형광등이 생기면서 사라졌던 손 그림자. 그로부터 몇 단계 업그레이드된 버전을 마주하게 된다. 엄익훈, 그는 손동작 대신 자신의 조각을 조영(照影)해 생수 같은 동심을 퍼 올린다. 하지만 관객은 잠시 혼란스럽다. 우리가 익히 알고 있던 손그림자와는 차원이 다르다. 게다가 조각의 꼴과 그림자의 꼴이 너무 다르다.
플라톤의 ‘동굴의 우화’를 연상시키기도 하는 그러한 작가의 마법은 상향의 빛과 하향의 시선 차이에서 온다. 철편(鐵片)들로 만들어진 조각 형태는 종말의 그렘린 같다 할까. 그런데 그것의 그림자는 천진난만한 소년 소녀의 대조적인 모습이다. 본질과 현상의 왜곡이 비일비재한 세계를 암시하는 것도 같다.
이재언 미술평론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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