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英·加 등 ‘인권’ 내세우며 보이콧 동참… 스폰서들도 광고축소 검토
중국, 코로나 변이 ‘오미크론’으로 방역 비상
‘외교 보이콧’에 무역제재 등 보복 예고했지만
“내년 1월엔 동참국가 더 늘어날 것” 전망나와
베이징, 최초로 동·하계 개최…92國 참가 예상
금메달만 109개… 韓, 金 5개 이상 ‘톱10’ 목표
2022년 2월 4일 개막하는 베이징동계올림픽이 50여 일 앞으로 다가왔다. 중국은 국력 과시와 함께 이번 대회를 내년 가을 시진핑(習近平) 국가주석의 3연임을 위한 초석으로 삼겠다는 전략으로, 성공적 대회를 위해 많은 공을 들이고 있다. 하지만 코로나19 신종 변이 ‘오미크론’ 출현으로 인해 중국 내부에서도 방역 비상이 걸린 데다, 미국과 서방국가들은 신장(新疆) 위구르족 및 홍콩 민주화 세력 탄압 등 ‘인권’ 문제를 거론하며 ‘외교적 보이콧’을 선언하면서 올림픽 성공 개최에 먹구름이 끼고 있다. 과거 냉전 시대 당시와 같은 ‘반쪽 올림픽’이 될 수 있다는 우려가 커지고 있다.
베이징 = 박준우 특파원, 정세영 기자
1. 베이징동계올림픽 일정과 규모는?
내년 2월 4일부터 20일까지 중국 베이징(北京) 일대에서 열린다. 중국 베이징은 2008 하계올림픽에 이어 동계올림픽까지 여는 최초의 도시가 됐다. 그런데 베이징에선 개·폐회식(베이징 내셔널 스타디움)과 빙상이 열린다. 옌칭(延慶)에서 루지, 봅슬레이, 알파인스키가 진행되고, 장자커우(張家口) 지역에서 알파인을 제외한 나머지 스키가 열린다. 베이징동계올림픽 규모는 92개국이 참가했던 2018 평창동계올림픽과 비슷할 것으로 예상된다. 내년 1월까지 올림픽에 참가자격이 주어지는 종목별 예선이 치러지기에 출전국과 출전자 수가 확정되지 않았다. 총 금메달 수는 109개로, 102개였던 평창동계올림픽보다 7개 늘었다. 스키가 금 55개, 빙상 28개, 바이애슬론 11개, 봅슬레이 6개, 루지 4개, 컬링 3개, 아이스하키 2개 순이다.
2. ‘간소화’ 강조한 중국의 올림픽 준비 비용은?
베이징동계올림픽조직위원회는 이번 대회를 ‘간소한 올림픽’이라며 경제적 부담이 적다고 선전하고 있다. 동계올림픽을 개최하면서 신설하는 경기장은 ‘아이스 리본’으로 불리는 스피드스케이팅 경기장 하나뿐이며, 나머지는 모두 기존 시설을 재활용한다는 것이다. 올림픽 개최 예산도 39억 달러(4조5965억 원)에 불과해 2008 베이징올림픽의 10분의 1, 2018 평창동계올림픽의 3분의 1에도 미치지 않는다고 당국은 설명하고 있다. 그러나 외신들은 중국이 이보다 더 많은 돈을 썼을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실제로 2010 밴쿠버동계올림픽에선 적설량이 충분하지 않아 인공눈을 만드는 데에만 20억 달러를 썼는데, 베이징동계올림픽 기간에도 이 같은 추가 비용이 생길 가능성도 크다. 베이징의 평균 강설량이 대회를 개최하기엔 부족하다는 지적이 대회 유치 당시부터 제기돼 왔었기 때문이다. 중계권료의 경우 복수의 대회를 묶어서 계약하게 되는데, 정확한 액수는 공개되지 않고 있다. 다만 미국 NBC가 향후 치러질 6개 올림픽의 국제 중계권료로 77억5000만 달러를 지불했고, 중국도 2018∼2024년 4개 올림픽의 자국 중계권료를 5억 달러에 계약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3. 코로나19 방역 대책은 어떻게?
베이징 보건당국은 올림픽 개막을 50여 일 앞둔 현재도 장자커우 등 올림픽 시설에 입장하는 모든 관람객에게 48시간 내 유전자증폭(PCR) 검사를 요구하고 있다. 실내 경기장 입장을 위해선 백신 접종도 받아야 한다. 해외 입국자들은 아예 올림픽 경기 관람이 불가능하며, 중국 국내 거주 외국인도 코로나19 방역 요구를 충족하는 사람에 한해서만 관람표를 판매한다는 방침이다. 관중석에도 ‘거리두기’ 원칙이 적용되는데, 1만8000명을 수용할 수 있는 베이징 국립 실내 경기장에 일반 관객은 약 6000명 만이 입장하게 될 예정이다. 외국에서 입국한 선수들이나 코치·실무진, 취재진에게는 더 엄격한 방역 원칙이 적용된다. 베이징올림픽 조직위원회는 올림픽을 위해 마련한 전용 교통편과 숙소, 경기장 및 훈련장 등을 연결해 해당 지역만 이동할 수 있도록 하는 버블 시스템인 ‘폐회로 관리 원칙’을 적용하겠다고 밝혔다. 모든 선수·실무진은 입국 전 백신 접종이 필수이며, 48시간 내 PCR 검사를 통과해야 대회 참가가 가능하다.
4. 중국은 올림픽 통해 무엇을 노리나?
2015년 중국이 동계올림픽 개최권을 획득했을 당시 목표는 시진핑 시대를 마감하면서 중화 민족의 위대한 부흥을 세계에 알리는 것이었다. 2008 베이징올림픽이 중국의 물리적 힘인 ‘하드 파워’의 역량을 보여줬다면, 2022 베이징동계올림픽에선 중국 ‘소프트파워’의 발전을 대내외에 과시하고 이를 계기로 자국 내 관련 산업도 키우겠다는 것. 특히 중국은 이번 동계올림픽을 계기로 관련 스포츠 산업 규모를 오는 2035년까지 7730억 달러로 키우겠다는 목표를 내비치기도 했다. 그러나 2018년 법 개정으로 3연임 이상의 집권이 가능해지고, 코로나19 팬데믹이 전 세계를 덮치면서 베이징동계올림픽은 2022년 하반기에 결정될 시 주석의 장기 집권에 정당성을 부여할 중요한 정치 행사로의 의미가 부각됐다. 코로나19 방역 성과를 세계에 과시하고 대회 또한 성공적으로 치러내면 시 주석의 ‘3연임 도전’에 긍정적 요인이 될 수 있다는 게 전문가들의 분석이다.
5. 미국이 ‘외교적 보이콧’을 선언한 이유는?
미 백악관은 지난 6일 “중국의 지속적인 신장에서의 소수민족 학살과 반인도 범죄 등을 감안해 베이징동계올림픽과 패럴림픽에 어떤 외교적, 공식적 대표단도 보내지 않을 것”이라며 외교적 보이콧을 공식 선언했다. 젠 사키 백악관 대변인은 “중국이 국제사회의 요구에 부응하기 위해 관련 문제들에 대해 조처해야 한다”면서 이같이 발표했다. 미 의회 역시 행정부 결정을 전적으로 지지하고 있다. 이후 현재까지 영국과 캐나다, 호주, 뉴질랜드, 리투아니아, 코소보 등이 외교적 보이콧에 동참했으며, 일본도 12일 외교적 보이콧을 결정했다. 스포츠정책 전문가인 위르겐 미탁 독일 체육대 연구원은 “외교적 보이콧을 전면적 보이콧의 작은 버전이라고 오해할 수 있지만, 이것만으로도 개최국의 올림픽 성과에 큰 흠집을 낼 수 있다”면서 “내년 1월이 되면 외교적 보이콧에 동참하는 국가가 많이 늘어날 것”이라고 전망했다. 미탁 연구원은 “스포츠와 정치의 관계는 현재 재설정 과정에 있다”면서 “앞으로 어떤 방향으로 갈지, 어디로 끝날지는 아직 분명하지 않다”고 말했다.
6. 한국선수단 출전 규모와 목표는?
내년 1월까지 종목별 예선이 열리며 베이징동계올림픽 출전이 확정된 한국대표는 쇼트트랙스피드스케이팅(10명), 피겨스케이팅(4명)이다. 그러나 한국선수단의 규모는 평창동계올림픽에 못 미칠 것으로 보인다. 한국은 평창동계올림픽에 역대 최대 규모인 220명의 선수단(선수 145명, 임원 75명)이 참가했다. 한국은 베이징동계올림픽에서 금메달 5개 이상을 따내 종합 순위 10위 이내에 드는 것을 목표로 삼고 있다. 한국은 평창동계올림픽에서 홈의 이점을 살려 금메달 5개, 은 8개, 동 4개로 종합 7위에 올랐다. 역대 최고 성적은 금 6개, 은 6개, 동 2개로 종합 5위에 오른 2010 밴쿠버동계올림픽이다. 쇼트트랙의 최민정(성남시청)과 황대헌(한국체대), 스노보드의 이상호(하이원리조트) 등이 금메달 유력 후보로 꼽힌다.
7. ‘보복’예고한 중국은 어떻게 대응하나?
왕원빈(汪文斌) 중국 외교부 대변인은 지난 9일 정례 브리핑에서 “미국, 호주, 영국, 캐나다는 반드시 대가를 치르게 될 것”이라며 보복조치를 예고했다. 보복조치의 방법이 구체적으로 거론되진 않았으나, 중국은 미국에는 2028 로스앤젤레스올림픽에 대한 외교적 보이콧으로 맞대응할 가능성이 높다. 또 외교적 보이콧에 동참한 국가들을 상대로 중국산 자원 수출입에 제한을 두거나 중국 내에서의 해당 국가 상품의 불매운동을 독려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특히 나이키나 미국 대표팀의 공식 의상 스폰서인 랄프로렌 등 동계올림픽에서 자주 노출되는 브랜드들이 직접적인 타격을 입을 수 있다고 전문가들은 분석했다. 호주의 대중 수출이 더 강한 제약을 받을 것이란 분석도 제기된다. 왕 대변인이 보복을 예고하며 거론한 국가 중에서 이미 보이콧을 선언한 뉴질랜드가 빠졌는데, 중국 내 전문가들은 뉴질랜드가 ‘인권 탄압’이 아닌 ‘코로나19 확산 우려’를 이유로 보이콧을 선언해 보복 대상에서 제외됐다고 분석하고 있다.
8. IOC는 왜 ‘외교적 보이콧’ 인정했나?
국제올림픽위원회(IOC) 헌장엔 정치 개입 금지가 명시돼 있지만, 미국이 베이징동계올림픽의 외교적 보이콧을 선언하자 “정부 관계자와 외교관의 파견은 각국 정부의 순수한 정치적 판단이기에 존중한다”고 밝혔다. 정치 개입 금지 조항을 정반대로 해석하는 건 미국에 ‘항복’할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미국은 스포츠 강국이면서 지구촌 스포츠산업을 선도한다. 미국의 정책에 반대하게 되면 엄청난 후폭풍이 있을 수 있다. 베이징동계올림픽 15개의 메인스폰서 중 7개가 미국에 본사를 두고 있는 기업이다. 미국 NBC는 향후 치러질 6차례 올림픽의 중계권료로 77억5000만 달러(약 9조1341억 원)를 지불했다. 미국과 외교적 보이콧을 ‘공조’하는 유럽 대다수 국가도 IOC에는 소비력이 엄청난 고객인 셈이다.
9. IOC가 펑솨이 안전을 ‘홍보’한 이유는?
중국 테니스 스타 펑솨이(彭師)는 지난달 SNS를 통해 장가오리(張高麗) 전 국무원 부총리로부터 성폭행을 당했다고 폭로했다. 이후 펑솨이의 SNS 계정이 돌연 사라졌고, 그의 행방도 알려지지 않아 중국 정부가 펑솨이를 통제하고 있다는 비난이 전 세계에서 쏟아졌다. 그런데 IOC는 펑솨이가 바흐 위원장과 통화 중인 사진을 공개하며, “(펑솨이의) 안전이 확인됐다”고 밝혔다. IOC가 중국, 펑솨이 사이에 끼어든 건 IOC의 가장 큰 목표인 올림픽의 성공적인 개최를 위해서라는 분석이 지배적이다. 잡음이 계속되면 베이징동계올림픽에 대한 전 세계의 관심, 흥미는 떨어지고 우려가 커질 수밖에 없다. 아울러 장가오리 전 부총리는 베이징동계올림픽 유치위원회를 이끌면서 바흐 위원장을 포함한 IOC 고위 관계자들과 친분을 쌓았다.
10. 미·중 갈등에 난처한 스폰서 기업들은 어떻게 하나?
지난 10일 미국의 마케팅 전문매체 애드에이지는 ‘금주의 마케팅 승자와 패자’에서 올림픽 후원사들을 패자로 지목했다. 천문학적인 돈을 들여 IOC 후원사가 됐지만 외교적 보이콧 등 올림픽 참가 여론이 나빠지면서 기업 이미지가 오히려 떨어질 위기에 놓였기 때문이다. 뉴욕타임스(NYT)는 ‘이제 올림픽 후원사들이 행동에 나서야 할 때’라며 이들이 행동에 나설 것을 독촉했다. 스폰서를 포기할 경우에도 발생하는 비용과 중국 소비자들의 거센 반발을 감내해야 하기 때문에 기업들 입장에선 ‘진퇴양난’이다. 일단 IOC 메인 스폰서를 맡은 유럽 최대 보험사인 알리안츠 생명은 올림픽 기간에 광고 축소를 검토하고 있다. 알리안츠 생명 이외에 IOC의 공식 스폰서는 한국의 삼성을 비롯해 에어비앤비, 알리바바, 아토스, 브리지스톤, 코카콜라, 인텔, 오메가, 파나소닉, P&G, 토요타, 비자 등이다. 현재 후원사 중 상위 10개사가 중국에서 창출하는 연간 매출액은 총 1100억 달러 규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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