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원오 성동구청장

“‘단절’이란 용어를 ‘보유’로 바꿈으로써 여성의 현재 상태가 아닌 여성이 지닌 역량에 주목하고자 합니다.”

정원오 성동구청장은 7일 문화일보와의 인터뷰에서 ‘경력보유여성 등의 존중 및 권익 증진에 관한 조례’에서 ‘경력보유여성’이란 용어를 대안으로 제시한 이유를 설명하며 이같이 말했다.

사회적 거리두기로 대표되는 방역 지침 때문에 여성들의 돌봄 노동이 급증하고, 어린이집·학교 등의 폐쇄라는 고강도 방역 대책으로 돌봄 공백이 발생하자 기혼 여성들의 고용률이 급감했다. ‘번아웃’을 호소하는 여성도 많아졌다. 정 구청장은 이와 관련 “코로나19는 이런 문제를 확대경처럼 드러낸 계기이자 해결할 수 있는 절호의 기회”라고 말했다.

정 구청장은 특히 세계적으로 성공했다고 평가받는 프랑스 가족정책과 서유럽 복지정책을 예로 들었다. 그는 이들 정책의 핵심은 가족 등 공동체 유지를 위한 개인이나 가족의 노력과 경험, 희생과 헌신을 사회가 복지정책이나 가족·인구정책 등으로 보상하고 사회·경제적으로 복귀를 지원한다는 데 있다고 했다. 정 구청장은 “성동구의 조례가 추구하는 핵심도 마찬가지”라며 “집에서 가족의 생활, 방역, 교육 전반의 지원과 지도를 맡은 여성이 보낸 시간을 정당하게 평가해 지금까지의 경력을 발판으로 얼마든지 재취업이 가능할 수 있게 해야 한다”고 힘줘 말했다.

성동구의 조례는 돌봄 노동을 행정이 경력으로 인정하는 최초의 제도화된 시도다. 정 구청장은 이런 ‘돌봄 노동 경력 인정’을 통해 여성들의 경제활동 촉진과 돌봄 노동의 사회·경제적 가치 제고, 정부의 돌봄 정책이나 여성 일자리 정책의 발전까지 기대된다고 설명했다. 성동구가 경력보유여성들의 ‘경력인정 신청서’를 토대로 돌봄 노동 시기에 수행한 다양한 노동과 획득한 역량에 대해 폭넓은 데이터를 수집한다면, 이를 토대로 정부 정책의 보완이나 발전이 가능할 것이라고 본 것이다.

성동구는 지난해 9월 전국 최초로 ‘필수노동자 지원 조례’를 제정하고 단 8개월 만에 ‘필수업무 지정 및 종사자 보호·지원에 관한 법률’의 입법화를 이끌어냈다. 올해 3월에는 공동주택의 ‘경비원’이란 용어를 ‘관리원’으로 바꿔 부르는 호칭 개선 운동을 전국 최초로 시작했고, ‘공동주택 관리원 등 인권 보호 및 증진에 관한 조례’를 제정해 관리원 및 미화원 근무시설에 냉난방 시설 운영비를 지원하는 근거를 마련하기도 했다.

이와 같은 ‘전국 1호’ 정책을 연달아 내놓는 이유에 대해 그는 “사회·경제적 상황이 급변하면서 정책 수립에 있어서도 다양성과 효율성이 중요해졌고 그만큼 주민들의 생활과 가장 밀착돼 있는 기초지방정부의 역할이 중요해졌다”고 말했다. 정 구청장은 “앞으로도 경력단절에 대한 편견과 돌봄 노동 저평가에 대한 여성들의 우려를 해소하는 데 힘쓰겠다”고 말했다.

김도연 기자 kdychi@munhw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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