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용래 특허청장

마동석 배우가 주연을 맡아 화제가 된 할리우드 영화 ‘이터널스’가 코로나19로 침체된 극장가에 활기를 불어넣고 있다. 인류의 적인 ‘데비안츠’의 위협이 커지자, 숨어 있던 영웅들인 ‘이터널스’가 나타나 맞서 싸우는 내용이다. 다양한 배경과 특출한 능력을 지닌 영웅들이 힘을 합쳐 막강한 적을 물리치는 통쾌한 내용이 화려한 볼거리와 어우러져 관객들을 사로잡고 있는 듯하다.

영화에서 인류를 위협하는 악의 무리처럼 우리 경제를 괴롭혀온 골칫거리가 있다. 바로 우리 경제의 성장동력을 갉아먹는 기술 탈취·유출 범죄다. 우월적인 지위를 이용해 약자의 기술을 빼앗는 기술 탈취는 청년 스타트업과 중소기업의 성장을 가로막고 있다. 해외 기술 유출은 반도체, 배터리 등 핵심 분야에서 우리 산업의 글로벌 경쟁력을 한순간에 무너뜨릴 수 있는 위험요소다.

이러한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기술과 법, 제품 트렌드를 꿰뚫고 있는 전문 수사기관이 필요하다. 올해 7월에 세계 최초로 특허청 기술경찰이 출범한 이유다. 반도체, 배터리, 백신 등 다양한 첨단기술 분야의 특허심사·심판 경험을 통해 기술은 물론 법률 전문성까지 겸비한 정예인력들이 직접 수사를 맡았다. 공학박사, 법학박사, 변호사, 변리사, 약사 등 다양한 경력과 특출한 능력까지 갖춘 수사관들은 날로 거세지는 기술범죄의 위협에 맞서 싸우는 이터널스라고 불려도 손색이 없다.

기술 전문 수사기관의 출범 소식에 기업들의 피해신고가 이어지고 있다. 출범 100일 만에 40건 이상의 신고를 접수해 80여 명을 형사입건했다. 국가 간 기술패권 경쟁 격화로 우리 기업의 핵심기술을 유출하려는 외국 후발주자들의 위협이 거세짐에 따라 국가정보원과 협업해 해외 기술 유출 사건 수사에도 본격적으로 나서고 있다.

독보적 전문성을 가진 기술경찰이지만, 출범 초기라 보완해야 할 점들도 남아 있다. 연간 피해액이 60조 원으로 추산될 만큼 심각한 영업비밀 유출을 20명에 불과한 수사인력으로 막기에는 역부족이다. 그리고 국가핵심기술 해외 유출 사건 대부분이 특허, 영업비밀과 밀접하게 관련돼 있는 현실을 반영해 산업통상자원부 등 관계부처와 협의해 기술경찰의 수사범위를 확대해 나갈 계획이다. 특허, 영업비밀, 국가핵심기술, 산업기술을 한 번에 수사해야 기술 유출을 제대로 뿌리 뽑을 수 있기 때문이다. 또 기술탈취 수사 권한을 가진 특허청 기술경찰과 행정조사 권한을 가진 중소벤처기업부, 공정거래위원회가 긴밀하게 협력해 보호 사각지대를 해소해 나갈 필요가 있다. 우리는 기술패권 경쟁시대의 개막과 디지털 대전환이라는 역사의 변곡점에 서 있다. 창의적인 아이디어를 가진 청년 스타트업, 중소기업과 글로벌 기술경쟁력을 가진 대기업을 모두 가진 우리나라는 충분히 새로운 시대의 승자가 될 수 있다. 특허청 기술경찰이 세계시장으로 뻗어 나가는 우리 혁신 기업들을 든든하게 지키는 이터널스가 돼주기를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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