사무실·점포 및 주택 등 건축은 줄어 전년 동월 대비 3.9% 감소했다. 재건축과 재개발에는 각종 규제와 부담금을 덮어씌운다. 다양한 일자리 창출과 협력업체 사업 기회를 제공하는 주택부문 공사가 가로막히면서 공급 부족으로 집값은 폭등했다. 재건축과 재개발 관련 규제를 혁파해 건설산업 생산을 늘려야 한다. 산업생산 감소 실적이 발표되자 홍남기 경제부총리를 비롯한 관료들은 그럴듯한 변명 찾기에 급급하다. 새로 시행된 대체휴일 핑계를 들먹이지만 비교할 대상인 9월에는 추석 연휴도 있다.

수출과 국내 주식시장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큰 반도체의 급격한 재고 증가는 심각한 경제 현안이다. 반도체는 기술 진보 속도가 빨라 선제적 투자가 매우 중요하다.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에 대한 형사재판과 인신구속이 오래 계속된 상황에서 반도체 투자가 제때 제대로 집행됐는지 걱정스럽다. 외국인 투자자의 삼성전자 주식 대량 매도와 무관치 않아 보인다. 이 부회장은 미국 출장에서 귀국하면서 “시장의 냉혹한 현실을 직접 보고 오니 마음이 무겁다”고 했다. 법인세율 인상과 연구·개발 및 신규 투자에 대한 세액공제 한도를 묶은 최저한세 강화 등으로 세금 부담이 미국보다 높은 상황에서 과반의 지분율을 보유한 외국인 주주의 공장 입지 선정에 대한 압박에 대응하기도 쉽지 않다. 고용 확대를 조건으로 투자세액공제를 확대하는 등 유인책을 마련해야 한다.

‘청년이 생애 첫 직장을 제대로 못 잡는 것’이 가장 심각한 현안임을 공감하는 상황에서 출범한 문재인 정부가 생뚱맞게 내놓은 ‘소득주도성장’은 고용을 오히려 악화시켰다. 최저임금의 급격한 인상, 무리한 비정규직 전환, 주 52시간 근무제 등 고용 구조 선진화와 역행하는 실책으로 청년실업은 더 악화했다. 청년 고용 개선이 국제적 추세인데 한국은 갈수록 악화해 체감실업률은 25%를 넘어섰다. 교육개혁을 통해 대학 전공과 기업에서 필요한 인재의 미스매치를 해소해야 한다. 강성 노조에 휘둘리는 경직적 노동시장을 개선해 고용 유연성을 매개로 고용을 늘려야 한다. 청년 고용이 정상적으로 이뤄져야 연구·개발 주도의 기술형 산업 구조를 정착시킬 수 있다.

기사 추천

  • 추천해요 0
  • 좋아요 0
  • 감동이에요 0
  • 화나요 0
  • 슬퍼요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