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백악관이 결국 2022년 베이징동계올림픽에 대한 ‘외교적 보이콧’을 공식 발표했다. 외교적 보이콧이란, 선수단은 올림픽에 참가시키되 정부 공식 대표단이나 외교 사절은 불참하는 것을 말한다. 백악관은 중국 신장(新疆) 위구르 지역에서의 지속적인 집단학살과 범죄, 인권 유린을 고려한 조치임을 강조했지만, 실질적으로는 종합적인 대중(對中) 포위망 구축의 일환이다.
지난 11월 16일 열린 미·중 화상 정상회담에서 조 바이든 대통령은 갈등이 충돌로 확대되지 않도록 관리하기 위한 만남임을 강조하는 유화적 제스처를 했지만, 대중 압박을 늦출 생각이 전혀 없음을 공식화했다. 이는 9일 110개국을 초청해 ‘민주주의 정상회의’를 개최하는 미국이 중국의 아킬레스건인 ‘제도’와 ‘가치’라는 판도라의 상자 개봉을 본격화한 것이다. 민주·자유·인권 등 보편 가치로 중국을 공략하는 것이 미국의 부담을 최소화하면서 동맹 규합에 적절하기 때문이다. 미국은 동맹들에 외교적 보이콧 결정 사실을 알렸고, 보이콧 여부는 각국이 판단할 문제라고 밝혔지만, 이는 글로벌 리더 미국 주도의 다자 규범을 공유하는 국제사회의 대중 압박과 중국의 대결 구도가 본격적으로 구조화되고 있는 상징이기도 하다.
중국은 ‘가식적인 결정’ ‘올림픽의 정치화’라며 강력한 대미 비난과 함께 미국이 독단적으로 행동한다면 중국은 반드시 반격 조치를 취할 것이라고 경고하고 나섰다. 이는 중국공산당 19기 6중전회의 ‘역사 경험 결의’를 통해 3선 또는 그 이상의 집권 기반을 마련한 것으로 평가되는 시진핑 체제에도 타격이 불가피하기 때문이다. 또, 미국과의 갈등이 증폭되는 가운데 지속되는 코로나19 확산과 부동산 버블 등 경제난 타개가 만만치 않은 상황에서 첫 번째 국제 행사가 암초를 만났고, 미국과의 협력 파기 등을 제외하고는 적절한 대응책도 마땅치 않은 곤궁에 빠졌다.
한국 정부는 더욱 곤혹스럽다. 일단 한국 외교부는 베이징올림픽의 성공적인 개최를 지지한다고 밝혔지만, 베이징에서 남·북·미·중이 종전선언을 추진해 한반도 평화 구축의 계기로 삼고자 했던 구상에도 차질이 불가피해졌기 때문이다. 이를 증명하듯 지난 2일 열린 서훈-양제츠 톈진(天津) 회담에서 중국이 종전선언 추진을 지지했다는 청와대의 발표를 비웃기라도 하듯 중국은 외교부 홈페이지에 종전선언 자체를 언급하지도 않았다. 무엇을 위한 종전선언인지를 곱씹어볼 대목이다. 물론 중국이 미국의 동맹인 한국을 이탈시키기 위해 북한을 움직여 남북 정상회담 이벤트를 추진할 수도 있다. 하지만 미국과 공조 없는 종전선언은 차기 정부에도 부담이 되고 중국의 영향력만 키워 줄 것이 자명하므로 신중한 접근이 요구된다.
한국은 민주와 자유·시장경제를 신봉하는 자유민주주의 국가로서 인권 등 보편가치 문제에 있어 동맹국 및 가치를 공유하는 국제사회와 철저히 공조해야 하는 당위성이 있다. 바이든 행정부가 한국과의 동맹 강화를 강조한다고 대북 접근 및 중국 관련 사안의 인식 차이마저 무시해선 안 된다. 국제올림픽위원회(IOC)도 미국의 입장을 지지하고 나섰다. 기본 원칙이 무너지면 자유민주주의라는 기본 가치도 잃고 국제사회의 미아가 될 수 있음을 명심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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