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빵요정의 세상의 모든 디저트 - 구례 목월빵집 ‘슈톨렌’
독일 드레스덴에서 탄생한 크리스마스 빵, ‘슈톨렌’에 대한 칼럼이나 짧은 멘트를 10여 년 전부터 매체에 실었습니다. 그즈음에는 슈톨렌을 직접 만드는 빵집이 다섯 손가락에 꼽힐 정도로 대중적으로는 거의 인지도가 없는 품목 중 하나였습니다. 익숙하지 않은 맛과 비주얼 그리고 겨울에 잘 어울리는 스파이스의 향을 한껏 머금은 유럽의 크리스마스 빵들이 대중적으로 인기를 끌게 된 것은 불과 4~5년 전입니다.
젊은 세대에게 크리스마스에 커피와 슈톨렌을 즐기는 문화가 자리 잡기 시작했습니다. 와인을 소비하는 양이 늘어나고 소규모 홈파티가 진행되며 곁들이기 아주 좋은 크리스마스의 문화로 자리 잡게 된 것이지요.
슈톨렌은 하얀색 슈가 파우더로 감싸인 빵 덩어리입니다. 그 형태가 아기 예수의 요람이라는 이야기도, 수도사의 가사에서 비롯됐다는 이야기도 있습니다. 밀가루 반죽 안에 1년 동안 럼에 절인 말린 과일들과 고소하게 구워낸 견과류 그리고 아몬드로 만든 페이스트를 봉 형태로 만들어 넣은 아주 특별한 맛과 식감을 지닌 빵입니다.
게다가 겨우내 보존성을 높이기 위해 구워낸 반죽에 버터로 코팅을 하고 흰 눈을 닮은 슈가 파우더로 감싸 공기 내 노출을 최소화합니다. 슈톨렌은 크리스마스를 기다리는 마음으로 주일마다 중간 부분부터 칼로 얇게 잘라 먹고 양옆을 붙여 보관합니다.
그중 올해 처음 구입했지만 무척 독특한 슈톨렌이 있어 소개합니다. 지리산의 정기를 이어받아 전남 구례에서 국내 재배 밀을 직접 제분해 빵을 만드는 목월빵집의 슈톨렌입니다. 목월빵집의 장종근 대표는 지역 농산물을 활용해 빵을 만드는 로컬 빵집을 지향합니다. 내년에는 구례와 전남 고흥, 경남 진주의 밀을 계약재배 형식으로 자체수급하고 지역 밀, 단일 농가의 밀을 구분지어 소량씩 제분해 빵을 만드는 것을 목표로 삼고 있습니다.
올해의 슈톨렌은 고대밀로 알려져 있는 스펠트밀(딩켈), 흑밀 그리고 앉은키밀을 혼합해 구워낸 것입니다. 특히 제빵사의 아버지께서 손수 말려주신 구례 곶감이 들어가는 점도 독특합니다. 아몬드의 풍미가 마지판에서 나온다면 곶감의 쫄깃함과 자연스러운 단맛이 전체적인 슈톨렌의 맛을 끌어올리는 시너지를 보여줍니다. 지역적으로는 멀리 떨어져 있으나 인스타그램을 통해 주문을 받아 택배로 발송합니다. 잘 구워 완성된 슈톨렌을 기다리는 마음이 크리스마스를 기다리는 어린 시절의 그 설렘과 닮아 있는 듯합니다. 전남 구례군 서시천로 85, www.instagram.com/mogwolbread/
김혜준 푸드 콘텐츠 디렉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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