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통령의 방문 중 K-9 자주포 30대가 호주에 수출됐다는 보도가 국민을 기쁘게 했다. 1970년 국방과학연구소가 설립됐고, 미군이 제2차 대전 때 사용했던 M101 105㎜포를 역설계해 만든, 최초 국산 야포인 KH-178로 시작된 우리나라 포(砲) 제작은 K-9 자주포를 만들면서 세계 최고 자리에 우뚝 섰다. 현재 K-9의 경쟁자는 독일의 PzH-2000이 유일하지만, 가격이 너무 비싸다. 또, 독일군 규모가 작아서 성능 개량을 못 해 K-9 경쟁자라 하기엔 민망할 정도다.
K-9은 터키를 시작으로 노르웨이, 핀란드, 에스토니아 등 유럽 각국과 인도 및 호주에 판매되며, 21세기 들어 세계에서 가장 많이 팔리는 자주포가 됐다. 총 1조 원의 이 계약을 문재인 대통령이 직접 체결하며 ‘역시 안보는 문재인’이라는 이미지를 심어주는 듯했다. 그러나 군사 전문가들은 호주 수출이 어떤 과정을 거쳐 성사됐는지 알기에 ‘또 숟가락 얹으며 쇼 하나’ 하고 푸념한다. 하지만 그보다 더 황당하고 분노하게 만든 것은, 스콧 모리슨 호주 총리와 계약하며 했던 문 대통령의 발언 때문에 앞으로 진행될 6조 원짜리 장갑차 수출에 심각한 타격을 받게 됐다는 점이다.
K-9은 이미 2010년에 독일의 PzH-2000과 겨뤄 승리하며 호주의 차기 자주포로 선정됐었다. 그러나 호주의 예산 문제와 미국과의 관계 등을 고려해 사업이 폐기되는 듯했다가, 2018년 ‘랜드8116’ 사업으로 다시 살아났다. 호주군은 이미 2010년에 결정한 K-9을 단독 후보로 선정하고 협상에 들어가 지난해 9월 3일, 가격 등 세부 사항을 최종 합의했다. 올해 들어 계약이 진행될 것이라던 당시 보도와 달리 어떤 이유에서인지 1년3개월 뒤 문 대통령의 호주 방문에 와서야 계약이 체결됐다.
그런데 정부의 홍보처럼 방산 수출이 그토록 중요하다면 다 만들어 놓은 사업에 생색만 낼 게 아니라, 경쟁 중인 사업에 대한 홍보에 충실했어야 했다. 우리나라는 현재 호주에서 6조 원짜리 보병전투장갑차 사업에서, 독일의 KF-41 ‘링스’와 최종 평가를 받는 중이다. 여기에 출품한 우리 장갑차는 AS-21 ‘레드백’이다. 무려 400대 이상이 판매될 예정인 이 사업의 결과는 내년 상반기에 나온다. 진짜 세일즈 대통령이라면 이 사업을 홍보했어야 했다.
문 대통령은 베이징동계올림픽 불참을 결정한 호주 총리와 의회의원들에게 중국 관계의 중요성을 설파했다. 미국 퓨리서치 여론조사 결과 호주 국민의 81%가 중국을 적국으로 인식하고 있다. 호주는 남중국해·대만·공급망 등 모든 영역에서 중국과 대립하며 험악한 설전을 주고받는 나라다. 기분 좋을 리 없다. 이후 문 대통령은 종전선언 이야기를 늘어놨다. 모리슨 총리는 ‘자유롭고 개방된 인도태평양’을 언급하며 중국에 대해 부정적인 입장을 보였고 “호주는 관망국이 아니라 6·25전쟁의 당사국”이라며 북한 비핵화 없는 종전선언에 반대 입장을 밝혔다. 6조 원짜리 장갑차 수출에 완전히 재를 뿌린 것이다.
대선에 활용할 정치 쇼라는 의심을 받는 종전선언을 위한 베이징올림픽에서의 남북 정상회담을 위해서라면, 대통령의 본분도 잊어버릴 정도로 절박한가? 대통령은 정권 연장을 위해 노력하는 자리가 아니라, 국가와 국민을 위해 봉사하는 자리임을 국민만 아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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