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금 어려운 시기인 만큼 항상 동체대비(同體大悲) 정신으로 호국 불교 사상을 유지해나가야겠다고 생각합니다. 많은 분이 늘 건강하고 행복하시길 바랍니다.”
대한불교 조계종 새 종정(宗正)으로 추대된 성파(性坡·82·사진) 스님은 13일 이렇게 말했다. 이날 조계사에서 열린 고불식(告佛式)을 마친 후 조계종 총무원장 원행 스님 등과 인사를 나누는 자리에서였다. 동체대비는 불(佛)·보살(菩薩)이 중생과 하나이니 어렵고 힘든 사람들을 위한 자비심을 지니라는 뜻이다.
성파 스님은 내년 3월 26일부터 향후 5년간 종정 임기를 수행한다. 그는 “항상 부처님의 가르침을 염두에 두고 말로 많이 하는 것보다 말과 행을 같이하는 수행 중심으로 소임에 임하겠다”고 했다.
종정은 종단 행정에 간여하지 않으나 종통(宗統)을 승계하는 정신적 지도자이다. 종도들이 종정을 ‘스님’이라는 호칭 대신에 ‘예하(猊下)’로 부르는 것은, 그 가르침에 따른다는 의미이다. 종단의 주요 행사 때 종도들에게 법어를 내리며, 종헌 종법이 정하는 바에 따라 포상과 징계의 사면, 경감, 복권의 권한을 행사할 수 있다.
성파 새 종정은 1939년 경남 합천에서 태어나 월하 스님을 은사로 1960년 사미계를, 1970년 구족계를 각각 받았다. 중앙종회 의원, 통도사 주지, 원효학원·영축학원 이사장 등을 지냈다. 2018년부터는 통도사 방장을 맡아왔다.
선화(禪畵)와 붓글씨, 도예 등에 일가를 이룬 ‘예술가 스님’으로 유명했다. 옻 염색전과 옻칠 불화전, 민화전 등도 꾸준히 열었다. 통도사 인근 서운암에서 손수 콩을 길러 오래된 장독 5000여 개에 간장과 된장을 담갔다.
지난 11월 초에는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과 모친인 홍라희 전 리움미술관 관장이 통도사를 찾아 성파 스님과 다담(茶談)을 나눈 것이 화제가 되기도 했다. 고 이건희 삼성전자 회장의 1주기를 맞아 평소 불심이 깊고 미술에 관심이 있는 홍 전 관장을 위해 이 부회장이 동행한 것으로 전해졌다.
장재선 선임기자 jeijei@munhw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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