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석열 국민의힘 후보는 지난 14일 관훈토론회에서 “정치하는 사람이라면 노동자 편일 수밖에 없다. 솔직히 표가 그쪽에 더 많다”고 했다. 윤 후보는 다음 날인 15일 한국노동조합총연맹과 간담회에서 공공부문 노동이사제와 공무원·교원 타임오프제(노조전임자 유급 근로시간 면제)에 찬성 입장을 밝혔다. 노동이사제에도 여러 종류가 있고, 타임오프제에 대해선 여러 단서를 달았지만, 현재 상황에서는 부작용이 훨씬 더 클 것이 분명하다. 공공부문 노동이사제가 도입될 경우 민간 기업 확산은 시간문제이며, 공공기관은 사실상 ‘노영(勞營) 기관’으로 변질돼 국민이 피해자가 될 것이라는 지적은 타당하다.

이를 모를 리 없는 윤 후보와 국민의힘 측이 입장을 선회한 것은 ‘노동 포퓰리즘’에 가세한 것과 다름없다. 산업별 노조로의 전환 등 노동 관련법의 근원적 재정비를 주장하는 김종인 총괄선대위원장의 소신도 영향을 미쳤을 것이다. 윤 후보는 공공부문 노동이사제에 대해 “적대적으로만 볼 문제는 아니라고 생각한다”, 공무원 노조 타임오프제에 대해선 “납세자인 국민이 받아들일 수 있는 내용까지 포함해 첫발을 내딛는 게 중요하다”고 했다. 하지만 노동이사제는 본산인 독일에서도 유명무실화한 제도다. 노조 전임자의 임금을 세금으로 지원하는 것도 옳지 않다. 노무현 대통령 시절 노동정책을 책임졌던 김대환 전 노동부 장관이 현 정부 노동정책에 “노동이나 노동자가 아니라 노동조합 존중”이라고 비판했는데, 경청할 만하다.

노동이사제든 타임오프제든 결국 공기업·대기업 노조만 더 살판날 것이다. 한국은 파업 때 대체근로자 투입이 금지된 거의 유일한 나라다. 청년실업률이 25%에 이르고 취업자 10명 중 4명이 비정규직으로 내몰리는 데는 기득권 노조 탓도 크다. 후보들은 얄팍한 포퓰리즘 공약이 아니라 진정한 노동 대개혁을 위한 청사진을 내놔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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