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BS 사극 ‘조선구마사’의 역사왜곡 논란을 꼬집은 시청자들의 트럭 전광판 시위.
SBS 사극 ‘조선구마사’의 역사왜곡 논란을 꼬집은 시청자들의 트럭 전광판 시위.
시청자들 의견 키워 공론화
제작진은 실시간 반응 체크


지난 3월 방송가에는 초유의 사태가 벌어졌다. 역사 왜곡 논란에 휩싸인 SBS 드라마 ‘조선구마사’가 불과 방송 2회 만에 조기 종방됐다. 1회 전국 시청률이 8.9%가 나오며 소위 ‘대박’ 드라마의 조짐을 보였으나 시청자들이 100억 원 제작비가 투입된 드라마를 멈춰 세운 일대 ‘사건’이었다. 온라인을 통해 자신의 주장을 공론화하고 의견을 보태는 과정이 자유로워지면서 시청자들은 더 이상 ‘바보 상자’라 불리던 TV를 멍하니 바라만 보는 수동적인 소비자에 머물지 않는다.

‘조선구마사’는 이미 80% 제작을 마친 작품이었다. 초반 시청률도 좋았던 터라 방송사와 제작사가 방송 강행을 고수할 수도 있었다. 하지만 똑똑해진 시청자는 광고주를 공략했다. ‘조선구마사’를 제작 지원하거나 드라마 앞뒤 광고로 나온 제품을 불매하자는 움직임으로 번졌다. 결국 광고주들은 제작 지원 및 광고를 철회했고, 방송사와 제작사는 더 이상 버틸 수 없었다. 당시 SBS는 “이번 사태의 심각성을 깊이 인식해 ‘조선구마사’ 방영권 구매 계약을 해지하고 방송을 취소하기로 결정했다”며 “방영권료 대부분을 이미 선지급한 상황이고, 제작사는 80% 촬영을 마쳐 경제적 손실과 편성 공백 등이 우려되는 상황이지만, 지상파 방송사로서의 무거운 책임감을 느끼며 방송을 취소한다”고 사실상 백기투항했다.

이 같은 이유로, 요즘 드라마나 예능 제작진은 본 방송이 시작되면 스마트폰을 켠다. 네이버가 서비스하는 ‘톡(talk) 방’에 접속해 작품에 대한 실시간 방송을 체크하기 위해서다. 방송 초반부터 과도한 PPL(제품간접광고)과 조악한 컴퓨터그래픽으로 질타를 받은 tvN 드라마 ‘지리산’ 톡방에서 지금껏 오간 대화수는 25만 건이 넘는다. 또 다른 tvN 드라마 ‘갯마을 차차차’의 경우 지난 10월 방송이 끝난 후에도 주연을 맡은 배우 김선호를 둘러싼 확인되지 않은 폭로가 나오자 팬들이 톡방을 통해 꾸준히 의견을 교류했고, 6일 현재 67만 건이 넘는 대화가 오갔다. tvN 관계자는 “작품에 대한 실시간 반응을 확인할 수 있을 뿐만 아니라, 제작진이 미처 걸러내지 못한 오류에 대한 시청자들의 지적이 나오면 곧바로 대응을 준비하기도 한다”고 전했다.

또한 자신의 목소리를 키우기 위해 보다 적극적으로 움직인다. 각종 온라인 커뮤니티에서 모은 각종 자료를 첨부해 각 언론사 기자들에게 제보 메일을 보내기도 하고, 뜻을 함께하는 팬들이 십시일반 돈을 모아 대형 전광판을 붙인 차량을 섭외해 시위를 벌이기도 한다.

안진용 기자 realyong@munhwa.com
안진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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