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김태호PD 참여 넷플릭스 ‘먹보와 털보’ 기대 이하 성적

TV와 다른 설정·파격 없이
늘 보던 ‘먹방’ ‘여행’ 콘셉트
韓콘텐츠 톱10서 9위 턱걸이
런닝맨 파생 예능도 힘 못써

국가·문화별 ‘웃음 코드’ 달라
해외 시청자는 더 잡기 힘들어


‘무한도전’ ‘놀면 뭐하니?’로 유명한 김태호 PD가 참여한 넷플릭스 오리지널 예능 ‘먹보와 털보’가 지난 11일 공개됐다. 김 PD가 MBC 퇴사를 결정한 직후 처음 발표한 콘텐츠인 데다 ‘오징어게임’과 ‘지옥’ 등으로 넷플릭스에서 소개하는 K-콘텐츠에 대한 기대치가 높은 터라 관심이 집중됐다.

하지만 반응은 미지근하다. 13일 오전 11시 기준, 한국 콘텐츠 톱10 9위에 턱걸이했다. ‘오징어게임’과 ‘지옥’이 정상을 밟았던 온라인 콘텐츠 순위 사이트 플릭스패트롤에서는 ‘먹보와 털보’를 순위권에서 찾아볼 수 없다.

‘먹보와 털보’ 외에도 넷플릭스 등 온라인동영상서비스(OTT·Over The Top) 플랫폼에서 공개된 예능 콘텐츠의 반응은 신통치 않았다. 드라마와 영화가 세계 시장에서 어깨를 견주는 성과를 내왔던 터라 상대적 박탈감은 더 크다. 왜 OTT 예능은 통하지 않는 것일까.

넷플릭스 ‘먹보와 털보’
넷플릭스 ‘먹보와 털보’

디즈니+ ‘런닝맨: 뛰는 놈 위에 노는 놈’
디즈니+ ‘런닝맨: 뛰는 놈 위에 노는 놈’

◇웃음 코드가 다르다

넷플릭스는 2016년 한국 론칭 후 꾸준히 예능 콘텐츠를 제작했다. 방송인 유재석을 앞세운 ‘범인은 바로 너!’는 시즌3까지 제작됐고, ‘유병재의 B의 농담’ ‘박나래의 농염주의보’ ‘이수근의 눈치코치’ ‘백스피릿’ 등 다양한 예능 콘텐츠를 실험했다. 최근엔 배우 이승기, 엑소 카이 등이 참여한 ‘신세계로부터’를 공개했지만 특별한 반향은 없었다. 이는 다른 플랫폼도 매한가지다. 지난달 국내 서비스를 시작한 디즈니플러스는 첫 오리지널 콘텐츠로 SBS 예능 ‘런닝맨’의 스핀오프 ‘런닝맨: 뛰는 놈 위에 노는 놈’을 공개했지만, 별다른 소득은 없었다. 플릭스패트롤 기준으로 보더라도, TV쇼 부문 글로벌 톱10 안에 예능 콘텐츠는 찾아볼 수 없다.

가장 큰 이유는 국가별, 민족별, 문화별로 웃음 포인트가 다르기 때문이다. 영화만 놓고 보더라도, 코미디 외화가 한국에서 크게 성공한 경우는 드물다. 해외시장에서 각광받은 한국 코미디 영화 역시 거의 없다. 같은 맥락으로 웃음을 본령으로 하는 예능 콘텐츠 역시 ‘글로벌 스탠더드’를 제시하기 어렵다.

정덕현 평론가는 “한국 예능 외에도 넷플릭스에서 성공한 예능은 많지 않다. 몇몇 스탠드업 코미디나 ‘투 핫!’과 같은 자극적인 리얼리티쇼 정도만 화제를 모았는데 이 역시 국내 대중이 봤을 때는 정서적으로 수용이 안 되는 지점이 있다”면서 “‘서양식 스탠드업 코미디가 왜 안 통할까’를 생각해봤을 때, 결국 공감대가 다른 거다. 국가적·문화적 정서 차이가 성공적인 글로벌 예능의 탄생을 어렵게 만드는 요인”이라고 분석했다.

◇안전한 선택만 한다?

‘오징어게임’은 황동혁 감독이 2008년쯤 기획한 작품이지만, 표현 수위 및 제작비 확보의 어려움 등의 이유로 오랜 기간 서랍 속에 묵혀둔 작품이다. “왜 지상파는 ‘오징어게임’ 같은 작품을 못 만드냐”는 질문에 “넷플릭스니까 가능한 콘텐츠”라고 답할 수밖에 없듯이, ‘오징어게임’은 기존 국내 플랫폼에서는 도저히 볼 수 없는 설정과 파격으로 글로벌 이용자들의 이목을 집중시켰다.

그렇다면 ‘먹보와 털보’는 어떨까. 사전 제작돼 때깔과 화면 구성이 다양하고 자막 사용 방식도 독특하다. 하지만 내용만 놓고 봤을 때는 평범한 여행과 먹방 위주다. 기존 예능에서 익히 보던 그림이라는 의미다.

다른 콘텐츠도 다르지 않다. ‘범인은 바로 너!’는 추리라는 조건만 추가했을 뿐 한국 예능의 소재와 단골손님들이 즐비하고, ‘박나래의 농염주의보’는 그가 가진 ‘19금’ 캐릭터를 극대화했을 뿐이다. ‘런닝맨: 뛰는 놈 위에 노는 놈’은 대놓고 파생 예능이다. 이문행 수원대 미디어커뮤니케이션학과 교수는 “문화권마다 웃음 코드가 다르다. 이런 문화적 이질감을 느끼는 ‘문화적 할인’ 때문에 예능은 콘텐츠 수급도 어렵고 성공시키기도 어려운 장르”라면서 “이를 극복하기 위해 유명 PD들을 영입하지만 성공을 보장할 순 없다. 2015년쯤 중국에서 한국 유명 예능 PD들을 대거 영입했지만 실패한 바 있다”고 말했다.

안진용 기자 realyong@munhw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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