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0조 원 국채로 조달하면 국가채무비율 2%p 넘게 상승…국채시장에도 영향

내년 대통령 선거를 앞둔 정치권에서 거론되는 50조∼100조 원 규모의 소상공인 지원 방안이 재정에 어떤 영향을 미칠지 관심이 쏠린다.

구체적인 재원 조달 방안은 아직 결정되지 않았지만, 국채 발행을 통한 대규모 재정 지원이 현실화한다면 재정 건전성 악화는 불가피할 전망이다.

12일 정치권에 따르면, 최근 여야 대선후보 캠프는 소상공인에 대한 대규모 지원 방침을 연일 거론하고 있다.

윤석열 국민의힘 대선후보는 50조 원 규모 소상공인 손실보상을 공약으로 내세웠고, 같은 당 김종인 총괄 선거대책위원장은 손실보상 규모로 100조 원을 언급했다.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선 후보 역시 임시국회에서 추가경정예산을 처리해 당장 100조 원을 지원해야 한다고 발언했다.

그러나 막대한 재원을 어떻게 조달할지에 대해서는 여·야 모두 구체적으로 언급하지 않고 있다.

가능한 재원 마련 방안으로는 우선 예산 구조조정이 있다.

정부는 지난해 정부 안 기준으로 2차 추경 7조6000억 원 중 6조4000억 원을, 3차 추경 23조9000억 원 중 10조1000억 원을 각각 지출 구조조정으로 마련했다.

다만 한해 예정된 지출을 연초부터 무작정 줄이기에는 한계가 있다.

중반기에나 이르러야 집행이 부진하거나 성과가 미흡한 사업에 대해 구조조정을 할 여지가 생기기 때문이다.

규모 면에서도 수십조 원에 달하는 재원을 지출 구조조정만으로 조달하는 것은 사실상 불가능하다.

일각에서는 추가 세수 활용 방안도 거론된다. 이 경우 이미 내년 세입 예산에 반영된 과세 유예분 외 정부가 추가로 세금 납부를 미뤄주며 발생한 6조6000억 원 가량을 활용할 수 있을 것으로 전망된다.

그러나 교부금 정산을 마치고 유류세 인하에 들어가는 2조 원대 재원을 빼면 이 중 실제로 사용할 수 있는 금액은 2조5000억 원 정도에 불과하다.

올해 2차 추경 대비 추가 세수에서 발생한 3조 원대 세계잉여금도 내년 국가결산을 거쳐 기금 출연, 채무 상환을 우선 진행한 뒤 남은 돈만 추경 재원으로 활용할 수 있다.

내년에도 올해처럼 세수 호황이 이어지며 세입 예산 대비 추가 세수가 발생할 여지도 있지만, 이는 현재로서는 예측하기가 사실상 불가능하다.

결국 남는 선택지는 국채 발행뿐이다. 나라가 빚을 내서 재원을 조달해야 한다는 것이다. 민간 경제연구소 고위 관계자는 “예산을 5∼10% 정도 구조조정을 하더라도 한계가 분명하기 때문에 엄청난 소상공인 지원 자금을 조달하기 위해서는 결국 국채 발행이 불가피하다”고 말했다.

문제는 우리나라 국가채무가 이미 빠른 속도로 늘어나고 있다는 점이다. 국회를 통과한 2022년 예산에 따르면 내년 국가채무는 1064조4000억 원으로 올해 본예산 대비 108조4000억 원 늘어나 사상 최초로 1000조 원을 넘어설 것으로 예상된다. GDP 대비 국가채무비율은 50.0%가 될 전망인데, 역시 올해 본예산(47.3%)보다 2.7%포인트 올라 사상 최고치를 찍는다.

이런 상황에서 추가로 국채를 발행하게 되면 재정 건전성 지표는 더욱 빠르게 악화할 수밖에 없다.

만일 소상공인 지원 재원 50조 원을 전액 국채 발행으로 마련한다면 국가채무는 1114조4000억 원으로 올라가고, 국가채무비율은 약 52.3%로 2.3%포인트가량 상승한다.

100조 원 규모의 국채를 발행한다면 국가채무는 1164조4000억 원, 국가채무비율은 54.7%까지 올라간다. 이는 지난해 코로나19 대응을 위한 4차례 추경 과정에서 순증한 국가채무(106조1000억 원)와 맞먹는 규모다.

당연히 국채시장에도 악영향을 줄 수밖에 없다. 올해 정부의 국고채 발행 한도는 166조 원인데, 이보다 발행 규모가 대규모로 늘어나면 시장에 불확실성으로 작용해 금리를 급등시킬 수 있다.

장기적으로는 우리나라 국가신용등급에도 영향을 줄 수 있다. 경제계에서는 “이번에 대규모 국채를 발행한다고 해도 당장 국가 신용등급이 하향 조정되지는 않겠지만 결국 중·장기적으로는 국가 신용등급에 영향을 줄 수밖에 없다”며 “대규모 국채 발행으로 국가채무가 폭증하면 언젠가는 한국 경제에 재앙이 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조해동 기자 haedong@munhwa.com
조해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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