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림픽보이콧 검토없다는 文에
美 “中인권탄압 인한 조치” 압박
李 “실용주의”·尹은 “국익우선”
눈치보기식 줄타기…현실 못봐
“韓 전략적 중요성 부각시키고
美·中에 할말 하는 외교 필요”
미국은 문재인 대통령이 한·호주 정상회담에서 베이징동계올림픽 외교적 보이콧을 검토하지 않는다고 말한 것에 대해 13일(현지시간) “한국 정부의 결정”이라면서도 “이 결정(보이콧)은 중국의 신장(新疆)위구르 자치구 지역 인권 탄압 때문에 내려진 것”이라고 말했다. 자유민주주의 국가의 역할을 강조하며 우회적인 압박을 가한 것이다. 미·중 갈등이 전례 없이 악화되면서 문재인 정부의 전략적 모호성은 시효가 다 돼 간다는 지적이 나온다. 그런데도 여야 대선 후보들의 외교전략은 ‘실용주의’ ‘국익 우선주의’라는 막연한 구호에 그치는 수준이다. 전문가들은 눈치 보기식 균형외교를 말하는 건 현실적이지 못하다고 지적하면서 국익과 원칙에 기반해 미·중 모두에 할 말은 하는 당당한 외교를 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구호만 외치는 후보들 =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선후보는 한·미 동맹 발전과 한·중 전략적 협력관계 증진을 나란히 놓고 그때그때 실용외교를 펼친다는 구상이다. 윤석열 국민의힘 대선후보는 미·중 갈등 현안을 사안별로 대응할 것이 아니라 한·미 포괄적 전략동맹 강화를 통해 중국 문제도 풀어나가겠다고 강조한다. 전문가들은 양 후보의 외교전략에 구체적인 실천 방안이 부재함을 지적했다. 박원곤 이화여대 북한학과 교수는 “이 후보는 실용주의를, 윤 후보는 국익 우선주의를 이야기하지만 무엇이 실용적이고 무엇이 국익인지 보다 구체적으로 설명해야 한다”며 “더 개방적이고 자유주의적인 국제질서, 동맹의 중요성과 시장경제, 인권 등을 중시하는 측면에서 원칙을 정하고 그 원칙에 따라 움직이는 모습을 보여야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제임스 김 아산정책연구원 연구위원은 “미·중 경쟁이 지역 정세에서 상당히 중요한데 그렇게 여기지 않는 것 같다”며 “현재까지 나온 입장으로만 봐서는 한국이 미·중 경쟁 국면에 크게 동참하겠다는 것도 아니고 동참하지 않겠다는 것도 아닌 수준”이라고 지적했다.
◇줄타기 벗어나 중·장기적 외교 전략 수립해야 = 김현욱 국립외교원 교수는 “미·중 사이에서 균형을 잡겠다고 이야기하는 것은 현실을 인식하지 못하고 있다는 방증”이라며 “도널드 트럼프 전 행정부도 중국을 견제했지만 동맹국을 줄 세우진 않았는데 이제는 이쪽에 줄 서지 않으면 저쪽으로부터 해를 입는 상황이 됐다”고 지적했다. 그는 “한·미 협력을 중심으로 대외 전략을 끌어가면서 한국의 전략적 중요성을 중국에 부각시키는 방향으로 가야 한다”고 덧붙였다. 주재우 경희대 중국어학과 교수는 “한국과 중국은 공존해야 하는 운명이라는 점에 동의한다”면서도 “중국으로부터 우리가 실질적인 위협을 받기도 하기 때문에 원칙을 세워 당당히 요구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미·중 경쟁이 장기간 이어질 것으로 예상되는 만큼 한반도 평화 프로세스 같은 기존의 담론을 넘어 중·장기적인 외교·안보 전략을 수립할 필요성도 제기됐다. 김재천 서강대 국제대학원 교수는 “이 후보와 윤 후보 모두 종전선언 같은 과제에 대해 단기적으로 ‘이렇게 해야 한다’는 의견은 제시하고 있지만 장기적으로 어떻게 하겠다는 전략은 내놓지 못하고 있다”며 “인류 보편적 가치가 된 인권이나 열린 경제를 중시하는 일에 주저하지 말아야 한다. 이는 미국만이 아닌 인류 보편적인 규범”이라고 강조했다. 서정건 경희대 정치외교학과 교수는 “안보 문제의 경우 영원히 미국에만 맡길 수 없고, 경제와 관련해서도 대중 의존도 문제를 지금처럼 이렇게 둘 수 없다”며 “미국과 중국 가운데 어느 편을 들지에 대한 소모적인 논쟁을 끝내고 우리가 뭘 할지를 찾아야 한다”고 말했다.
<도움말 주신 분들>
△김현욱 국립외교원 교수 △박원곤 이화여대 북한학과 교수 △주재우 경희대 중국어학과 교수 △김재천 서강대 국제대학원 교수 △서정건 경희대 정치외교학과 교수 △제임스 김 아산정책연구원 연구위원
김유진·정철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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