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정부 11월 물가 3.7% 상승 발표
한국, 주변국 중 예외적 고물가
게다가 집값 급등은 반영 안돼
그 와중에 국세 54조 추가 징수
재난지원금 등 복지 확대 자랑
세금 지출 증가율 20%엔 침묵
요즘 음식점에 가보면 대부분 가격 인상표가 새로 붙어 있다. 필자의 단골집도 예외가 아니었다. 가격표 옆에는 “물가가 너무 올라서…”라는 호소문을 덧붙여 놓았다. 식당 주인에게 “신문 방송을 보니 요즘 물가가 3.7% 올랐다고 하던데”라고 하자 순간 “허어!”라는 신음 소리를 냈다. 기가 막힌다는 표정이 역력했다. “체감물가는 어느 정도인가요?”라고 말을 이어가려 했는데 값을 너무 올린 것 아니냐는 의미로 받아들인 듯했다. 주인이 침묵하는 바람에 괜스레 서먹한 분위기만 남았다. 3.7%는 통계청이 공식 발표한 11월 소비자물가지수다. 정부는 물가가 많이 오른 이유에 대해 국제유가 상승, 한파로 인한 채소류 강세, 재료비 반영에 따른 가공식품 가격 인상 등을 꼽았다. 모두가 정부 통제 밖의 요인들이다. 뒤집으면 정부 잘못이 없다는 이야기다.
물론 정부로서는 유럽·미국도 고인플레로 고통을 겪고 있는 만큼 보편적 현상이라고 말하고 싶을 게다. 하지만 이는 우리나라에는 적용되지 않는 변명에 불과하다. 그들 선진국은 서비스 산업 중심이라 글로벌 공급망이 붕괴되는 바람에 받은 영향이 크다. 반면 우리와 비슷한 제조업 중심의 주변 아시아국들을 보면 전혀 다른 그림이 그려진다. 일본은 인플레가 제로에 가깝고, 중국은 2%대에 불과하다. 다른 아시아국들도 대부분 제조업 중심임을 감안하면 같은 산업 구조인 한국이 예외적 상황임을 알 수 있다. 아시아에서 굳이 고인플레를 겪는 나라를 꼽으라면 스리랑카·파키스탄 정도다.
‘정부 통제 밖’이 변명인 이유는 또 있다. 한국은행의 ‘10월 금융통화위원회 의사록’에 따르면 금통위에서는 최근의 집값 급등을 반영해 산출한 소비자물가 변동률 시뮬레이션 결과를 보고했다. 국내 소비자물가지수 산정 과정에는 주거비 중 전·월세만 반영한다. 주거비는 주택임차료(전·월세)와 자가주거비(집값)로 나뉘는데 집값을 반영하지 않는 것이다. 그런데 금통위에서 집값 상승 요인까지 반영해 본 것이다. 물론 공개되지 않았다. 분명히 충격적 내용이 담겨 있었을 것이다. 공개하지 않은 이유는 알 만하다. 문재인 정부 들어 서울지역 아파트값은 자그마치 평균 2배가 됐다. 올 9월까지만 해도 아파트 등 전국의 공동주택 실거래 가격 상승률은 16.90%로 지난해 같은 기간(11.44%)은 물론 연간 상승률(16.27%)까지도 추월했다. 수도권은 20.72%에 달하고 특히 경기도는 33.0%로 신기록을 수립 중이다. 연립·다세대 주택이라고 다를 게 없다. 이 같은 내용을 소비자물가지수에 산입한다고 상상해보라.
이런 와중에 부동산 관련 세율은 고공비행 중이다. 부동산 정책 실패로 집값이 천정부지로 오른 판에 공시지가마저 올리고, 여기에 각종 부동산 세율 인상까지 엎친 데 덮친 격이다. 자연히 정부의 세수입은 천문학적이다. 국회 예산정책처 분석에 의하면 올 3분기까지 양도소득세수는 지난해의 17조5000억 원에서 28조5000억 원으로 60% 이상 늘어났다. 종합부동산세 역시 작년 4조3000억 원에서 올해는 8조6000억 원을 기록했다. 정확히 2배다. 부동산 관련 세수 증가를 중심으로 올해 국세 수입은 당초 정부가 예상했던 액수보다 54조 원이나 더 걷혔다. 그런데도 올 9월까지 재정수지 적자가 74조7000억 원이란다.
그럼 도대체 그 많은 돈을 다 어디에 썼을까. 문 정부는 전 국민을 대상으로 재난지원금을 여러 차례 나눠준 데다 취약계층 일자리 제공 등 모조리 국민 복지를 위해 사용했다고 자랑한다. 이는 어느 정도 사실이다. 올해 3분기 가계동향조사를 보면 가구당 월평균 소득은 작년 3분기에 비해 8.0% 증가했다. 재난지원금이 없던 2분기에 0.7% 감소한 것과 크게 비교된다. 지난 9월 1인당 25만 원을 지급한 5차 재난지원금이 그 차이를 만든 것이다. 어쨌든 8.0% 증가를 두고 청와대와 기획재정부는 크게 반색했다. 반색이 더 짜증 난다. 같은 가계동향조사 보고서의 한쪽 구석에 처박힌 ‘세금 지출 증가율 20%’에 대해서는 하나같이 침묵을 지킨다. 인플레이션은 화폐가치 하락을 의미하며, 이는 소득의 감소로 연결된다. 이마저 세금이 중과되면서 국민 주머니는 날로 얇아지고 있다. 가렴주구다. 우리네 살림살이가 갈수록 팍팍해지는 이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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