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용하 순천향대 IT금융경영학과 교수

2022년도 지역화폐(지역사랑상품권) 예산이 국회 의결 직전에 대폭 증액됐다. 당초 국비 지원 정부 예산안은 2021년 1조2522억 원에서 81% 감액된 2403억 원이었는데 6053억 원으로 늘었다. 이에 따라 국고 지원을 통한 발행 가능 금액은 6조 원에서 15조 원으로 확대돼 지방정부의 매칭 예산을 고려하면 30조 원까지 늘어날 수 있게 됐다.

지역화폐는 지자체가 발행하는 상품권의 일종이다. 발행된 지자체 내에서만 사용해야 하는 제한은 있지만, 가령 10만 원의 상품권을 구매(충전)하면 11만 원의 쓸 수 있어 10% 할인 효과가 있다. 이때 할인된 10% 금액은 중앙정부와 지자체가 분담한다. 지원액 10% 중 중앙정부가 3∼8%, 지자체가 2∼7%를 부담한다. 따라서 중앙정부의 지원금을 줄이면 지자체의 발행 규모도 줄어들 수 있다. 그런데 행정안전부에 따르면 △2019년 2조3000억 원 △2020년 6조 원 △2021년 20조 원의 지역화폐가 발행돼 규모가 매년 커지고 있다.

지역화폐 구매자 만족도는 높은 편이다. 어차피 구매해야 할 것을 지역화폐를 사용하면 10% 할인받는 셈이니 마다할 사람은 별로 없을 것이기 때문이다. 지역 상공인 입장에서도 나쁠 게 없다. 카드 수수료보다 비용 부담이 작기 때문이다. 지역화폐는 백화점, 대형 마트, 기업형 슈퍼마켓과 사행성 업소를 제외한 전통시장이나 영세 가게 등으로 그 사용처가 제한되므로 영세 상공인의 매출이 늘어날 소지도 있다.

그런데 기획재정부는 2022년도 예산안 편성 때 지역화폐 예산을 81% 삭감하려고 했다. 지역화폐 발행이 지역 소비를 진작시킨다고 하지만 이를 입증하긴 쉽지 않다. 어차피 소비할 것을 지역화폐를 구매해 사용하는 것이라면 소비 진작 효과는 미미할 것이다. 물론 지자체 입장에서는 지역 주민의 구매력을 높이기 위해 지역화폐를 발행할 수도 있다. 그렇지만 중앙정부가 나서서 지역화폐 발행에 대해 국고 지원을 해야 하는지는 명분이 분명치 않다. 국가 전체의 소비 지출을 늘리기 위한 것이라면 지역화폐 말고도 할 게 많다. 사실, 지역화폐 사용자가 10만 원 구매할 것을 11만 원 구매한다 하더라도 늘어난 1만 원은 정부 예산이다. 그리고 투입된 정부 예산은 국민 세금으로 만들어진 것이고, 2022년 국가예산안에 국가채무가 108조 원 늘었으니, 나랏빚 늘려 더 소비하게 한 것으로 볼 수 있다.

지역화폐는 지역 주민이면 누구나 구입할 수 있어 보편성을 띠는 것으로 보이지만, 실제 지역화폐 이용자는 지역 주민 중 일부이고, 지역화폐를 잘 모르는 정보 소외계층은 구매도 하지 못한다는 점에서 형평성 문제가 제기될 수 있다. 중앙정부의 경직적인 지역화폐 운영 방식에 대해서도 문제점이 지적된다. 지역화폐 구매시 왜 반드시 10%의 캐시백을 지급하도록 하느냐는 것이다. 소비자 입장에서는 현 제도의 절반인 5%의 캐시백에도 적극 반응할 가능성이 크다. 그러면 동일 예산으로 지역화폐 발행 규모를 2배로 늘릴 수 있게 된다. 특히, 지역화폐는 여당 대선 후보가 지자체 장을 하면서 일종의 상징처럼 활용했고, 최근에도 그 예산의 증액을 강력히 요구했다는 점에서, 국회 예산안 의결 막판의 지역화폐 예산 대폭 증액은 다수당이 주도한 편파성으로 오해받을 소지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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